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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끊어진 날 ㅣ 라임 어린이 문학 31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아스트리드 헨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은 줄곧 3시간 동안 전자 기기를 쓰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지키고 있다.
일명 스마트 기기 타임 아웃!!!
이런 궁여지책이 없다면 스마트 기기에 너무 매달려 가족 간의 대화도 독서도 안 한다고 판단되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줄곧 시행하고 있다.
등교를 못하고 있는 요즘, 많은 가정에서 우려하는 바도 비슷할 거라 여겨진다.
부모는 아이들이 지금 같이 등교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이나 핸드폰에 너무 몰두하는 건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될 것 같다.
우리 집만 해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 3시간 타임 아웃이 아니었다면 하루종일 게임이나 스마트폰 아니면 넷플릭스를 들여다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른이나 아이나 그 점에서 마찬가지 아닐런지....
가족 구성원마다 스마트 폰이 하나씩 있는 상황에서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은 단순히 기우는 아닐 거라 짐작된다.
티파니의 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맞벌이 부모가 직장에 나가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티파니 남매를 돌보러(?) 오신 날- 티파니는 본인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돌보는 거라고 여기지만-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할머니가 마우스를 클릭클릭 세게 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인터넷이 끊어진 것이다.
몇 달 전에 아파트 전체에 변압기 공사를 하면서 몇 시간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참 암담했었다.
그 때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각자의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던 티파니의 언니와 오빠,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 급작스런 상황에 아연실색한다.
인터넷이 끊어져 할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거실로 나오게 된다.
인터넷은 티파니 집에만 끊어진게 아니라 전 세계 인터넷망이 끊어진 거라
부모님도 더 이상 직장에서 할 일이 없어 귀가를 하게 된다.
인터넷이 끊어진 날,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 시대로 다시 넘어간 순간,
티파니의 가족들은 서로 부대끼며 다양한 일을 한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 19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준 것과 비슷하다.
티파니네 가족처럼 인터넷이, 또는 전기가 모두 나간다면
가족끼리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만들기 놀이를 할 수도 있고,
흉내 내기를 할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춤을 출 수도 있고
귀신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 나라만 해도 개학이 이렇게 늦어지고
결국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으니....
책의 내용처럼 전 세계 인터넷이 끊어져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아무 것도 할 게 없다고 절망스러울 수도 있으나
티파니 가족이 그 안에서 창의적인 놀이를 계발하고 추억으로 만든 것처럼
우리도 분명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소원 했던 가족에게 좀더 집중하는 시간, 그런 시간으로 채워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 같다.
조금 전 꽃 구경을 하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올해의 봄꽃은 여느 해보다 더 찬란히 아름다워 보인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