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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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유명한 작가를 듣도보도 못했듯이 트루먼카포티도 그러했다. 와우북 축제에서 시공사 부스를 지나면서 함께 간 지인이 트루먼카포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후에 만난 지인도 트루먼카포티의 전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내겐 와우북축제에서 받은 구판 [인 콜드 블러드]가 있었다. 두 권 중 한 권을 고르라고 하셨는데 둘 다 모르긴 마찬가지여서 처음에 말씀하신 책으로 고른 거였다. 왠만하면 '블러드' 이런 제목의 책은 선택하지 않는데 왜 그랬나 이내 후회하기도 했다. 게다가 구판은 붉은 색 표지였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 읽는 내내 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책 표지가 바뀐 건 좀 잘 된 일 같다^^

 

 

 이 책은 실제 사건 관련 자료에 근거한 사실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화' 그 이상인 것으로, 카포티의 말에 의하면 "그 안에 적힌 모든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다. 이렇게 되면 이 작품을 사건 기록이라고 해야할지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만도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소설이다. 읽으면서 인물들의 이름과 말, 고유명사들이 허구라고 느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물들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그 속내와 감정을 아주 세세하게 표현한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술의 구성 방식 또한 매우 뛰어난 소설이었다. 결코 얇지 않은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점차 한 곳으로 좁혀져가는 일종의 긴박감이랄 수 있는 독자를 몰아가는 매력 때문에 오히려 막바지에 이를 수록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 한 곳은 페리 스미스였다.

 

 소설 속 혹은 실제 수사관인 듀이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 트루먼 카포티 때문인지 나 역시 딕에 비해 페리 스미스에 대해 동정심이 더 많이 생겼다. 물론 트루먼 카포티도 듀이도 나도 가해사실을 두둔하거나 하는 생각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딕도 그렇지만 특히 페리의 경우 일평생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 욕구를 충족받지 못한 사람,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서의 동정심이 많이 생겼다. 그런 사람이 모두 페리와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저질러서도 안되겠지만 그의 생에 대해서 가련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감정이 점점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지금의 시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놈의 생각, 생각! 쓰면서도 생각만 한다. 사람과 사람이 살면서 생각하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할텐데도 생각이 앞선다. 누구 한 사람 손을 꼭 잡고 있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사그라드는 일이 많을텐데 나부터도 그 손이 뭐 그리 아깝다고 그걸 못한다. 강신주 작가가 새 책 제목으로 [감정 수업]을 냈다던데 그 책에 갑자기 관심이 간다. 얼마나 우리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면 그런 제목의 책까지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감정은 본능인데 현대인들의 감정은 부정적인 것만 강한 듯 하다. 분노, 화, 억울함, 질투, 외로움 등등.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보다는 점점 뒤로 갈수록, 트루먼 카포티의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굉장히 매력적으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 같다. 그의 작품을 이 책 하나 읽은 지라 어떻다 저떻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이 많이 움직인다. 그는 '냉혹하게' 이 책을 썼을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냉혹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트루먼 카포티가 페리의 모습에서 자신을 본 것만큼 이입하지 못했을 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페리의 모습에서 작게나마 감정을 잃어버리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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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삶은 참말 말 그대로 삶이고,
소설로 꾸몄다 하더라도
소설로 꾸밀 수 없는 삶이 있어요.
소설같거나 소설보다 소설같은 삶이 있어요.
모두 우리 스스로 그리거나 만드는 모습이겠지요.

그렇게혜윰 2013-11-12 13:01   좋아요 0 | URL
내용 자체도 그렇고 그것을 해석하는 작가의 역량도 인상깊은 소설이었어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쓴 작가라는데 오드리햅번에 가려진 더 색다른 매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