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룡소 패밀리세일로 파주에 다녀왔다. 많이 사게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필요한 책들이 나오지 않아 알뜰 구매했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머쓱하지만 집에 오는 차에서 다 읽어봤는데 책은 참 잘 골랐다 푸하하하!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한 권 갖고 싶었는데 이 책이 마침 있어 골랐다. 글밥은 많은 편이다. 25년간 자신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한 에밀리 디킨슨 과 옆집 소녀의 이야기.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아름답다.

 

 

 

동네 언니가 [난 책읽기가 좋아]를 부탁해서 둘러보던 참에 표지가 아주 깜찍한 이 책이 아들내미 취향에 맞을 듯 하여 아빠더러 그 자리에서 읽어주라 명하였더니 아드님 왈 흡족하다 하시어 구입했다 ㅋㅋㅋ 외국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는데 한국작가의 작품이다. 다음 작품 기대해 보련다.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을 좋아하는 터인데 소년의 그림은 처음 보는 듯 하다. 한 집에 한 아이는 책을 너~~무 좋아하고, 한 아이는 책을 너~~무 싫어하는 경우 많은데  이 집이 그런 집이다.  하지만 그들은 요즘의 우리들과 달리 무척 가난하다.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실제로 책 아주머니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아주머니가 매주 배달해주는 책을 어느 순간부터 기다리고 책을 찾아 읽게 된 저 소년. 내가 너의 책 아주머니가 되고 싶구나!!!! 나도 누군가의 책 아주머니이고 싶다.

 

 

그림이 예뻐서 사왔다. 예쁘다기도 부족한 사랑스러움?두 나무의 계절 나기를 통해 나무마다 계절을 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예쁜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어 과학그림책인지 모를 뻔 했는데 과학그림책 시리즈 중 한 책이다! 반면 오른쪽의 책은 누가 읽어도 과학책이다..^^;;  진지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나쁘진 않다.

 

 

이 창고에 있으면서도 아들은 김영사에 들를 생각 밖에 없었다. 바로 본인이 파주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몇 번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더니 사달라고 조르던 책이다. 오늘도 이 책을 절반 가량 읽다가 아빠랑 축구하러 나가면서 담이 걸린 것 같다나 뭐래나? 골때리는 아드님이다 ㅋㅋ 그 안에서 또 공룡 만들기 키트를 사달라고 떼쓰길래 엄마 특유의 협박을 하고는 내려오는데 바로 그 공룡만들기를 1층 로비에서 개당 1000원의 체험으로 하고 있어 인심 좀 썼다.

 

 

밥을 자시고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보물섬에 들러서 네 권의 책을 샀는데 세 권은 공룡책이었다. 전집 구성의 책이라 따로 구하기 어려운데 헌책방에 가면 구할 수 있어 좋다.

 

날이 서늘해서 파주 한 바퀴 잘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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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8-0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주 나들이 너무 좋은데요.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는 저도 애정하는 건데, 새 책인거 같네요.
저도 찜합니다.

그렇게혜윰 2014-08-01 19:34   좋아요 0 | URL
언제 파주 나들이 함께 가면 좋겠어요^^
 
[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스스로도 좀 웃겼던 것은 나는 어쩌면 이토록 다수의 선택과 일치되는 적이 한 번도 없는가 하는 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을 환영하는 데에는 그들의 선택이 나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 책이 있었던가?' 내심 당혹스러웠었지만 어느 새 '다른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겠어?'라는 고마움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받으면서도 나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런 책들이 있었던가?' 다만 두 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보다는 많이 낮았다. 그중 이 책 [독신의 오후]의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부제에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가 있어 '과연 나하고 맞을까' 싶은 의구심 반 '이참에 같이 사는 남자를 이해해보자'는 기대감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우에노 지즈코라는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쯤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조한혜정과 주고받은 서신을 모은 책 [경계에서 말한다]를 쓴 사람이었다. 기대할 만 하지 않은가! 더구나 [독신의 오후]라는 제목도 왠지 쿨해 보이고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50대를 안넘어서 그런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내가 혼자 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등등 공감이 되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제목에서 주는 뭔가 시니컬하고 쿨한 느낌의 글이 아닌 데이타로 점철된 글들이 다른 노후대책 관련 자료들과 차별화되지 않아 인상적이지 못했다. 제목이 쿨한 데에 비해 내용은 너무 맹맹한 게 아닌가 싶다. 
 
보통 남자의 나이듦에 있어 자립의 세 단계라던가 ADL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수십개씩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뉴스들을 모은 것처럼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저자만의 신선한 시각이 아쉬웠다. 정녕 [경계에서 말한다]는 조한혜정 여사의 힘이었단 말인가! 아니었기를.
 
처음엔 이 책과 함께 선별된 책이 피파 관련 책이라 이 책에 더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이 책을 덮자마자 자연히 그 책을 향한 나의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너마저는 안돼! 내 취향이 있어야해! 너 안에 나 있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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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8-0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제가 읽고 있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혜윰 2014-08-01 19:35   좋아요 0 | URL
그 책 마저도...ㅋㅋ 그냥 혼자 사는 것의 의미는 개인적으로 새기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야 겠네요 ㅎㅎㅎ
 
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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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잉도 팔로워도 별로 없는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불세출의 팔불출이 둘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와 서효인 시인이다. 처음엔 몰랐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혹시 싶은 마음이 들었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시인이 트위터에 쓴 글들을 여러 번 읽으면서야 은재가 다운증후군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어쩌면 시인은 이토록 아이를 잘 키운단 말인가!' 싶은 마음에 어느 부분에선 미안하게도 그는 시인 서효인 보단 은재 아빠 서효인이 더 잘 어울렸다.

 

은재가 태어나기 전에 시인은 은재를 맞을 글을 쓰고 있었다. 아마 병원에서 양수 검사를 받자고 했을 때부터 의식하지 못해도 어쩌면 아이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조심스러움이 글에서 묻어난다. 보통 의사의 양수 검사 제안을 거부하는 부모가 흔치 않은데 이들 부부는 애써 그 제안을 무시했다. 아이의 상태를 염려했던 것만큼의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아이가 어떠하든 그 아이를 잘 키우기로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난 그게 이들이 은재를 이토록 건강한 마음으로 키우는 첫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면 적지 않게 장애 아동들을 만나고 그의 부모들을 접한다. 안타깝게도 장애 아동들의 환경이 일반 가정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은 부모에게 충분한 보살핌도 지원도 받지 못한다. 또 극으로는 부모가 너무나 잘나고 대단하여 아이나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은 아이를 처음 만난 이후 여전히 부모의 마음이 다독여지지 않은 상태라 그런 거였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은재는 은재의 아빠와 엄마, 할머니와 외할머니, 고모와 이모를 모두 잘 만났다. 축복이다. 은재가 그들에게 축복이듯이!

 

사실 연애 이야기나 은재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는 여느 연애담이나 육아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은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는 책에서도 빛이 난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힘을 가졌을까? 스스로 빛을 내는 힘 말이다! 그 빛은 때로는 함박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게 반짝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의 빛, 그것을 은재 역시 갖고 있었고 그 빛을 보는 눈을 시인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남들보다 더 예민하고 더 빠르고 더 따뜻하게!

 

울다가 웃다가

 

아내와 둘이서 부둥켜안고 운다.

등을 맞대고 운다.

모른 체하며 운다.

서로 쓰다듬으며 운다.

울다 잠들어 꿈에서 운다.

꿈에 나ㅏ난 너를 보고 놀라 깨어 운다.

운다.

멈추고 목을 축이고 다시

운다.

 

아내와 둘이서 쳐다보며 웃는다.

텔레비전을 보며 웃는다.

연애하던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후후 불어 입에 넣어주며 웃는다.

소고기가 너무 많다며 웃는다.

고깃국 같다고 웃는다.

우물우물 씹다가 웃는다.

웃다가 운다.

운다.

(134-136쪽)

 

그러하기에 시인은

 

멈추고 목을 축이고

다시

이제

그만.

 

떨어지는,

그치는,

눈물.

 

(134-136쪽)

 

시인 아빠 서효인이 좋은 아빠이고 멋진 아빠인지 아닌지는 내 아빠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건강한 아빠라는 점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확신할 수 있다. 제 아이를 이뻐하지 않는 아빠가 몇 이나 있겠는가마는 그 이뻐함이 튼튼함이기가 쉽지 않다. 아빠들은 가끔만 좋은 아빠 멋진 아빠이고 대다수의 시간을 그저 생물학적 아빠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하면 전국의 아빠들에게 항의받을라나? 그러면서 좋은 아빠 멋진 아빠 대접 받으려고 한다고까지 하면? 보통의 엄마의 시선으로는 대부분의 아빠들은 그렇다.(여기저기서 엄마들의 동의가 느껴진다.) 그건 엄마들의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지 않았다. 아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은재의 엄마가 어떤 자리인지, 은재의 아빠로서 존재하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이해하고 인정하고 표현했다. 그건 모든 아내들의 바람이다. 아이를 낳고 생각없이 말하는 남편들의 한 마디에 얼마나 자주 상처를 받는지, 얼마나 많은 다툼을 했는지, 그 여파로 혼자 남은 시간을 슬퍼해야 하는지를 남편들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건강한 남편인지 멋진 남편이지는 내 남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만 그가 좋은 남편이라는 점은 남편을 키워본 아내로서 확신할 수 있다.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스레 하면 좋다. 가끔 아내는 말도 못 알아들을 아이에게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괜히 도덕군자 흉내를 내는 꼰대가 되어 "애한테 왜 그래?"라고 말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거나 눈치껏 행동하는 게 좋다. 지금은 새벽이고 우리는 잠을 못 잤고, 아내는 애를 낳고 시약해졌다. 나는 푸석해진 아내의 곁에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러 번 말한다. 무얼 하든 부족하겠지만 지금은 연애 초기보다 더 정성스레 아내를 위하는 게 좋다.

(191-192쪽)

 

 

길을 가는 엄마와 아이 혹은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를 심심찮게 보고 그들의 대부분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설령 그 아이가 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떼를 쓰며 엄마 뒤를 쫓는 중이라도 보는 마음은 흐뭇하다. 아이들은 그런 흐뭇함을 전해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권리를 부모는 지켜줘야 한다. 아이의 빛, 그것은 엄마의 빛이고, 아빠의 빛이고, 할머니와 고모의 빛이고, 옆집 아줌마의 빛이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빛이 된다. 그 빛을 건강하게 키워주는 부모가 이 책에 있고, 나 역시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오늘 아침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는 일부러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아이와 노래를 부르고 말도 안되는 개그를 주고 받으며 그 짧은 길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아이가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사랑해 아들, 이라는 말이 숨을 쉬듯 툭툭 내쉬어진다. 잘 왔어 우리 아들.

 

* 시인은 이 책에서 농담을 많이 하는데, 주로 그런 농담은 농담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농담인 줄 충분히 아는 농담들이다. 그때 푸흡! 하하하!를 할 수 있으니 읽기 전에 시인이 농담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쓰는 지 세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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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1.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하고 복잡한 사고를 소유함으로써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그러한 천재, 그러한 '슈퍼맨'이 히틀러처럼 사악한 인물에게 매수당한다는 게 가능했을까? (159쪽)

 

과연 의식이 있는 철학자가 나치의 당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그렇다'라는 답을 얻기 위한 질문에 불과했다.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국가가 시민을 향해 총을 쏘는 것, 단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점,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가의 재산을 자기 주머니에 넣기 위해 온갖 머리를 굴리는 점 등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있다. 그들은 권력을 사랑했다. 그 지랄맞은 권력이 이 모든 일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면 과격하게는 그들이 벌레처럼 하찮아 보이는데 그들이 그토록 위대한 철학자이며 위대한 철학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라니, 인간 참 하찮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도 20세기 초반은 암울하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전세계적인 일이었을지라도 멀게만 느껴진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삶에 대해 뉴스에서 흘려 듣는 그 이외의 것을 내가 어찌 더 알겠는가 말이다.

내가 히틀러라는 사람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는데, 어린 나이였기에 희화화된 주인공에 대한 반감은 가졌지만 그것이 얼마나 참혹했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몇 년 전에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읽었고 작년에 [백년의 지혜]를 읽으며 도대체 어떻게 히틀러의 사상과 행동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졌는가에 대한 의문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떻게 한 사람의 생각이 그토록 견고한 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지켜질 수 있었는지 정말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2.

 

[히틀러의 철학자들] 표지 속의 히틀러는 책을 읽고 있다. 그가 읽은 책이 니체와 하이데거의 책이고 읽지 않은 책이 벤야민과 아렌트의 책이라고 되어 있다. 전혀 사실 관계를 모르는 입장에서 니체와 하이데거 같은 위대한 철학자를 히틀러가 읽었다고?라는 놀라움 정도이지 하이데거가 나치당원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서로 반대의 입장에 있던 아렌트와 연인 사이었다는 점은 씁쓸해진다. 결국 하이데거는 아렌트의 사랑 때문에 여전히 하이데거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어디 가서 히틀러의 사상과 행동을 존경한다고 하면 단번에 돌을 맞고 미친 사람 취급 받을 테지만 하이데거를 존경한다고 하면 막연하게나마 대접을 받기도 하는데 도대체 하이데거가 히틀러'의' 철학자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모른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찬양한 범죄자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허용적인가에 대해서는 멀리 독일로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히 볼 수 있다. 최소한 알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얼마나 나쁜 놈들이며 미친 놈을 위해 나쁜 짓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에필로그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들의 사상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이 쓴 언어의 맥락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학생들에게 [존재와 시간]을 읽으라고 권하고 슈미트의 저작과 논리학자 프레게의 책을 읽으라고 권해야 하는가?" 아마도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저자는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왜 히틀러의 철학자였던 그들은 여전히 존경받고, 그들의 이론은 살아있는가 말이다. 앞서 이 위대한 학자들이 히틀러에게 동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렇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이 있다면 이번엔 단호함으로 저자의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 답이 옳다고 믿어본다. 그들의 책을 읽고 배워야 할 사람들은 일반 대학의 철학과 학생이다. 교양 철학 수강생 혹은 철학 서적을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이본 셰라트처럼 그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당시의 참상을 밝혀내기 위한 이들 뿐이라고 믿는다.

 

 수백 만 명의 유대인들이 도살장으로 보내질 때 하이데거가 자신의 고국 독일에서 잠 못 이루는 밤에 시달렸다는 증거는 없다.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하이데거의 가족은 호의호식했고 그 자신은 많은 영광과 화려한 경력을 누렸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의 직업적 경험은 크리크와 보임러, 로젠베르크, 슈미트의 직업적 경험에 견줄 만했고 그 점에선 히틀러 치하에서 활동한 수많은 철학자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헌신적인 나치당원이든 기회주의자이든 평범한 철학자이든 탁월한 철학자이든 그들은 모두 부역의 과실을 따먹었다. (189쪽)

 

 

 

3.

한 사람의 허세와 가식, 자아도취와 분노조절장애 및 열등감의 결과물 치고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다. 전범국가로서 일본의 태도에 비해 독일의 태도는 성숙했다고 믿어왔던 것이 그들도 그저 눈가리고 아웅 밖에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도대체 악행은 저지르는 것에 비해 처벌은 얼마나 미약한지 새삼 확인하여 씁쓸하다. 얼마 전에 본 기사에 수십 억대 사기를 쳐도 고작 1년 정도의 징역을 사는 것이 우리의 법이라고 한다.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댓글로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보단 자조 섞인 농을 던지는 글도 많았다.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의 지식 홍보단으로 활동했던 많은 철학자들이 그대로 교수직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태연히 삶을 누렸다는 사실은 실망을 넘어 허탈했다. 히틀러의 세계가 끝이 났다면 그들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야 마당하거늘 어찌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속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한 영역에서 한 사상의 권위자로서 굳건히 여전히 위세를 누리는 하이데거와 슈미트 등의 학자들을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의 이론을 들먹거리며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이들도 믿을 수 없다.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본질적인 결론이다. 철학이 윤리학에서 시작되었다는 본질적인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극악한 학자의 학문은 그것이 철학이든 건축학이든 사람을 향하고 있지 않기에 믿을 수가 없다.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나는 이 책에 거론된 '히틀러의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무너져야 한다. (칸트나 니체가 반유대교적 이론을 펼쳤고 그들의 사상을 히틀러가 추종하고 나치주의에 깊게 적용했다손 치더라도 그들에 대한 판단은 잠정 보류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아마 히틀러는 그들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한 것을 동시대의 철학자들이 용인했다는 것이 더 문제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 히틀러의 총질은 나치가 패망하면서 멈추었지만 그 때 호사를 누리던 그의 철학자들의 펜질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 중이다. 유대인 철학자들은 히틀러 치하에서 출판이 금지된 이래 책이 출간되지 않는데에 반해 하이데거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는 호칭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이제 그만 그 펜질을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4.

이 책을 읽으며 공교롭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많이 떠올렸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문득 문득 이런 저런 사람들이나 사건들이 스쳐지나가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그 사람들이 사건들을 잊어가고 있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본 셰라트가 [히틀러와 철학자들]이라는 책을 썼듯이 우리에게도 용기 있는 비평가가 필요하다. 지금 시민단체나 학생단체에서 서명 운동을 하고 용기 있는 미디어에서 사실 규명을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들이 소수라는 점이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그들의 용기는 다수의 비겁함에 비할 수 없이 값지다. 이 책도 그러하다. 모르면 모르는 채 덮어둘 뻔 했던 이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 주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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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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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꼭꼭! 

 

서지선

부산에서 태어났고 전라도 광주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한 뒤 서울로 올라와 잡지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의뢰받은 그림을 그려 오면서 늘 마음 한편에서는 내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만든 첫 번째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이 있습니다.

 

첫 작품인 《오늘은 5월 18일》이 너무 강렬했다. 작년 5월 즈음 만난 이 작품은 그날이 될때마다 떠올리게 된다. 그날에 관한 책이 어디 한두 권이겠는가만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아이들은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50년 6월 25일의 전쟁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 내용 꼭꼭

 비행기를 처음 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1950년 6월 25일은 '나'가 비행기를 처음 본 날이자, 전쟁이 시작된 날이고, 이후 1995년 12월 25일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와 동생,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결코 만날 수 없게 된 이유가 된 날이다. [엄마에게]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기려 박사님의 이야기를 담은 개인적 실화이기도 하지만 실제 사건을 다루었기에 역사적 실화이기도 하다. 장기려 박사님이 부산으로 데리고 온 둘째 아들이 바로 '나'인데 그 아이의 눈으로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한다.

 

 

다복했던 한 가정, 봉선화꽃 곁에서 행복했던 그 가정이 전쟁으로 인해 다시는 만날 수 없이 헤어져 그저 그리워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여 더욱 슬퍼진다.

 

 그날 밤 아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우셨다.

 

 

엄마와 헤어진 나와 아빠는 부산에 정착하지만 '나'는 엄마가 보고싶다.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엄마의 만둣국이 떠올라 더욱 엄마가 보고 싶다. 학교에서 엄마가 좋아하시던 노래 '봉선화'를 부르면 엄마가 더 생각난다. 어찌 '나'만 그럴까? 평양에서 그러했듯이 부산에서도 부상당한 환자들을 돌보던 아빠, 매일 병원으로 출근하는 아빠도 엄마가 생각이 난다. 엄마에게 온 소포를 받던 그날 밤 아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도 못내며 울어야 했던 아빠의 모습은 더욱 보기가 힘들다.

 

 

 

봄은 오고 엄마가 보내주신 봉선화 씨앗은 마당 가득 피웠다. 엄마가 녹음해주신 노래를 듣고 봉선화를 바라보는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까?


◐ 마음 꼭꼭!

봄이 왔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맺어졌고 봄은 왔건만 가족은 만날 수 없었다. 휴전선이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만나자했던 할머니의 말씀은 지켜질 수 없었고 대신 엄마의 마음과 노랫소리가 소포로 왔다. 아마 처음에 그것을 받았을 때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죽여 우는 아빠의 마음을 보면 아다시피 애절하였을 것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게 하여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그 곁에서 엄마를 추억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산가족의 마음에서 행복은 그들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그때에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산가족이 아닌 입장에서 아무리 이해하려 해 보아도 애끓는 그 마음을 문턱에도 가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그날의 전쟁은 참담한 것이다. 이미 우리 세대에서도 많이 무뎌진 그 마음이 다음 세대에선 무뎌지다못해 냉정해질까 싶은 걱정이 된다. 지난 책도 그러하고 이번 책도 의미있게 만들어주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을 꾸준히 응원하련다.

 

책을 읽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픈 마음에 독후활동지를 만들어보았다. 첨부가 되지 않아 이미지로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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