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권정생 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야 읽었다.

어떤 작품들은 너무 유명해서 늦게 읽게 되거나 어쩌다 보니 못 읽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영화도 그렇다. )

그래도 이 작품은 운이 닿아 끝까지 읽게 되어 나름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읽지 않으면 감히 권정생님의 작품 세계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듯해서 말이다.

어떤 샘이 올려 주신 권정샘의 다큐멘터리와 몽실 언니 드라마를 먼저 접했다.  그러고 나니

< 몽실 언니>를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드라마가 너무 슬퍼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아주 오래전에 방영된 걸로 알고 있는데 1, 2부로 나누어 스토리를 쭈윽 편집을 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어쩜 저렇게 처절하게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슬펐다.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너무 슬퍼서 말이다.

드라마와 원작은  구석 구석 다른 데가 많아서 꼭 원작을 읽어보길 바란다.

개정판의 작가 말을 보니 인민군을 착하게 그린 부분 등이 많이 잘려나갔었고

개정판을 펴내면서 이 삭제된 부분을 다시 쓰긴 했으나 이미 많은 분들이 많이 읽은 상태여서

삭제된 부분을 복원시키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싶어 그냥 낸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책을 보면 권정생 님의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한국 전쟁이 한참일 때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구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몽실이에게 구원의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인민군이다.

이 작품이 나오던 시기에 인민군을 미화시킨 내용은 가당치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끝없는 절망과 불행 속에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 몽실이는

 어떤 면에서 성경에 나오는 욥을 닮았다.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주변 상황은 불행이 계속 닥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들

그 사람들 또한 그닥 잘못한 일이 없는데 죽음에 이르는 상황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완전 지옥으로 변한 욥과 흡사하다.

몽실 언니에 보면 그닥 악인은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새로 시집간 집의 새아버지와, 할머니 정도를 들 수 있는데

하지만 그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심한 악인은 아니다.

오히려 몽실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이웃들

그 이웃들도 그리 넉넉하진 않는데 도와주는 모습이 오히려 악인들의 행패보다 더 많이 그려진다.

그런데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몽실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댄다.

<니가 그래도 이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는지 보자> 이렇게 내기를 하듯이 말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마 자신의 목숨을 끊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몽실은 그러지 않는다.

자기가 새아버지에 의해 다리 병신이 되어도. 엄마, 새엄마, 아빠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갔어도

자신에게 남겨진 어린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슬퍼하거나 절망할 시간이 없다.

그럴 시간에 구걸을 해서 동생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몽실이에게 있어서 배다른 동생들은 몽실이 살아야 할 이유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 조지 할아버지의 6.25>와 비교하면

전쟁의 그 비참함이 훨씬 더 리얼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려 주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나약해지는 우리들의 정신을 다잡아주고 싶을 때도 이 책을 권한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접했는데

갈수록 자살율이 늘어가는 이 시대에

몽실이의 삶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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