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켜는 아이

페페, 가로등을 켜는 아이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10
일라이자 바톤 지음, 테드 르윈 그림, 서남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11월

겉표지를 보면 어린 남자 아이 하나가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가로등에 불을 켜는 모습이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가로등이 상대적으로 더 밝게 보인다.  

이 아이가 바로 주이공 페페다.

페페는 소년 가장과 다름없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는다. 

때마침 가로등지기 아저씨가 자기 대신 가로등을 켜줄 수 있냐고 하자 흔쾌히 허락을 하고 

매일 저녁마다 가로등을 켜러 다닌다. (페페의 불우한 환경만큼이나 그림책의 그림을 

정말 어둡게 표현되어 있다. ) 가로등 하나 하나를 켜면서 페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한다. 하지만 병든 아버지는 페페의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 

그런 아버지의 말씀에 페페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결국 그 일을 관두게 된다. 

페페가 가로등을 켜지 않자 온 거리는 칠흑처럼 어둡기만 하다. 

아마 페페의 마음은 그보다 더 어두우리라.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페페의 여동생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자 아버지는 페페에게  

가로등을 켜 줄 것을 부탁한다.  여동생을 찾기 위해

페페는 가로등을 켜러 다니고 마지막 가로등을 켜러는 순간 그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동생을 발견한다.  페페는 여동생에게 가로등을 켜보게 권하고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그 장면이 나온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

페페와 여동생이 함께 가로등을 켜는 장면은 이 그림책에서 가장 환하고 밝은 장면이다. 

이제까지 어둡게만 표현되고 정면을 보여주지 않던 페페의 표정 또한  

처음으로 밝게 표현되어 있고 페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가로등처럼 환하게 빛나는 두 아이의 얼굴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동을 준다.  

가로등을 직접 사람이 켰다는 역사적 사실도 흥미있었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그 장면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