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친구들이 끊임없이 읽어대는 책 중의 하나이다. 오늘도 어떤 친구가 아침독서 10분 동안 다 읽었다고 해서 영 믿기지가 않았다. 왜냐면 글씨가 제법 많아서 도저히 10분 안에 못 읽을 분량인데... 다 읽었다고 해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일단 붙임딱지를 줘서 보내고 선생님이 10분 안에 읽을 수 있나 확인해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읽었다고 하면 다 믿어줘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그릇이 되지 않아서 꼭 이렇게 의심을 하게 된다. 지난 번에도 248쪽이나 되는 책을 2-3일만에 읽었다고 뻥치는 녀석 둘이 있어서 줄거리를 물어 보고 주인공을 물어 봐서 결국 자백을 받아내었건만... 다 믿어 주지 못하는 나도 그렇고 읽지 않고서 붙임딱지 받을 욕심에 읽었다고 뻥 치는 녀석들도 그렇고 아직 멀었다. 우리의 수준이란 것이.... 그래도 이런 속임수 사건이 몇 건 있어도 아직까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저하시키는 독후감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본다. 올 한 해 끝날 때까지 독후감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을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제발 아이들이 날 속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어떠한 독후 활동의 형태도 독서의 즐거움을 저하시킨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다. (물론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독후 활동은 좋지만 말이다. ) 서두가 길어졌다. 어쨌든 먼저 우리 교실에 온 딸(3학년)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했더니 6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렇담 그 녀석 말이 진실이었단 말인가? 뒤이어 내가 읽어 보았다. 일단 난 5분 정도 걸렸다. 그렇담 그 친구가 속인 것은 아니었다. 일단 속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이 밀려 왔다. 아이건 어른이건 속인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일단 그 친구가 진실이었다는 것에 난 기쁘다. 왜 친구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지 설명해 보겠다. 정말 재밌다. 제목이 형광 고양이인데 원래 이 고양이는 온통 털이 빨간 고양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는 전혀 어울릴 수 없이(그 외모 때문에) 혼자 창고에서 지낸다. 이 빨간 고양이를 왕따 시킨 고양이들은 이상한 루머를 만들어 내고 점점 더 빨간 고양이는 고립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고양이가 살던 창고에서 페인트를 엎지르는 사고를 치게 되고 빨간 고양이 몸에 온통 노란 색 형광 페인트가 칠해져 버린다. 그래서 형광 고양이가 되어 버린다. 외모가 바뀐 형광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인 줄 알고 호의적으로 대하고 형광 고양이는 예전과는 다르게 다른 고양이들과 아주 친하게 잘 지낸다. 변한 것은 털 샐깔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계속 형광 고양이일 수만은 없는 일 결국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고... 이 시리즈가 그림책에서 읽기 위주의 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해 기획된 책이라 그런지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거리들을 잘 찾아내었다. 고양이라는 우리 주변에서 흔한 동물을 통해서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게 만약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어린이들이 이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