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678 읽기 독립 2
이은서 지음, 천유주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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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날/ 이은서 글/ 천유주그림/ 책읽는곰

어제 종업식을 했다. 종업식날엔 통지표를 준다. 우린 반 학생 중에 25번 결석한 여학생이 있다. 크게 다쳐 입원한 거 아니다. 딱히 그렇게 많이 야픈 것도 아닌 듯한데 조금만 아파도 보호자는 너무 쉽게 결석을 허락했다. 그렇지 않아도 배움이 느린 학생인데 결석이 잦으니 당연히 학습이 더 뒤쳐졌다. 내가 보기엔 외동에다 응석받이인데 보호자가 아이 하자는대로 끌려다니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돌봄도 끊고 수업 끝나면 몇 시간씩 놀이터에서 놀고 그러다 감기 걸려 조금 아프면 결석하고... 1년 내내 이 반복이었다. 학년 초 배움이 느린 아이로 확정됐는데 디딤돌반(기초학력반)도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워낙 놀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엄마가 집에서 끼고 가르치는 스타일도 아니다. 위 학생은 결국 구구단도 완벽하게 못 외웠고 읽기 유창성도 여전히 또래보다 떨어진 채로 종업했다. 학기 중에도 이랬는데 58일 긴 겨울방학은 오죽할까 싶다. 솔직히 우리 학교 애들 학력이 걱정된다. 우리 학교 같이 열악한 교육 환경에선 긴 방학이 학생들에겐 역효과가 난다. 난 그래서 본교의 긴 겨울방학 반대다. (보호자 다수 찬성) 본교의 교육환경과 어울리지 않아서다.

이 책 보며 결석 잦았던 그 학생이 겹쳐졌다. 나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보호자가 그런 양육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담임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디딤돌반도 보낼 수 수 있으니 담임이 학력 증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아픈날> 의 주인공 예원이는 완전 반대이다. 밤새 열이 펄펄 끓어서 고생하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탔는데 학교에 가야 한단다. 엄마는 출근을 해야하고 아픈 예원이 혼자 집에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아픈데 엄마랑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예원이를 등교시킨다.

교실에 겨우 들어선 예원이에게 선생님이 다정하게 “많이 아프니?”라고 물어봐주시고 짝꿍 미나한테 보건실에 데려다주라고 하신다. 예원은 처음 가는 보건실이 마냥 두렵기만 하다. 게다가 노크하자 보건실 문을 연 보건 선생님은 키도 덩치도 크시고 사투리를 쓰신다. 처음엔 보건 선생님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친절하신 보건 선생님 덕분에 차츰 긴장도 풀리고 엄마한테 서운했던 마음도 녹아든다. 예원이는보건 선생님이 타주신 유자차도 마시고 침대에 누워 까무룩 잠이 든다. 그렇게 한숨 자고 난 예원이는 보건실에 오기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몸과 마음으로 씩씩하게 교실로 향한다.

아픈날 , 예원이처럼 돌봐줄 사람과 사정이 안 돼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겠구나 싶다. 전에 다른 반에서 애가 열이 펄펄 나는데도 학교에 보낸 보호자가 있어 참 이상하고 냉정한 보호자다 싶었는데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싶다. 나도 남매 어릴 때 열이 펄펄 나면 갑자기 결근할 때가 있었다. 난 직장이 그나마 결근이 가능해 그런 혜택(?)을 누린 거지만 예원이 엄마처럼 갑작스런 결근이 허락되지 않은 직장도 있을 터이니.... 애들 어릴 때는 정말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니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인구 절벽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반 어린이처럼 너무 결석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고 열이 펄펄 나는데 지원체제가 없어 아이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아픈데 교실에 앉아있다고 공부가 제대로 될 것이며 보호자는 직장에서 제대로 근무할 수 있겠는가!

보건실 선생님이 너무 다정스럽게 그려져 나까지 포근해진다. 근데 너무 이상적이랄까! 보건실은 마음이 아픈 아이도 자주 가는 곳이므로 이런 보건 선생님이 상주하시는 곳이라면 아이들이 너무 자주 갈 것 같다. 보건 선생님은 그래도 푸근하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아프고나면 큰다고 했나! 예원이도 한층 컸다. 우리 반 애들도 어제 보니 3월에 비해 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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