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1. 2 >를 완독했다.
가장 힘든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해방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을 경험한 그녀들의 삶을 보며
나 또한 그녀들의 삶을 함께 사는 듯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란 이름을 전혀 알지 못했다.
주세죽은 박헌영의 아내이다. 독신주의자였던 박헌영을 결혼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허정숙은 김일성 옆에서 문화부상(장관격)을 지낸 사람이다. 세 명 중 가장 장수한 사람이기도 하다.
고명자는 부잣집 고명딸로 태어나 사회주의자가 되었다가 전향했다가 다시 사회주의자 된 사람이다.
그녀들의 이 짧은 면면을 봐도 그녀들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주세죽을 제외한 두 명은 그 시대에도 편히 살 수 있을 정도로 재력과 명예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꽃길을 버리고 가시밭길을 택한 여성이다.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던 이 세 여인의 삶을 보면서
페이스 북에서 알게 된 샘들이 오버랩되었다.
나보다 선배님들인데
민주화 운동과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한 샘들의 일생이 이 세 사람과 닮아 있어서였다.
무엇보다 이 세 여인처럼 생각이 깨어 있고 진보적이며 시대를 앞서간다는 점이다.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 샘들도 이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어 자꾸 얼굴이 겹쳐지곤 하였다.
난 어땠을까.
나 또한 그녀들처럼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나라를 위해 또는 동지를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갔을까.
허정숙은 무려 5명의 남자가 있는데 그것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두 여인에 비해 더 남자 관계가 복잡하고, 선택당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입장에 섰다는 점에서
셋 중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사 같은 포스?
직접 총을 들고 싸우기도 하고
김일성의 최측근이었다는 점 또한 놀랍다.
그녀의 아버지 허헌 또한 아주 유명한 인권변호사였다는 점도 기억할 일이다.
두 부녀 모두 월북하여 생을 마감하였다.
주세죽은 얼굴이 정말 서구적으로 아름답다.
미인박명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얼굴에 비해 삶은 정말 비참했다.
마지막 딸과의 해후를 앞두고 폐렴에 걸려 쓸쓸히 죽어가는 모습은 너무 슬펐다.
크질오르다라느 지역에서 오랜 유형수 생활을 하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다.
시대가 그랬다.
고명자는 두 명과 뒤늦게 연을 맺게 되는 케이스인데
시대가 워낙 그런지라
사회주의자였다가 전향했다가 다시 사회주의자로
그러다가 한국전쟁 때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외롭게 죽어간 여성이다.
여운형과 딸처럼 돈독한 관계를 맺은 여성이기도 하다.
부잣집 딸이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는 모습을 보며 정말 안타까웠다.
그녀가 선택한 삶이라 그래도 다시 돌아가지 않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우리 역사에서 남성들을 다룬 책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런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 나와 신선하고 반가웠다.
그 당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여성들이 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의문점은
저자도 그렇고 허정숙이나 고명자가 김구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데
확실한 근거를 알고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 싶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