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까지 신 나게 보냈다. 천안 큰집에 가서 놀이동산도 가고 올라 와서는 결혼식에 박물관까지 지루할 틈 없이 방학을 보내던 참이었다. 월요일 잠을 자던 아이가 마구 토하기 시작했다. 물을 한 컵 마시면 두 컵을 토해내는 방식으로 여덟 번이나 토했다. 무지한 엄마 탓이었다.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물도 마셔서는 안된다는 것을 몰랐다. 갈증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게 물 밖에 없어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응급실을 피하고자 아침까지 기다리는데 많이 힘들었다. 이차저차 다니더 소아과에서 금식을 명 받고 왔는데 오자마자 또 토했다. 수액을 맞고 굶겼다. 하루 이틀 몸무게가 줄어드는 걸 보는 게 힘들었다. 오늘 즈음엔 밥도 먹고 초콜릿도 먹을 수 있게 되어 몸무게 회복 중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균이라 참 시간이 웬수였다.(웬수는 이젠 표준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소한 의견 표명을 해 본다.)

 

 

밥을 먹을 수 있어도 여전히 체기(소화불량)이 있지만 어쨌든 아이는 기운없어 축축 늘어지던 때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생기 있다. 이제야 책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어제부턴가 그제부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 이제 [이선 프롬] 겨우 한 권을 읽고 있다. 반납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서평단활동으로 읽게 된 동화책 [푸른별 아이들]도 다 읽었고, 이번 달 두번째로 읽는 세계문학인 [정글북]도 재밌게 읽고 있다. 지난 주말에 사온 시집 [희다]도 더 읽어야 한다.

 

대부분 아직 읽은 양보다 읽지 않은 양이 많지만 책을 펼쳐들 수 있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알겠다. 생각이 많을 땐 책을 도피처로 삼는 것은 아닌가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호사임은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책이니 고맙기까지 하다. 책에 대한 회의를 요즘 들어 자주 하고는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배은망덕한 일이지 싶다.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일상의 행복을 깨닫게도 해 주고, 든든한 벗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너무 잰다 싶다. 그냥 사랑하련다. 내일도 편안히 책을 읽을 시간이 조금이나마 주어지면 좋겠다. 잘 때 허리가 아파 새벽에 일찍 깨는데 깨서 책 읽는 시간을 주니 허리 아픈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나???그건 오바다!!!

 

 

 [호텔 뒤락]에서 느꼈던 덤덤하면서 섬세한 문체가 살아 있다. [이선 프롬]이 사람 이름일 줄이야!! 지금 이선 프롬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부분까지 읽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 시작이라는것만! 두근두근!

 

 

 

 낯선 문화의 이야기 형식이라는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아이들을 끝없는 상상으로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냥 어디론가 데려가고 돌아온다면 문학이 아닐 지도. 행복이란 무엇일까, 즐거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아이들 스스로 구할 수 있을 이야기이다.

 

 

 

EBS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 '정글북'으 아들과 보던 차에 집에 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키플링은 참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었구나 싶어진다. 서른 즈음의 작가가 참 순수했다. 모글리 이야기 3편과 '하얀 물개'를 읽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공감가는 언어로 쓰여진 시들이 그득하다. 아직 1부 정도 읽었는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하는 시들이 많았다. 다만 각성시키는 부분이 적어 완벽한 내 취향은 아니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그 어떤 말이든 다 읽어봐야 할 수 있겠다.  

 

 

 

이상이다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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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어떤 작가의 책을 모으는 경우는 드물다. 한 권 두 권 사다보니 세 권, 네 권이 되고 그러고 나면 그 작가의 책이 눈에 띄어 좋으면 열 권도 되는 그런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내 책의 경우엔 김영하, 알랭 드 보통, 구효서, 김려령, 장은진, 이현우, 알베르토 망구엘 등이 그러하다. 밀란쿤데라의 경우가 예외의 경우인데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사서 모았다. 그래서 전자의 책들은 거의 다 읽은 책들이고, 후자의 경우는 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자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옳지만 요즘 자꾸 후자의 방식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스스로 못마땅하기도 하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책이 아니라 아이책에서도 특정 작가의 책은 한 권, 두 권이 세 권, 네 권이 되고 또 열 권이 되곤 한다. 구매력은 내가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은 순수하게 아이의 흥미가 아닌 엄마의 흥미가 포함된 결과물이다. 그 작가들의 책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시작은 오늘 산 두 권의 책 때문이었다. 피터레이놀즈의 [느끼는대로]를 사오니 그의 책이 3권이 되었고, 노인경의 [기차와 물고기]를 사오니 그의 책도 3권이 되어, 곧 그들의 책이 다섯 권, 여섯 권이 되겠다 싶어졌고 책장에서 여러 권 꽂힌 작가들을 보니 생각보다 많아 정리를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1. 앤서니 브라운과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이야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고 책을 많이 내는 작가이기도 하여 아이가 있는 집이면 여러 권 있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존 버닝햄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두 작가의 작품을 섞은 세트 상품이 판매될 정도이다. 우리집에도 두 작가의 작품이 많다. 수적으로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 많지만 그의 작품 중에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도 있어 언제부터인가 새로 구입을 하지 않는 중이고 존 버닝햄의 작품은 여전히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은 [우리 엄마]이고, 존 버닝햄의 작품은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이다. 우리집 아이 책장 속 앤서니브라운과 존 버닝햄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2.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을 가끔 읽고 좋다고 여긴 적이 있었지만 이 긴 이름을 한 번에 딱 외우게 만든 작품은 [마음의 집]이었다. 내 마음의 집에는 방이 여러 개 있다는 그 생각이 나를 혹은 상대를 이해하게 하는 문을 열어준 것 같았고, 이 작품 이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매우 유명했던 이 그림작가는 앞서 말한 두 작가만큼이나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철학적이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은 다음과 같이 가지고 있으며 그중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마음의 집]이다.

 

 

 

 

 

 

 

 

 

 

3. 이수지, 노인경, 이혜리

 

 

왜 나머지 두 사람은 인물 검색이 안되는 걸까? 차후에 업뎃되는대로 올리도록 하자. 국내 그림책 작가 중 가장 먼저 좋아하게 된 사람이 이혜리였다. [비가 오는 날에]를 보고 단순한 그림에서 힘있게 느껴지는 상상을 경험했다. 이후에 두번째로 나를 반하게 한 그림책 작가는 이수지였다. 어쩌면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글보다는 그림으로 독자를 움직이는 힘이 강력했다. [거울 속으로]를 가장 좋아한다. 노인경은 가장 최근에 좋아한 작가인데 사실 [책 청소부 소소]는 별 느낌이 없었다. 그보다는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이 좋았지만 그 보다도 [기차와 물고기]가 더 좋은 것을 보면 아직 이 작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기대가 있다. 이수지 이혜리의 책은 갖고 있지 않아도 많이 읽었지만 노인경의 책은 아직 가진 책과 읽은 책이 같은지라 알아가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4. 피터 레이놀즈, 레오 리오니

책장에 세 권 이상 있는 외국 작가 중 가장 최근에 합류한 피터 레이놀즈,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갑자기 좋아하게 된 레오 리오니. 사실 '모았다'라고 말을하기엔 너무 부족한 양을 가지고 있다. 피터 레이놀즈의 경우 최근에 3권이 되었는데 세 권의 느낌은 많이 비슷하다.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느끼는대로]가 가장 좋다. 레오 리오니는 영어권에서는 교재로 쓰이는 곳도 많다고 해서 원서로도 사봤는데 내 어휘력으로는 독해가 안되어 좌절했다만 그림책의 내용이 전쟁을 반대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내용인지라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느껴 읽게 되었다. 그림도 재밌다만 가끔 번역이.....이해는 한다만 개구리 이름에 은정이를 갖다 붙이는 건 좀 우리 정서와는 안맞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프레드릭]이다.

 

 

 

 

 

 

 

 

 

 

 

 

 

 

 

 

 

 

 

 

향후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작가는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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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놈 -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27
김개미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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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해드린대로 아들의 낭독에 가까운 낭송을 들려드립니다 ㅎㅎㅎ

 

옆에서 몰래 들었을 때가 훨씬 자연스럽고 추임새도 있어서 좋았는데 긴장했네요. 그렇다고 두 번 세 번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감안해서 들어주세요^^ 별다른 기술이나 이런 것 전혀 없는 읽기 입니다 ㅎㅎ

 

그래도 아이가 직접 고른 시이고 적극적으로 나선 행위(?)이니 그점만 봐주시어요^^

 

 

 

 

 

이 시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한 번 던져 봤어요.

 

604호에 일곱 살짜리 형이 살고 있거든

오늘 아침 멋지다고 해 줬더니

 

그랬더니 아이가 받더라구요

 

자기는 멋지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아주 귀엽다는 거야

 

라구요.

 

그래서 이후에도 쭉쭉 이어서 주거니 받거니 한 것도 함께 올려봅니다.

 <원래의 시>

 

어이없는 놈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오늘 아침 귀엽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귀엽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아주 멋지다는 거야


키가 많이 컸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많이 크지 않았다는 거야
자기는 원래부터 컸다는 거야


말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 줬더니
지금은 별로라는 거야
옛날엔 더 잘했다는 거야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자전거 가르쳐 줄까 물어봤더니
자기는 필요 없다는 거야
자기는 세발자전거를 나보다 더 잘 탄다는 거야

 <바꿔 쓴 시>

 

어이없는 놈

 

604호에 일곱 살짜리 형이 살고 있거든

오늘 아침 멋지다고 해 줬더니

자기는 멋지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아주 귀엽다는 거야

 

키가 많이 컸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많이 크지 않았다는 거야

자기는 초등학생만큼 크다는 거야

 

말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말이 많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말이 없는 편이라는 거야

 

604호에 일곱 살짜리 형이 살고 있거든

자전거 가르쳐 줄까 물어봤더니

자기는 탈 줄 안다는 거야

자기는 두발자전거도 탈 줄 안다는 거야

 

(정말?)

 

앞으로 잘 탈 거라는 거야

 

 

 

이 시 말고 한 시를 더 읽었었어요. 녹음을 마치고 "재밌다!!!"라고 했었는데 그걸 미처 못 녹음한 게 아쉽습니다. <맙소사>라는 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똥 그림>이라는 시를 좋아하지 않을까 했는데 똥은 시도 더럽나 봅니다 ㅋㅋㅋㅋ 시인의 생각과 일치하는 듯 해서 너무 귀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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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 가격만큼이나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벤트 사은품이다 하하하. 늘 하는 비유대로 요구르트 빨대 받으려고 요구르트 사는 모양이라 살짝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걸.... 하지만 그 이벤틀을 다 적용받자면 계획에 없던 책들도 사곤하게 되어 요즘은 좀 덜 신경 쓴다만 그래도 견물생심은 남아있다.

 

나와 취향이 꼭 같은 사람이 이벤트 페이지를 잘 정리해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는 참에 그냥 내가 정리를 해 두면 누군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시간 낭비를 덜 하지 않을까 하는 그냥, 시간 남아 쓰는 페이지다 ㅎㅎㅎ

 

단연 그 첫번째는 <소설의 시대> 1/22까지

 

 

여기서 맘에 드는 건 <1984 에스프레소 컵>! 2만5천원 이상 구매자 증정이다.

 

 

아직 읽지 못했지만 주변의 추천 등으로 말미암아 관심이 가고 이미 구매한 책 중에서 강추하고 싶은 책으로는, <유홍준 북천 -까마귀>와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이다. 특히 지인들의 추천이 이어지는 <천국보다 낯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미 읽은 책 중에서 강추를 하자면, 작년 한국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너를 봤어>와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역시 김소연!'하고 말할 수 있어 기뻤던 <수학자의 아침>을 들겠다.

 

 

 

 

두번째로 관심이 가는 이벤트는 <문학과 지성사 특별전> -1/17까지

 

 

마침 <수학자의 아침>을 살 계획이었다면 더더욱 솔깃할 이벤트이다. 품절 표시가 안떴으니 아직 250권이 안팔린건가ㅠㅠ 내가 괜히 속상하다. 그저 추가 적립금만으로도 좋다.

 

역시 아직 읽지 못한 책 중에 관심 가는 책으로는 배수아 소설가의 번역본이라 더 관심이 가는 <눈먼 부엉이>와 맹가리 오빠의 <새벽의 약속>(왠지 분위기가 서부극 같다...^^), 좋아하는 시인이 트위터에서 가끔 인용하는 책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 있다. 

 

 

 

 

 

 

 

 

 

페이퍼 쓰면서 올라오는 지름의 욕구를 방금 느꼈다...^^;;

 

 

 

세번째는 <학고재 선물세트 이벤트 학수고대> 이다. -1/23일까지

 

 

 

  

이 이벤트는 '사고 싶다'의 마음 보다는 '받고 싶다'의 마음이 더 강하다.

받는다면 하하하 김칫국 시원하게 한 번 들이키고! <이주헌 풀세트>나 <한국사 세트>가 좋겠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김칫국일 뿐이고, 학고재 이벤트를 보면서 학고재 아동용 도서들이 참 좋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조카들이나 아는 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트 기획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학고재 옛이야기 세트가 가장 큰 관심이 가고, 그 다음으로는 <책아, 친구하자 세트>와 <인성 교육 세트>가 맘에 들었다. 다른 세트들도 다 괜찮아 보였다.

 

 

 

 

 

 

 

 

이벤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새로 나온 이벤트인양 혼자 떠들었다. 1월 들어 내가 산 책에는 전혀 적용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책을 사자니 요즘 길들여놓은 습관이 무너질 듯도 하여 일단 페이퍼로 욕구를 진정시켰건만 어째 이벤트 마지막 날이 고비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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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무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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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이 책의 일부를 들었을 때 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되었음에도 '다니자키 준이치로 = 탐미주의 문학'의 공식을 머릿속으로 세워버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지는 것은 여전했고 이번에 읽어보자 마음을 먹고 어느 정도까지 읽었을 때에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모습이 예상되기는 하였지만 그저 우리가 흔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줄로만 알았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설을 쓸 때 중요시 여긴 것이 바로 '재미'라고 했다지만 책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게 독자를 집중시킨다. 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만(卍)]이라는 제목은 네 인물이 마치 제목의 글자처럼 서로 얽히고 얽혀 서로에게세 헤어나오지 못하는 관계를 드러낸다고 하는데 그러지 않고서야 저 길한 글자가 이 이야기의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 얽힘의 가장 중심은 바로 아름다운 여인 미쓰코였고 그 팜파탈의 여인에게 가키우치 부부와 와타누키가 거미줄에 걸린 채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국이 얼핏 우리가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 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변태적이고 막장의 이야기 전개만 있었더라면 나 같은 사람은 건너 뛰며 읽었거나 중도에 그만 뒀을 테지만  [만(卍)]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사람이 이다지도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보게 되어 불편하면서도 뭔가 덧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불교 용어인 만(卍)과 연관이 있어 어느 순간 제목이 단순히 내용을 이미지화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를 소노코가 마치 고해성사를 늘어놓듯이 그 긴 이야기를 상대에게 단순하게 털어놓는 형식으로 서술하였는데도 쫑긋 귀를 기울여가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단지 탐미라는 주제로만 시선을 끈 소설가가 아니라 문장의 힘도 대단한 작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는 오사카 사투리로 쓰였다고 하는데 역자도 표준어로 구사해야했던 소노코의 말을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표준어로 쓰였어도 충분히 소노코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번역이 매끄러운 덕도 있겠다. 어쨌든 소노코의 말로 네 남녀의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기도 적잖이 놀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노코의 목소리를 빌려 조롱하고 허무해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욕망에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리는 그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바로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것이 씁쓸해진다.

 

반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느낌이 조금 다른데 50살도 넘게 차이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에게 집착하는 구니쓰네의 모습이나 너무나 아름답기에 남의 아내도 빼앗는 시헤이의 태도 등은  [만(卍)]에서 여성을 탐하는 모습과 닿아 있으나 문장은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만(卍)]이 소노코의 말로 서술되어 차분하면서도 조곤조곤 이야기 듣는 느낌이라 몰입이 잘 되는 반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일본 문화와 문학의 깊은 내용이 함께 있어 글이 고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내용 풍성해지는 매력이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에 때때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색다른 문화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만(卍)]이 네 남녀가 점점 파멸로 향해 가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에서는 시게모토가 과연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를 만난다면 그는 어머니를 어머니로 대할 것인가 여인으로 대할 것인가와 같은 궁금증을 가져가며 읽게 되었다.

 

두 작품 모두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살았을 때는 물론 지금도 쉬이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때나 지금이나 대문호로 추앙받는 것은 그가 단순히 여체를 탐하는 변태적인 상황 설정 속에 숨어 있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아름다운 여인이 무엇이길래 스스로가 악의 화신이 되고 자신과 남을 파멸로 몰아넣는가, 도대체 아름다운 여인이 무엇이길래 오랜 시간 아들이 모정을 마치 여인에 대한 사랑인 듯 느끼도록 상황이 전개되는가와 같은 물음을 소설을 읽으면서 묻게 된다. 어쩌면 평소에 던지기 힘든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욕망이나 성(혹은 그 어떤 대상에 대한 탐심이라할 수도 있는 모든 욕망)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까지 가야 인간은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처음엔 탐미주의라는 말에 내 안의 욕망을 들여다보자라는 간단한 생각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작품을 읽고 단순히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탐미주의 작가라고 부르기엔 스스로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도 잘하는 장동건이 미남 배우라고만 불린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연달아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가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소재로 내게서 어떤 질문을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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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1-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데요. 탐미주의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님의 페이퍼 읽고 나니 궁금해지고, 작가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다만, 감당이 될지, 그게 좀..... 걱정됩니다. ^^

그렇게혜윰 2014-01-09 20:31   좋아요 0 | URL
묘해요, 진짜 막장 느낌도 나는데 뭘 건드려요...그래서 다니자키 준이치로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그럭저럭 감당은 됩니다. 다음 책으론 <열쇠>를 시작했어요.

숲노래 2014-01-0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아가는 밑바탕을 살필 때에
아름다운 문학이 되겠지요~

소재가 무엇이든지요.

그렇게혜윰 2014-01-09 20:31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페크pek0501 2014-01-1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소설을 쓸 때 중요시 여긴 것이 바로 '재미'라고 했다지만 책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게 독자를 집중시킨다" - 이런 책이라면 제가 충분히 찜해 둘 만하네요.

재미있는 글을 쓰기...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것만큼 필수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4-01-10 18:45   좋아요 0 | URL
묘하게 끌어당겨요...스스로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었나 의아할 정도로요...
일단을 다른 작품 몇 더 읽어야 작가에 대해 좋다 싫다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낯선 호감이라서요^^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