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아이가 그 망할 놈의 기말고사를 치른 후 도서실에서 골라 온 책이다. 시험 준비 하는 기간 동안 책을 손에서 놓치 않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말도 안되는 현수막이 버젓이 초등학교 교문에 내걸리는 이 세상 미친 개에서 그려지는 세상 또한 만만치 않다. 제목이 그림책인데 불구하고 참 직설적이다. 먼저 읽은 딸 아이에게 어떤 책이냐고 물어보니 슬프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슬프다는 것도 있지만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며 분노가 일었다. 고작 개 한 마리가 뭐 그리 위협적이라고 아이들, 어른들 모두 작대기를 휘두르며 나중에는 총까지 꺼내어서 죽이려고 드는걸까? 작가의 약력을 보니 왜 이런 글이 나왔는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서 그 곳에서 약자들과 함께 있었던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참 힘겹게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먹을 것이 없어서 너무 굶주린 개 한 마리를 돌멩이를 던지고 작대기로 후려치고 미친 개로 몰아세우며 마녀 사냥을 하듯이 온 동네 사람들이 개를 습격하는 이야기를 쓰는 일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바로 현실의 모습이라는 게 더 마음 아프다. 이 책을 보니 <내 짝꿍 최영대> 가 생각난다. 마지막에 최영대가 친구들의 놀림에 꺼이 꺼이 울어대던 장면과 이 책에서 미친 개가 비가 사흘 동안 내릴 때 킁킁 짖어대던 장면이 흡사하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그 깊은 슬픔이 처절하다. 그림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충분히 고학년에게도 어울린다고 보여진다. 저학년에게는 그림도 그렇고 (수묵화 같음) 내용도 그렇고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싶다. <문제아>의 작가이기도 한데 얼른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