마지막 이벤트 높새바람 24
유은실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가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한 줌의 흙이 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우린 그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고 지내는 걸 참 두려워한다.

이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강추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적어도 죽음에 대해서 사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읽고나서는 또 금방 잊어버리고 지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표영욱은 6학년으로서 집안의 말썽꾸러기이다. 왜냐면 누나처럼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행동은 굼뜨고 해서 아버지한테는 매일 쓸모없는 녀석이라는 구박을 받는다.
그런 영욱이를 무조건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바로 표시한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영욱이처럼 젊어서 사고뭉치여서 아내를 고생시키고, 자식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서 현재 남은 가족들에게 고물단지처럼 생각되는 존재이지만 영욱이에게만큼은 정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둘은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두 말썽꾸러기가 같은 방을 쓰며 생활을 하는 설정이 참 재밌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속이 더부룩하다며 매일 즐겨 마시던 세 병의 활명수를 사달라고 하지만 영욱이는
한 병만 사준다. 그런 할아버지가 죽을 것 같다면서 영욱이에게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서 가족들을 모으라고 하지만
두 말썽쟁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할아버지가 죽을 것 같다는 말에 아무도 달려 오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방을 쓰는 영욱이 조차도 할아머지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생전 실수를 하지 않던 할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실수를 하고 말고
평생을 그런 것 처럼 자신의 빤스는 자신이 빨려고 하지만 그날만큼은 그럴 힘이 없어서
영욱이는 자신이 대신 해주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빤스 상자만큼은 자신이 손수 빨았던 터라 그 밤도 영욱이게 부탁을 한다.
더불어 다른 상자는 절대 열어 봐서는 안 된다고 다시 당부를 한다.
영욱이는 빤스 상자 와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상자를 잘 보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잠이 드는데 그게 할아버지의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겉표지에 그려진 활명수와 휴대폰이 할아버지와 영욱이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보여주는데
마지막인 걸 알았더라면  할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활명수를 세 병 다 마시게 할 걸 하는 영욱이의 후회와 휴대폰에 저장된 할아버지의 문자를 보여 준다.

가장 사랑했던,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던 할아버지를 어느 날 갑자기 떠나보낸 영욱이의
심리가 구구절절히 잘 묘사되고
젊었을 적 그렇게 방탕하게 살았기에 늙어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구박 받으며 살아야 했던 그래서 자신 스스로 마지막 이벤트(장례)를 준비해야만 했던 표시한 할아버지의 그 마음이
한 구절 한 구절 잘 묘사되어 읽을 때 눈물이 흐른다.
표시한 할아버지가 영욱이가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고 했던 그 상자에는
자신의 마지막 이벤트를 위해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정 사진, 수의( 아내를 속 썩인 것에 대한 죄 값으로 이생에서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며 준비한 여자 수의 ) 등등
그 물건들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는 가족들의 모습까지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는 세계로 떠나보낸 다는 것 그건 분명 말할 수 없는 큰 슬픔이다.

 

모두들 영욱이를 말썽꾸러기라고 하지만
표시한 할아버지의 유일한 말상대가 되어 주고
할아버지 곁에 끝까지 있어 준 걸로 보면 미워할 수 없는 말썽꾸러기이다.
영욱이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를 통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지낸다면
화낼 일도 찡그릴 일도 미워할 일도 없을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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