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활용 수업 - 보물 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정기진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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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어린이책 활용수업/정기진 글/푸른칠판

이 분이 이제야 책을 내셨다니!!! 독서 교육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내공과 저력을 가진 저자 정기진 샘의 첫책 <보물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어린이책 활용수업>이 드디어 발간되었다. 어린이책에 관심 내지 독서 교육 좀 한다는 샘들은 이 분을 모를 리 없다. 나도 저자를 교사 커뮤니티에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을 말해본다. 십 수년 전인 것 같다. 그 땐 저자가 사회 교담을 하고 계셨던지 교사 커뮤니티에 한국사 수업 자료를 차시별로 올렸는데 진짜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은 닉네임을 쓰는데 실명 그대로 쓰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본인을 기진맥진이라 말하는 것도 웃겼다. 때마침 나도 그 무렵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터라 저자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하다 저자가 우리 딸이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게 되신 걸 알게 됐다.

너무 기뻤다. 제발 딸의 담임이 되길 기도했는데 아쉽게도 과학 교담이 되셨다. 이어 나도 그 학교에 근무하게 됐고 몇 년 후 아들의 2학년 담임이 되셨다. 하지만 학부모일 땐 저자가 이렇게 책을 활용해 많은 활동을 하시는 줄 잘 몰랐다 . 물론 학급문고로 책을 여러 권 사오라고 하셔서 돌려 읽히시고 자주 학급신문을 발행하신 건 알았는데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는 건 잘 몰랐다. (책은 학기말에 본인에게 돌려주심) 아마 아들이 학교 이야기를 세세히 하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동료지만 담임과 학부모여서 서로 부담스러울까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느라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리뷰를 쓰기 위해 십 수 년 전 저자의 학생이었던 딸과 아들의 증언을 들었다. 둘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저자의 독서 관련 활동도 해가 지날수록 진화된 것 같다. 이것이 고무적이다. 그냥 그대로인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지금이 되셨고 그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야 말로 책을 통한 평생학습자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저자와 근무지가 같았으면서도 동학년을 한번도 해보지 못해 못내 아쉽다. 저자와 동학년을 했던 샘들이 "정기진 샘과 동학년이면 학습자료건 뭐건 안심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곤 해서 더 안타깝다. 앞으로 함께 근무할 날이 다시 올까! 저자와의 인연을 굳이 이렇게 길고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저자는 함께 근무한 동료에게 인정 받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 만한 사람은 알 거다. 겉만 번드르하고 내실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글과 삶이 다른 경우 말이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자료가 어마무시하다. 어린이 책 좀 안다는 나도 도서 목록 보고 기가 팍 죽었다. '세상에 !!!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시고 수업과 연결하셨구나! ' 새삼 존경심이 차올랐다. 이건 분명 본인이 좋아서 하시는 거다. 지금도 방학인데 매일 서평을 올리시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래도 이 일들을 해내려면 물리적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시고 더 늦게 퇴근하신다. 어떨 때 보면 워커홀릭 아니신가 싶은데 본인은 게으르다고 하시니 천성이 성실 그 자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그렇게 몇 십 년 동안 꾸준히 못한다. 어린이 책 읽고 서평 쓰고 교과와 연계한 도서 목록 만들고 수업 구상하고 학습지 만들고 게다가 이걸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 일을 수십 년 째 하고 계신 거다. 이 책은 저자의 그 내공과 노력이 다 들어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책 자체가 보물창고다.

이 책은 저자가(언제부터 독서 교육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수십년 째 본인이 좋아서 해오던 어린이책 활용수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을 나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읽게 되었다. 이유는 나와 좀 동떨어진(교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한 방법 즉 책 바구니는 해 볼만하다. 당장 3월부터 말이다. 도서관 당연히 있고, 사서샘 있고, 바구니 있고, 저자가 공유해주신 엄청난 도서 목록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도 나와 동떨어져 있다 여겨지면 사장되고 만다. 내일이라도 당장 해볼만한 거라야 실천할 수 있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 " 책바구니"는 도서관에서 교과 연계나 주제 학습에 필요한 책들을 바구니에 한꺼번에 담아 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교실에서 필요할 때마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교실살이를 하다보면 도서관에 책이 많아도 시간이 없어 자주 못간다. 이렇게 책바구니째로 대출을 해오면 훨씬 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다 싶다.

나도 독서 교육을 한지 14년 정도 됐는데 솔직히 도서관 활용수업은 안하고 있었다. 왜? 귀찮기도 하고 내가 소장한 학급문고가 많아서기도 하며 조사할 때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이용해서다. 학급 도서관 시간에도 거의 안 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어린이들이 평생학습자가 되기 위해 도서관을 활용하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그걸 간과했다. 저자의 말에서 " 도서관 활용 수업을 하며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고수했던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평생학습자로 살아가는데 '독서'가 가장 큰 기반이 된다는 생각이다. 학습 방법 또한 첨단의 모든 매체들에 우선하여 책을 통해 학습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는 철학에 완전 동의한다. 특히 교실에서 여러 가지 조사 활동을 할 때 가장 편한 인터넷 검색 많이 했는데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구나 싶어서 말이다.

23학년도엔 책바구니 도서관 활용 수업을 꾸준히 해보련다. 이게 새해 나의 다짐이다. 이 책이 있으니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이런 다짐을 하게한 기진맥진 정기진 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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