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은 민음사 패밀리세일을 하는 날이다. 매년 갔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 매년 갔기에 뭐 더 살게 얼마나 있겠는가 했지만 같이 간 지인과 합치니 무려 52권의 책을 구입했다.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육체적 고통이 너무 컸기에 왠지 퉁쳐야할 것 같았다.
기대했던 쿤데라 전집은 구경하기가 어려웠지만 계획한 책들은 거의 다 샀다. 최신간은 없었지만 근간은 구할 수 있었던 터라 책을 사놓고도 구간될 때 읽는 요상한 습관을 가진 나로선 살짝 미뤄두길 잘했다 싶은 책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많은 책들을 샀지만 그중 정말 갖고 싶었던 책들을 소개해 본다.
마음 먹은지 얼마 안되지만 [자기만의 방]을 판본대로 모으고 싶다. 민음사 판을 구매함으로서 겨우 두번째 모으는 것이지만. 그런데 왠지 두껍다 했는데 '3기니'와 함께 실렸다. 두 편의 에세이가 실렸다고 하니 왠지 공짜로 책 한 권 더 얻은 느낌이랄까? 같이 간 지인에게 사라고 부추겨 결국은 사게 했다. 근래 단발머리님과 나눈 댓글 중에 그녀의 소설이 살짝 어려운 것은 인정해야했으니 지인에게 소설은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다^^:
장은진 소설가님의 책 [앨리스의 생활방식]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구매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읽고 있다.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왠지 풋풋함이 느껴진다. 빨리 다 읽고 나서 느낌을 정리해보고 싶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 표지가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보니 참 맘에 든다. 책의 표지는 책을 읽기 전에는 함부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인문서로 야심차게 계획한 책 두 권을 구입했다. 사랑하는 심보선 시인의 책이라 [그을린 예술]을 패밀리세일에서 구입한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열심히 읽어야겠다. 사실 나는 바디우도 베케트도 잘 모르는데 트위터에서 많이 접하다보니 마치 아는 사람 같아졌다. 읽어나 보고 안다는 착각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구입하고자 했다. [베케트에 대하여] 나도 알고 싶소!
작년 패밀리세일에서 구입한 [검은책]을 읽고 좋아진 파묵을 그 해 [소설과 소설가]로 만나 깊은 공감을 했었다. (http://blog.aladin.co.kr/tiel93/6022146) 그래서 이번에 그 책을 사고, 이난아 번역가가 쓴 [오르한 파묵]이라는 파묵 연구서도 한 권 샀다. 정말 기대가 된다. 좋아하는 작가에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참 소중하다. 파묵의 소설을 터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공감을 하길 바란다.
수많은 파본들 사이에서 찾아낸 좀 멀쩡한 [색채가 없는...]도 샀고, 쿤데라의 오래된 책도 사고, 선물하기 위한 책도 사고, 있던 책 또 사서 마침 집에 놀러온 조카도 주고(^^:), 충동구매로도 사고 정리 해 보니 내 몫으로 산 책이 29권이었다. 같이 간 후배는 리스트는 딸랑 두 권 정해서 오더니 23권을 샀다 ㅎㅎㅎ 거기에 있다보면 그렇게 사대게 된다. 책 싸게 사서 비축된 돈의 상당부분이 밥값에 차값에 기름값으로 다 빠졌겠지만 뭐, 일상의 활력이 되면 그것도 좋은 일 같다. 다만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육체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ㅠㅠ 아, 그리고 제발 애들 데리고 오지 말길, 나도 애 데려가 봐서 아는데 아이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ㅠㅠ
밥상마루에서 밥 먹고 북카페 북눈에서 차 마시고 '따순기미'에서 감동적인 맛의 빵도 사고, 이곳 저곳 들르던 중에 시공사책방에도 들러서 트루먼 카포티의 책을 두 권 구입했다. 
[차가운 벽]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인콜드블러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에 다시 그의 작품을 찾게 된 걸 보면 그의 작품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는가 보다.

19일에 파주에 같이 간 바로 그 지인과 예술의 전당으로 연극 [세 자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세 자매]는 커녕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게 없는데 마침 [체호프 희곡 전집]이 있길래 얼른 구입했다. 가기 전에 [세 자매]라도 읽고 가야겠다. 아무 기대 없이 갔는데 이렇게 내 욕구에 딱 맞는 책을 만나는 기분은 어쩌면 구매 리스트를 사고 전투적으로 간 앞의 쇼핑보다 만족도 면에서는 더 높은 것 같다.
집에 다섯 개의 쇼핑백을 들고 온 나를 본 남편은 허허 웃었지만 괜한 미안함에 아직 온라인 서점에서 사야할 책들이 있는 터라 머리를 굴린다. 아, 남편이 없는 날 택배가 오도록 주문하려면......?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