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꽃을 사러 갔는데 마트 앞에 홈레스인 사람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번 봐도 술에 잔뜩 취한 것을 알겠더라. 그래서 나는 저만치 돌아서 피해가는데 남편은 그 사람 옆을 지나간다.(가만보면 이 사람은 꺼리는 게 없다는;;;) 그 남자는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남편에게 돈이 있으면 좀 달라고 말한다. 남편은 지금은 잔돈이 없지만 나올때 생기면 주겠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20년을 함께 살고, 그 전에 4년 정도를 데이트 해서 알지만 이 남자는 빈 말을 절대 안 하는 사람이다. 나올때도 돈이 없어서 못 주면 없다고 찾아가서까지 말은 안 하겠지만, 만약 그 남자가 기억하고서 돈 생겼냐고 물어보면 미안하다(에 밑줄), 없다라고 할 남자다.
암튼, 문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면서 왜 저런 사람에게 돈을 주려고 하냐? 그리고 상대를 안하면 되지 뭘 또 돈이 생기면 주겠다는 말까지 하냐고 뭐라고 했더니, ˝돈이 있으면 도와주는 게 좋지. 큰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그리고 꼭 준다고 한 것도 아니라 maybe라고 했기 때문에 잔돈이 안 생기면 못 주는 거지.˝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자꾸 돈을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받은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그러는 거야. 안 도와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고 하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줬는데 그 사람이 그 돈으로 술을 사먹는데 사용했다면 어쩔수 없는거지.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간섭해서 그 사람을 안 도와주겠다고 결심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너가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하는 선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잔돈이 생겼고 남편이 그 사람에게 돈을 주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표정을 짓더니, 남편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란다는 둥 엄청 멋진 축복을 하는 거다. 음,,,,어떤 게 잘 하는 걸까??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남편은 그런 일을 으쓱하고 싶거나, 동정심을 베풀고 싶거나,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거나, 그런 이유로 절대로 한 게 아니란 것을 안다. 이 사람은 아주 단순하다. 도와줄 수 있으니까 도와주고, 도와줄 수 없으니까 도와주지 못 하는 거다.
어쩌면 가장 미적지근한 사람이다. Maybe 와 maybe not 사이를 왔다리 갔다리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