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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해평, 거북바위를 지켜라!
김혜온 지음, 김병하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12월
평점 :
실로 오랜만에 좋은 책을 소개하고자 이 곳에 리뷰를 쓴다. 그 동안 너무 게을렀다.
전임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특수교사이신 김헤온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먼저 나온 두 책은 작가가 잘 아는 분야인 장애아, 특수학교를 다룬 책이었다. 이번 책은 완전 다르다. 환경 문제를 씨실로 하고, 초등학교 축구팀을 날실로 직조된 그런 장편동화이다. 난 학급 경영만 하는 것도 벅찬데 작가님은 특수학급 교사를 계속 하시면서도 이런 멋진 책을 쓰고 계셔서 정말 존경스럽다. 특히 이번 책은 나로서도 생소한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정말 열심히 자료를 모으시고 공부를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날두와 메시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드록바" 도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닷가 작은 마을 귓골에 사는 세 아이 강우와 민재 그리고 별이는 서로 다르면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강우는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인해 아버지의 고향인 귓골로 전학 온 아이이고, 민재는 귓골의 터줏대감이자 해평초등학교 축구단의 리더로서 좋고 싫음이 명확한 아이이다. 별이는 발명가인 태양 아저씨의 딸로서 현재 홈 스쿨링을 하고 있는 한 마디로 여장부 스타일이다. 강우가 귓골에 처음 전학 왔을 때 먼저 손 내밀고 친구가 되어 준 아이가 민재였고 둘은 그 후로 쌍둥이처럼 붙어 다녔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귓골에 발전소 설립 때문이다. 발전소 설립을 놓고 마을 사람들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대립하게 된다. 민재네는 반대파이고 강우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강우 아빠는 찬성파이다. 어른들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지면서 아이들에게까지 여파가 미치고 급기야 강우 아빠가 민재 아빠를 다치게 하는 사고가 벌어지며 둘의 우정은 심한 금이 가게 된다. 해평초등학교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던 민재와 강우 사이가 어긋나니 해평초등학교 축구단도 와해 직전이 되고....강우, 민재, 별이는 해평초등학교 축구단을 구해낼 수 있을까? 한 걸음 나아가 찬성파와 반대파로 대립하고 있는 마을 어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귓골의 자랑거리인 거북바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바람을 가르다> <학교잖아요?> 에서 다져진 내공과 평소에도 늘 사회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시던 작가님의 삶이 이 작품에 오롯이 녹아 있는 것 같다. 발전소 설립 문제 대립만 놓고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면 자못 딱딱했을 텐데 요즘 남자 아이들이 죽고 못 사는 축구라는 것을 가지고 거기에 우정이라는 것까지 가미를 하여 이야기를 풀어 내는 작가의 저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하나 바닷가 마을 귓골(아마도 작가의 고향 )의 구수한 남도 사투리가 매력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전임교에서 근무할 때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되어 오셨던 김병하 작가의 그림까지 어우러져 책이 더 빛났다. 교사와 작가 겸업 하시는 게 체력적으로 힘드시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울림이 있는 책을 꾸준히 써 주시길 독자로서 작가님께 부탁 드린다.
공은 둥글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공을 나아가게 하는 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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