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절대 읽지 않을 걸 알면서 왜 쓰는 것일까요, 어쩌면 절대 읽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일까요, 언젠가 부끄러울 걸 알면서 왜 쓰는 것일까요, 혹시 언젠가 부끄러울 줄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일까요, 어째서 슬프지 않은데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슬프지 않아서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슬픈 이야기를 하여서 슬픈 것입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현실이고 사랑했던 마음이 추억이라면, 현실이 충만한 가운데 충만하지 않은 추억을 헤집으며 일부러 슬퍼지려 하는 마음은 현실의 추억입니까, 추억의 현실입니까.





상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감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나에게 유일해지고 싶은 감정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부를 방법이 없다. 

_박준, 『운다고 다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들이 첫번째 나무에 이르렀을 때, 비용은 교수형을 당한 사람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혀가 밖으로 나와 있었고, 달이 시체를 창백하게 비추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비용은 앞으로 나아갔다. 근처 나무에도 교수형을 당한 사람이 매달려 있었지만, 역시 모르는 사람이었다. 비용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무에 늘어뜨린 시체로 가득한 숲을 보았다. 그는 시체를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차분하게, 미풍에 흔들거리는 다리들 사이를 헤매면서. 그러다 그의 형을 발견했다. 그는 목에 매인 줄을 단검으로 잘라내 형을 풀밭 위에 내려놓았다. 시체는 죽음과 추위로 굳어 있었다. 비용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형의 시체가 말을 했다. 여기의 삶은 널 기다리는 하얀 나비로 가득해, 내 동생아, 시체가 말했다. 다 애벌레들이야.

_안토니오 타부키, 『꿈의 꿈』



중2병 2학기


말하면 모든 일이 나빠질 거라는 생각에, 모든 나쁜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말이 이룰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행복한 시간들을,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지나가고 싶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네가 알 것임을 네가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알았다. 틀렸다. 그것도 나쁜 생각이었다. 생각만으로 일이 나빠지고 있었다. 내가 나빠지고 있었다.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마음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날 내가 거칠게 열어본 너의 마음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말하는 것이 무참한 폭력일 수 있듯, 그날 네가 손도 대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너로 가득 차 있었다고 오늘 추억하는 것이 오만일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아직 시인이 되지 못하여 시월이 오면 고작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그때 네 사람이 되지 못하여 고작 이런 글을 쓰지 않고는 가을을 날 수가 없다.





먼 곳은 늘 먼 것의 아우라로 인해 동경의 빛으로 빛난다.

_장석주,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역설적이게도 잊으려고 하면 잊히지 않고 오히려 기억하려 하면 잊게 된다. 사라짐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을 흔적으로 남겨놓을 때다. 흔적으로 기록하고 그 흔적을 중심으로 언어의 탑을 쌓으면 우리는 그만큼 충격적인 현실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무조건 잊기 위해 눈을 감으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현실의 무게가 더욱 우리를 짓누른다. 

_맹정현, 『트라우마 이후의 삶』



"전 여전히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드너 씨. 당신과 부인의 출발점은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가드너 씨, 당신이 그동안 불러 온 이 노래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 노래들이 모두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연인들이 사랑을 잃고 헤어져야만 한다면, 그건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영원히 함께해야 마땅합니다. 그 노래들이 이야기하는 바가 이런 거 아닌지요."

_가즈오 이시구로, 「크루너」, 『녹턴』




고3병


바람 부는 언덕에 조용히 앉아 잎 떨구는 나무를 보았다. 흰 바람을 몸에 감고 있었다. 갑자기 가을이었다. 사람들은 사진 속에 가을을 담아 가져가려고 분주하다. 나는 마음의 주둥이를 열고 그저 가을이 주는 만큼 담아 왔지만 마음이 얕아 넉넉히 챙기진 못했다. 모자란대로 아껴 먹으며 이 시간을 날 것이다. 겨울이 오기를 빈 공간으로 기다리겠다.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는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 ...... 살아 있는 삶, 다시 말해서 죽음이 함께 깃들어 있는 삶을 고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_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고요를 만나면 고요 속에 가만히 서 있는다. 고요의 세계 안에서 빛은 사물의 색들을 선명하게 살려 내고 사물은 사물대로 그 확고한 형태를 되찾아 빛난다. 고요는 곧 질서요 투명함이다. 

_ 장석주, 『일요일의 인문학』



도처에 시계 아닌 것이 없다. 물은 흐르는 시계고 꽃은 피어나는 시계고 사람은 늙어가는 시계고 철새는 날아가는 시계고 바람은 불어가는 시계다. 생명들도 생명 아닌 것들도 다 무엇인가의 시계이며 거대한 우주라는 시계의 부품이다. 

함민복 <시계>, 강정 외, 『시인의 사물들』 中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0-1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빠른 성장중이시군요.^^

syo 2017-10-14 20:48   좋아요 1 | URL
그러나 중2병은 영원히 회귀하는 불치병입니다...... 고3이 되어도 33이 되어도 때가 되면 산란기 연어마냥 다시 중2가 되는 것입니다.

서니데이 2017-10-14 20:50   좋아요 1 | URL
그럼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젊다는 말씀이잖아요. 부러워지고 있어요!!

syo 2017-10-14 20:5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그것이...... 중2병 안 앓아보셔서 모르시는 것 같은데,

중2는 인생에서 제일 늙은 나이입니다. 세상 모든 슬픔과 고통을 지 혼자 다 짊어지는(짊어진다고 생각하는) 나이거든요 ㅋㅋㅋㅋ

독서괭 2017-10-1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oon애보 syo님의 아픈 시월이군요.. 그날 내가 거칠게 열어본 너의 마음은 비어 있었고 그날 네가 손도 대지 않았던 나의 마음은 너로 가득 차 있었다- 참 마음 아픈 글입니다.
 



아미엥에서의 주장

루이 알튀세르 지음 / 솔출판사 / 1991



넓고 깊은 알라딘 세상. 뭐 이 정도 책 가지고 엄살이지, 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겠지만, 읽다 중간에 서른 번 정도 포기하고 싶었다. 평소의 syo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철학 듣는 밤>에서 이르기를, 이 책이 알튀세르 책 중에 제일 쉽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포기하면 syo는 사람 아니다, 배추다, 배추. 그런 마음으로 서른 번을 꾹 참고 읽어나갔다! 거의 다 읽었다! 마침내 마지막 논문인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나타났을 때, 서른한 번째로 포기하고 싶었고,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포기했다. 그래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추입니다.




어제의 무와 오늘의 배추


 

<철학 듣는 밤>에서 알튀세르의 저작 가운데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처음으로 읽을 만하다고 추천한 뜻은 알 것 같다. 이 책이 알튀세르가 자신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저작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당신들처럼 철학에 기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먹히겠지만, 배추 같은 문외한에게는 포괄적이니 읽어보란 말은, 구름 떴으니 뜬구름 잡아보라는 말과 같다. 배추라면 이 책을 권하지 않을 것이다. 더 친절하고도 알차게 뽑힌 책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를 권하겠다.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루크 페레터 지음, 심세광 옮김 / 앨피 / 2014


그러나 서른 번을 참으면서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읽어낸 것은 확실히 소득이다. 마르크스도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이데올로기 하면 알튀세르지. 구구절절 감동 받았다. 내용이 알고 싶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입문서인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를 권한다. 우린 일반사람이잖아요. 둘 다 읽어보니, 최소한 이데올로기에 관해서는 그 책 정도면 충분하고 충실합니다. 배추 올림.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한기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실상 누군가 저자가 되는 사이 누군가는 독자가 된다. 도대체 왜, 왜 나는 안 되고 저 사람들은 되는 건데. 뭐가 그리 잘나서. 사실 읽어 보면 잘났다. 반드시 어디 한 군데라도 잘난 구석이 있다. 책 역시 하나의 상품인데,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영리한 자본가들이 안 나가겠다 싶은 상품을 내 놓겠냐고. 결과적으로 잘 팔리는 데는 하늘의 뜻이 조금은 필요하지만, 시장에 나온 책은 최소 한끝은 있다. 배추한테 부족한 그 한끝. 아니다 두끝. 잘 생각해보니 세끝.....네끝? , 뭐 부족한 게 계속 나와. 아무리 배추라지만, 있는 건 부족하고 부족한 것만 있나.

 

저 자가 저자가 되는 비결. 한기호 선생님이 알려드립니다. 그 비결도 막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럿 저자로 만들면서(만들고 나서) 깨우친 아주 뜨끈뜨끈한 고급 정보.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저자가 된 저 자들이 원래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고, 양자리 A형 무지렁이 배추는 읽는 내내 무지렁무지렁 수심만 가득해진다. 그렇게 울기 직전까지 갈 때쯤 그 모든 것을 이미 예측했다는 듯 한기호 선생님이 던져주는 7가지 고급진 알짜 정보. 이 자리에서 배추가 알려드리진 않을 거예요. 나 혼자 다 먹고 나 혼자 용 될 거야. 배추용. 추드래곤.

 

 



글 잘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현주 옮김 / 더모던 / 2016


 

안녕하세요. 알라딘 공인 사이토 다카시 까는 남자, sy....아니지 배추가 돌아왔습니다.

 

, 시종일관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쓰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예쁜 헛소리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고, 차별은 하면 안 되고, 해는 동쪽에서 뜨고, 누나는 나보다 연상이고..... 또 뭐가 있지?

 

중요한 건 읽는 사람을 얼마나”, “어떻게고려하여 쓰는가이다.

 

다시 말하면 글쓰기의 제 1원칙은 3자가 읽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생각하는 것이다바로 읽는 사람의 시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12)

 

이게 왜 의미없는 말인지 증명해 볼까? 사이토 다카시가 과연 이 글을 읽는 배추의 머릿속에 뭐야, 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매력도 특징도 없는 공산품 같은 문장은. 이런 글 아니면 못 읽는다고 생각하나? 배추 개무시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 알고 일부러 이렇게 쓴 거면, 인정.

 

물론, 글은 독자가 읽을 수 있게는 써야 한다. 그렇다고 독자가 읽을 수 있게만 쓰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그냥 당연한 말이고 기본 조건이다.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은, 그렇게 글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당신의 문장이다. 당신의 방법을 열심히 따랐을 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것이 기껏해야 당신의 수십 권 책 속에 일관적으로 들어있는 이 무미건조하고 복사기로 찍어냈대도 믿을법한 양산형 문장들일 뿐이라면, 당신은 최소 글쓰기 책을 낼 자격은 없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잘 하시라구요.

 

나의 경우는 실제 글을 쓸 때 이것을 염두에 두고 쓰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겠구나하고 독자들의 읽기를 의식하며 시작된다. (16)

 

시작된다? 어휴..... 제발 번역자의 실수길, 당신의 경우 실제 글을 쓸 때 그 읽기를 의식했다는 독자들이 저 어색한 문장에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니었길 빈다. 빡치니까.

 

 

그나저나 배추가 요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장론.

 



문장을 쓰는 비결은 바로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그건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그래서 어딘가에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와 적당히 헤쳐나가게 된다.


이미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법이라재주가 있는 사람 같으면 주위에서 "제법인데"라는 등의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당사자도 그런 기분에 젖는다그러나 좀더 칭찬을 들으려다가 영 그르친 사람을 난 몇 명이나 보았다분명 문장이란 많이 쓰면 능숙해지기는 한다그러나 스스로에게 분명한 방향감각이 없는 한그 능숙함의 대부분은 그냥 '재주'로 끝나고 만다.


_무라카미 하루키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언어 공부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


 

배추는 여기서 말하는 언어가 외국어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그리고 그건 외국어가 맞는데, 책을 덮고 나면 희한하게도 언어가 아니라 개그를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배추는 내용이나 문장도 따지지만, 빵 터뜨리거나 엉엉 울리면 무조건 별 다섯 개 매기는데, 세상에 도서관 열람실에서 빵 터져서 얻어터질 뻔 했다. 외국어 책이 이러면 곤란한데. 긴 설명 필요 없고, 예문 몇 개를 제시합니다.


확실하고 고통없이 독일어를 배우려면 독일인으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음, 그러기엔 조금 늦었다. 어떤 사람은 10년, 어떤 사람은 20년이나 30년 정도 늦었는데, 어쨌거나 우리 모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51)


따분한 말동무는 외국어로 말할 때도 재미가 없다.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적은 적이 있는데 일본인들 모두가 나와 영어를 연습하려 하다 보니 내가 일본어로 한 질문에 아무리 일본어로 대답을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어떤 사람이 나를 안타까이 여기고는 이런 슬픈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으로 마쓰모토 씨를 추천했다. 나와 일본어로 대화하려고 오후에 기꺼이 짬을 내준 사람이었다.

마쓰모토씨는 알고 보니 불교 승려였다. 진심으로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된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유일한 얘깃거리는 불교였다. 특히 불교의 12개 종파 중에 11개 종파는 완전히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그가 따르는 종파만이 진실하다고 했다. 그 사람이 법화 사상의 유일하고도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를 세 시간째 설명할 때 나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74 75)


발음은 어휘와 문법지식이 상당하지 않다면 별다른 값어치가 없을지라도 처음 입을 열 때는 지식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것은 외모와 비슷하다. 첫 선을 보일 때는 예쁜 외모가 정답이다. 나중애 알고 보니 멍청하고 따분히고 심지어 못된 성격일지라도. 어쨌거나 첫 싸움은 이긴 것이다.(106)


수십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전투의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분이 유일하게 잊어버리는 것은 반 시간 전에 그 얘기를 했다는 사실 뿐이다.(214)


어떠십니까. 별거 아닌 것 같으시다구요. 으하하하, 얘네들은 에이스가 아니라는 거. 이 책에서 제일 웃긴 글을 10이라고 했을 때 0.023에서 2.175 사이의 애들로 한번 소소하게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짜 아롱사태는 251쪽부터 시작되는 외국어와 함께 여행을챕터에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세요. 배추는 지금 바쁩니다. 아까 잃어버린 배꼽을 찾아야 돼서요.


마지막으로 언어 공부에 힘쓰는 이웃분들께 배추가 저자의 따뜻한 충고 한 마디를 전합니다. 꼭 언어 공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습니까.


스스로를 언어 천재라고 믿어라. 실은 그 반대라는 게 드러난다면 통달하려는 그 성가신 언어나 여러분의 사전들 혹은 이 책에 불만을 쌓아두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200)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0-1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언어천재인거 같아요.. 어쩜 이리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시는지? 게다가 자본론도 열심히 읽으시고... 자본론 리뷰는 언제 올라올려나 기대됩니다. 쪼꼼만 읽었더라도.. 님의 리뷰를 기대하면서 북플만 누르고, 기다리는 알라디너를 위해서라도..

syo 2017-10-13 20:28   좋아요 0 | URL
안 믿어요 그런 말씀ㅎㅎㅎ

그리고 sprenown님께서 그렇게 기대하실만한 퀄리티의 글이 올라오지 않아요. 기대하지 마시라고 제목에 ˝꼬꼬마˝라고 붙여놓은 건데.....

별로 내용도 없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져서 내일 올려야겠다 하고 있었습니다^^

cyrus 2017-10-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글에 나올 채소는 당근인가요? ^^

syo 2017-10-13 20:29   좋아요 0 | URL
모르겠어요.....
쓰다 보니 저렇게 된 거지, 식단표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ㅠ

독서괭 2017-10-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에 이어 배추까지 ㅋㅋㅋㅋㅋ 총각네 야채가게 차리실 기세네요ㅋㅋㅋ 빵 터뜨리게 하면 별 다섯개- 그렇다면 syo님 글도 별 다섯개!!

syo 2017-10-13 21:05   좋아요 0 | URL
막상 syo는 자기 글 보면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으니 별 세개.... 내일은 또 뭐가 될려나요.

sprenown 2017-10-1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기본 퀄리티는 되잖아요? 저는 자본론 서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이번기회에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워밍업 하려던 참이었어요. 추워서 목욕재계는 못하겠지만, 이번달 안으로는 첫 빠따 기대하겠습니다!

syo 2017-10-13 21:06   좋아요 0 | URL
서문이 열라 어렵습니다.... 서문만 읽었는데 이래저래 후비적거리다보니 A4 네 바닥이네요...

psyche 2017-10-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리 a형 무지렁이라고 하셔서 절 부르시는줄 ㅋ 그건 그렇고 ‘언어공부‘이거 땡기네요. 0.023에서 2.175 사이의 아이들인데도 이렇단 말이죠!

syo 2017-10-14 09:14   좋아요 0 | URL
그러나 막상 언어 공부에는 큰 도움 될지 의문이에요....

단발머리 2017-10-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syo time!!
바야흐로 syo님 시대가 열렸어요.
아니 배추님, 아니 배추용님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고 가요.
언어공부, 빨리 읽어야지 결심하면서^^

syo 2017-10-14 0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yo의 시대라니, 암담한 시대가 열리고 말았네요.... 이런.

잠자냥 2017-10-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공부>는 선물용으로 샀는데 인용하신 빵터지는 문장을 보니,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재미난 할머니네요. ㅎㅎ

syo 2017-10-14 11:46   좋아요 0 | URL
16개 언어를 하는 웃긴 할머니셨습니다. 역자도 15개 정도 한다는군요.

페크pek0501 2017-10-1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유익한 책기록이구나, 하고 읽었습니다.

syo 2017-10-14 18: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피식 웃기는 책기록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유익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집 나간 책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

 

어느 햇살 좋은 날, 읽는 거 양으로 치면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는다는 오만과, 많이 읽으면 알아서 잘 쓰게 될 거라는 편견이 만났다. 오만과 편견은 첫 눈에 서로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운명임을 감지했고, 온 세상이 그 결합 반댈세를 외치는데도 못들은 척 고집스럽게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가다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골방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의 결과로 syo가 태어났다. 30권을 읽어도 3권을 읽은 것보다 아는 게 없는 허망한 독서인. 30권을 읽어도 1개의 리뷰를 채 못 쓰는 실속 없는 독서인. syo. 독서계의 속빈 강정, 바람 든 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뭅니다. 무예요.





보통의 독자들은 서민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촌철살인의 재치와 해학에만 눈길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는데, 무는 그 뒤에 가려진 그의 피나는 노력을 읽는다. 그는 타고나기를 금 혓바닥을 물고 태어나 입만 열면 침 흐르듯 웃긴 말이 좔좔좔 흐르는 그런 개그천재는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의 사지육신 오장육부(무엇보다도 얼굴)을 다 팔아서라도 웃음을 사려는 그의 욕심이 무의 눈에는 선연히 보인다. 이것은 비록 수준은 뒤처지지만 욕심에서는 뒤지지 않는 무의 동병상련의 정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내가 요즘 서민을 읽고 있는데, 느낀 게, 욜로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애..... 근데 나는 열심히 안하잖아. 난 안될 거야. 아마.”

 




 

시인의 사물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

 

어쩐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무는 한때 시인을 꿈꾼 적이 있다. 애기 무 시절이었다. 애기 무가 매운 법이다.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당차게 , 서른 정도 되면 등단하지 않을까?” 이러면서 미친 호기를 다 부렸더랬다. , 세상에. 충격 고백.

 

서른 애저녁에 지났고 이제 늙은 무가 되어 생각해볼 때, 서른에 시인이 되지는 못했으나 아무래도 시인이 될 수 없겠다는, 세상 다 알고 무만 모르던 냉혹한 진실을 똑바로 깨달은 것도 서른쯤이었던 듯하다. 이만하면, 뭐라도 하나 건진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하여 무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시집을 읽는 사람이 되어, 한없이 시인을 동경한다. 시인이라 하면, 표절이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지만 않았다면 일단 무조건 빨고 본다. 이제 무보다 어린 시인도 수없이 많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한낱 무 주제에 지가 뭐라고 저보다 어린 시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깔끔하게 인정하면 내가 무가 아니지. 그리하여, 어디서 주워들은 풍문, “잘 생기면 오빠다를 변주한 잘 하면 형아다를 기치로 내걸게 되었다. 여기서 하다는 보통 읽다쓰다를 가리키는 바, 그러니까 이 책은 온통 미친 형아 누나들의 대향연이다. 만족. 그런데 어쩐지, 어린 형아 어린 누나들이 선배들보다 더 화려하고 현학적인 글로 촥촥뿜뿜 실력을 뽐내고 있네. 힘도 바짝 들어갔고. 아이고, 시인도 얄짤 없이 사람인 거라.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6


무는 처음 읽는 작가. 유명한가? 본문에 나는 전작 <카프카의 서재>에서 ......”, “나는 다른 책에서 ....... 한 바 있다.” 이런 글귀들이 계속 눈에 보이네. 전체적으로 잘 쓰는 알라디너 서재를 들여다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게 빠는 걸까요, 까는 걸까요.

 

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곳 두 군데. 무가 한번 따집니다.

 

첫째,

다른 모든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것이다더구나 그 만남이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일면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만남이 아니겠는가.(19) 


이건 아니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무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우리는 이제 소설을 통해 를 만날 게 아니라 를 만나야 합니다. ‘는 이제 그만 좀 만나야 해요. 우린 지나치게 만 생각하며 살고 있잖아요. 소설 속에서도 닮은 모습을 만나고 읽을 정도로, 아직도 가 부족한가요? 생각해 주세요. ‘만 알고 를 몰라서 벌어지는 아프고 슬픈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와 만나는 소설 즐길 버릇을 하다 보면, ‘’와 만나는 소설 읽는 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나와 닮지 않은 사람, 나와 닮지 않은 생각,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손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소설은 무지막지 많고, 나와 닮은 사람의 나와 닮은 생각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줄을 서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미 나와 닮은 사람을 소설 속에서 만나면 순간 기쁨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덮고 나면요. 감정은 기억보다 빨리 약해집니다. 나중에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만 남습니다. 굳이 소설을 통해 를 만나고 싶다면, 이미 만들어진 나를 거울처럼 비추어 볼 것이 아니라, 나를 소설 속에 집어넣으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빚어나가야 합니다. 나라면 저 자식의 뺨을 후려쳤을 텐데. 나라면 아마 벌벌 떨고 있느라 아무 말도 못했을 텐데.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그때 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읽는 것이 소설을 읽는 좋은 방법이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시종일관 저런 방식으로 소설을 읽는 좋은 책 두 권 소개해드려요?





솔직히 첫 번째는 그냥 무의 무 같은 견해일 뿐이지만,


둘째, 검색해보니 이미 이 문제를 제기한 분도 있던데, <위대한 개츠비> 끝부분에서 개츠비의 차를 몰다가 사람을 치어 죽인 것은 톰이 아니라 데이지입니다. 개츠비가 그 일로 오해를 사 목숨까지 잃었으니 사소한 사건도 아니고, 거기서 차를 몬 것이 데이지라는 사실은 맥락상 무시할만한 일도 아닌데, 떡하니 톰이 죽였다고 써 놓으시면 어떡합니까. 이 책이 무슨 인생의 책이라도 되는 것 마냥 온몸으로 칭찬하셨잖아요.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 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거라면서요. 이제 무가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챕터 1부터 이런 실수(?)를 하시면, 그 뒷부분은 제가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읽어야 되겠어요. 말씀을 좀 해 보시라구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17-10-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리뷰를 요렇게 재밌어하며 읽어보기도 오랫만. 등단만 안하셨지 작가이신데요^^

syo 2017-10-12 17: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무립니다.
syo는 그냥 무입니다^^

라임 쩔었다....(뿌듯)

다락방 2017-10-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 두 권 링크 해주셨네요. 워낙에 아름다운 페이퍼인데 아름다운 책이 두 권 떠억- 얹혀 있으니 아름다움이 극에 달합니다.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초특급 아름다운 페이퍼에요, 쇼님.

syo 2017-10-12 17:48   좋아요 0 | URL
저 아름다운 책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이 정도 페이퍼는 껌으로 작성하게 됩니다. 훗.

짜라투스트라 2017-10-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재미있어요 ㅎㅎㅎ

syo 2017-10-12 18: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맨 아래 두 권 추천이요.

독서괭 2017-10-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네요. 어떻게 책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아무도 그걸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저자와 책에 대한 신뢰를 확 떨어뜨리는군요.
무 사진 올려주신 거에 빵 터졌습니다ㅋㅋ

syo 2017-10-12 19:23   좋아요 0 | URL
고르고 고른 무입니다. 독서괭님이 만족하셨다니, 저도 만족스럽네요.

프리즘메이커 2017-10-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기 좋은 syo 북카페에 오신 걸 스스로 환영하겠습니다 ㅎㅎ

syo 2017-10-12 21:38   좋아요 0 | URL
막상 먹을라치면 먹을 거 없어서 입맛만 다시고 돌아서야 하는 syo 북카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ㅎㅎ

psyche 2017-10-1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쏙쏙 내 맘에 들어오는 글을 쓰시는 분이 무라니요... 진짜 바람 든 무는 어쩌라고.

syo 2017-10-13 06:43   좋아요 1 | URL
무 이미지를 검색하다 알게 된 건데, 바람든 무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많더라구요. 거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살짝.


뭔가 되려고 읽은 것은 아니었는데, 읽으니 자꾸 뭐라도 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채 얼마 읽지도 않았으면서 염치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만으로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한없이 앉아있을 텐데. 아무래도 살아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가볍다. 글로 옮기면 활자들이 날아올라 옅게 증발할 것 같은 말들, 경험들, 기억들. 소소해서 보잘 것 없거나, 혹은 소소한 것들 사이에서 선함과 아름다움을 캐어낼 눈과 손이 없거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syo야, 이놈 자식아, 니가 지금 읽는다고 읽지만, 봐, 사람 앞에 앉혀두고 십 분을 이야기 나눠도 듣는 게 있고 말하는 게 있는데, 책 한 권과 두 시간을 씨름하면서 읽기만 할 뿐 쓰는 게 하나도 없다면, 뭔가 이상하잖아?


결국 읽는 일도 지금 똑바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 



171001 ~ 171010 27권


문학 10권




1. 히로시마 내 사랑

: 고통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망각이 되고 망각은 이름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마침내 고통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 밤 이후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건, 결국 모든 일의 행로는 한 군데다. 히로시마와 느베르는 그들 바깥의 그 무엇도 상징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향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한 연쇄충돌 가운데 한 지점일 뿐이다.


2. 법 앞에서 

: 마음의 밑바닥을 박박 긁는 글쓰기. 카프카의 글에 공명하려면, 내 마음에도 바닥과 맞닿은 데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카프카를 읽다가, 와, 내 이야기 같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날 저녁은 혼자서 보내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3. 그늘의 발달

: 이게 다 박재삼 때문이다.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것도, 시가 좋아 많이 읽으면서도 내 또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슥슥 받아들이는 뇌구조가 되지 못하고,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고민 없이 문태준을 꼽는 것도. 모든 게 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때문이야.


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사랑받는 시집은 사랑받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을 다 알아 내 그러모아도 사랑받는 시집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랑받는 시집은 사랑받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5. 밤이 선생이다

: 오래 읽은 사람이 쓰는 글, 오래 쓴 사람이 읽는 세상. 오래 오래 읽고 쓰시기를.


6. 녹턴

: 며칠 전 쓰기를,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읽겠다는 전략의 문제였는지 뭔지, 너어어어어무 재미없어서 잠만 잘 잤다." 했는데, 통렬하게 반성한다. 재밌다. 웃긴다. 웃길 줄 아는 사람이다.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읽은 책에 대해 다시는 지껄이지 말자. 그건 읽은 거 아니다.....


7. 창백한 언덕 풍경

: 우울하고, 괴기스럽고, 떠도는 이야기들. 안개처럼 흐릿하고 퍼져 있어 실체를 드문드문 비추는 서술들.


8.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쓴 글들이라 그런가, 뭐 쏘쏘임. 그나마 최근 것들 읽으면서 이 사람 에세이는 솔직히 나랑 잘 안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굉장히 많이 나아진 거였어.


9.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시기에 쓴 이 글들은 또 낄낄 웃으며 재밌게 읽었다.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정말 알 수가 없다. 허허.


10.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 이 책 읽혀주고 싶은 사람 많다. 대구 경북에는 더 많다. 읽고 알았으면 좋겠다. 자기가 헤쳐온 삶에 문제가 없음을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보일 수 있는지를.




힘내라, 마르크스!! 9권




11. 마르크스 평전

: 그야말로 "평전"다운 구성이다. 벌린이 마르크스의 사상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는 반면 아탈리는 그의 외모, 말투, 버릇, 인간성부터 철학과 투쟁이 전개되는 과정들을 고루 묘사한다. 재미는 이쪽이 좀 더 있다. 아무래도 사람 냄새가 더 난다.


12. 칼 마르크스 전기 2

: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라는 책에서 이 책을 제외한 그 어떤 마르크스 평전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소개해놔서 기어이 사서들로 하여금 도서관의 보존서고를 뒤져내게 시켜 찾아낸 책이다. 1권은 소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소련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출판한 작품인데, 칭찬받을 만하다. 정말 건조한, 미사여구가 거의 없는 건조한 서술에 두 권 합치면 1000페이지가 되는 방대한 양. 그런데 그 건조한 서술이 독자를 혼란시키는 일 없이 돌직구로 쏙쏙 꽂아준다. 물론 100퍼센트 객관적인 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소련에서 나온 책들이 열심히 까인다는 말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최고의 전기라 우긴다면 그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본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가장 "정통적"이고 "완벽한" 전기라는 말은 인정. 아, 갖고 싶다, 이 책.


13.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 왜 이 책을 개론서 가운데 최고라 부르는지 책이 스스로 여실히 증명했다. 이 책 한 권 들면, 필요 없어지는 자잘한 책들의 목록이 길다.


14.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입문서는 단연 앨피, 아직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탄탄한 시리즈. 


15. 자본과 노동

: 마르크스가 직접 손을 댄 <자본>의 입문서. 희한하긴 한데,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분위기. 


16.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운동 공산주의 선언

: 정말 하나도, 하나도 틀린 말, 혹은 틀려진 말이 없는 200년 전의 말. 이런 글을 뚝딱뚝딱 쓰는 남자. 멋진 남자 마르크스.


17. 마르크스 21세기에 끌려오다

: 마르크스의 이름은 절반 정도는 훼이크고, 제국, 문화, 종교, 타자, 세계화, 젠더 등 21세기를 진동하는 굵은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마르크스주의가 얼마나 쇄신되어야 하는지를 폭넓게 따져보는 좋은 책.


18.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 철학적 관점에서 마르크스를 푸는 책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사실 오히려 비전공자 입장에서 마르크스는 의외로 어렵지 않은 철학자다. 그러나 본격 경제학적 견지에서 본다면 어떨까.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청 어렵고 복잡한 세계가 기다릴 걸? 근데, 한 번 열어보고 싶지 않니? 위협하면서도 유혹하는 희한한(어쩌면 유혹이 다 그런건지도) 책 되겠다.


19.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 선언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선언에서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는 다수의 혁명들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일품이다. 게다가 고병권 선생님의 해제는 그야말로 용 눈알에 점을 찍는다.




그 외 8권




20. 일요일의 인문학

: 의외로(?) 속눈썹이 긴 장석주 선생님. 이 책이 유독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제 장석주를 놓아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글들이 마음을 흔들기보다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로 여전히 가치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내 독서는 내 개인의 문제니까. 


21. 물욕 없는 세계

: 그러니까, 지금 자본주의의 목에 칼을 가장 깊숙이 대고 있는 전사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들이 자본주의 소비와 소유 자체에서 일제히 이탈하여 자본을 굶기는 일이라는 것인데, 흥미롭다. 자본이 그렇게 쉽사리 죽어주진 않겠지만. 병행 전략으로 의미가 있겠다.


22.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이야기

: 크다, 넓다, 든 것이 많다, 낡았다.


23.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 아니야, 아직 아니었어.....


24. 푸코 & 하버마스

: 백만 년만에 슬쩍 다시 간 보고 있는 푸코. 진정한 빨갱이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게 많다.


25. 시몬 드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

: 지금 보부아르는 번역된 책도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입문서조차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좀 더 알고 싶다 싶을 때쯤 휙 넘어가는 아쉬운 책이지만, 아쉬우나마 시작하기에는 이보다 더 마땅한 책이 없다.


26. 영어어순훈련 수식

27. 뉴욕 의사의 백신영어




연휴 전에 읽겠다고 쌓아 놓은 책탑은, 사실 망했다. 연휴라서 더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yo는 친구가 꽤 많은 놈이었고, 연휴가 길다 보니 친구들도 이런 저런 생각 끝에 syo를 떠올린 모양이고, 줄창 술을 마시다 보니 몇 번을 토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가로수야, 미안하다. 그런 봉변은 처음이지?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한 번 또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140년 쯤 더 살 계획이니까, 휴, 생각할 게 산더미군요.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 드리기 엄청 조심스러운데요. ㅎ
syo 님이면 <자본론> 바로 들어가실 것 같은데,
얼마나 관련서 더 읽으시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syo 님 자꾸 이러시면 전 죽기 전 <자본론> 못 읽을 거 같습니다. ㅠㅠ

syo 2017-10-10 21:0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제가 겁쟁이라서 자꾸 도망치고 있었는데 북다님한테 딱 붙들렸네요.

기왕 말씀 나왔는데, 지금 읽고 있는 알튀세르 한 권만 다 읽고 당돌하게 자본론 도전해보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1:12   좋아요 0 | URL
마르크스가 쓴 <알튀세르~> 뭐 인가요? 저도 사서 쟁겨 놓은 책입니다. ㅎㅎ
syo 님의 <자본론> 리뷰 학수고대 합니다. ^^

syo 2017-10-10 21:16   좋아요 1 | URL
말씀하시는 책이 뭔지 모르겠어요 ㅎㅎ 그냥 알튀세르가 쓴 책 중 그래도 제일 쉽다는 <아미엥에서의 주장>입니다.

<자본론> 리뷰는 가능할까요 과연.....ㅠㅠ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1:23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마르크스가 쓴 <루이 보나파르트 ~> 뭐 였습니다.
ㅎㅎ 죄송합니다. ^^

서니데이 2017-10-1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저만큼 읽으려면 매일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읽으셨을것 같은데요. 연휴에도 책읽느라 바쁘셨겠어요.
syo님 편안하고 좋은밤되세요.^^

syo 2017-10-10 21:18   좋아요 1 | URL
못 마시는 술과 술과 술로 점철된 연휴였답니다....
어제까지 삐져 있던 syo의 간이 이제 좀 온화해졌네요.

서니데이님도 하루 마무리 잘 하셔요^^

cyrus 2017-10-1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마르크스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syo님에게 합동북이라는 헌책방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큰 헌책방인데, 이곳은 80년대에 나온 마르크스, 레닌 관련 서적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요즘 나오는 사회주의 서적과 비교하면 철 지난 내용이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건질만한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

syo 2017-10-10 22:09   좋아요 0 | URL
이런 걸 왜 이제 알려주셨나요.....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있네요! <칼 마르크스 전기 1>의 다른 번역본으로 보이는 책도 있고....

조만간 방문예정입니다.

아타락시아 2017-10-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연휴동안 힘들게 9권 읽었는데, 27권 이라니. 더구나 쉬운 책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대단하세요.^^

syo 2017-10-11 09:42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30권을 읽어도 3권 읽는 효과밖에 없는 모질이 독서법입니다.^^

독서괭 2017-10-1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 많은 소소한 애서가들이 뜨끔 공감할 것 같네요.
가로수야 미안하다 에서 빵 터졌습니다. 왜 그러셨어요?ㅋㅋㅋ 역시 인생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군요. 그래도 그 와중에 이만큼 읽으시다니 훌륭하십니다^^

syo 2017-10-11 16: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와중에 ㅎㅎㅎㅎ

그 가로수 죽거나 그러진 않았겠죠, 설마?
 


1


철원의 하늘에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별이 박혀 있었지만 밤이 더 어두웠으므로 겹겹이 둘러친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자. 그저 저 어둠으로부터 무엇인가 걸어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높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을 뿐이었다. 생각이 이윽고 말이 되었다. 그 말에 묶인 우리는 낮은 사람이었으므로, 공포탄이 든 총을 메고 밤마다 한없이 어둠을 쏘아보며 시간을 녹여야 했지만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저 어둠이 적을 품고 있으리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어둠이 많았다. 우리가 두 시간을 마주보고 서 있으면 어둠도 몸을 뒤척인다는 것을, 때론 완전히 돌아눕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이 가고 조금 더 짙은 어둠이 오는 그 희미한 경계선, 어쩐지 그 시간은 항상 나의 몫이었다. 어둠에 시선을 바치며 하루 하루 줄어드는 날을 아껴 헤던 밤들, 쏘지 않은 총을 둘러메고 새벽을 되밟아 다시 돌아오던 그 길들이 쌓여서 어쩌면 우리의 눈동자도 조금은 더 어두워졌을까.  






가장 밑바닥 후미진 곳에 사는 조개 속에 진주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지금 세상에야 그렇다는 사실을 종종 잊거나 아니면 부정하는 세태로까지 되고 말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검은색이 사실은 가장 밝은 색이듯이, 그리고 검은색 속에야말로 세상의 모든 색이 다 들어 있듯이, 그러나 우리가 다만 검은색으로 보고 있을 따름이듯이, 바로 그 진실을 잊어먹고 있는 영혼들을 구원하는 것은 바로 그 어둠이라는 것을.

_공선옥 김미월,『내가 사랑한 여자』



난 달을 사랑해서 울어요, 그 사람이 말했다. 어렸을 때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단 한 번 봤어요, 하지만 이 궁전에 갇혀 있어 달에 닿을 수가 없어요, 밤중에 풀밭에 드러누워 달빛에 입을 맞추기만 해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이 궁전에 갇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이 궁전에 갇혀 있어요. 그리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_안토니오 타부키,『꿈의 꿈』



이제 사람들은 하나로 융합되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눈이 내면을 향하고, 머릿속에서는 옛날 일들이 펼쳐진다. 그들의 슬픔은 휴식 같고, 잠 같다.

_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 1』



여기는 세상 끝이야. 세상 끝에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마. 세상 끝에 있었다는 것은 멀리 멀리 여행하기를 사랑한다는 뜻이야. 멀리 가보거라.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더 보자꾸나.

_정혜윤,『인생의 일요일들』




2


그 많은 밤을 당신과 함께 깊어졌으므로, 어찌 당신과 나 사이에 이야기가 없겠습니까.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낼 마음 또한 어찌 없겠습니까. 우리는 어리고 어리석었지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저 수많은 어둠들이, 오늘도 그 땅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어둠들이, 당신과 내가 내려놓고 나온 빈 총을 지금 다시 메고 선 앳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녹이고 있을 우리의 그 어둠들이 모두 다 보았는데요. 그 어둠 속에 묻어놓고 왔다고 생각한 긴 이야기들을 당신과 내가 무엇이라 부르건, 술잔을 마주 든 우리의 눈동자에 이미 그 어둠이 묻었는데요. 이야기가 있는데, 어찌 이야기가 우리의 삶으로 되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이야기와, 이야기에 엉킨 어둠까지, 이제 당신과 나는 당당하게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칼, 네가 너무 이성적이라는 점이 슬프구나. 너는 내 편지를 깊은 사랑의 척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아주 많이 느끼면서도 말은 아주 적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_자크 아탈리,『마르크스 평전』



그들은 달라진 공기 속에 고립되어 흩어져 있던 당신과 나였다. 스스로 또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벽, 우리의 생존이 생존하는 만큼 두터워지는 벽. 우리가 서로를 향해 둘러친 벽. 그 벽에 갇혀 있던 당신과 나였다. 각자의 구속에 길들여져 있던 당신과 내가 다시 광장에 모인 것이었다. 그날 대기는 생동하는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도발하고, 즐거워하고, 빛나고, 춤추고, 떠돌고, 잡히지 않는 공기였다.

_김은산 외,『기억극장』



삶의 어떤 부분은 말할 수 없다.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그저 가볍고 우스운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느 날 삶을 텅 비게 하는 것, 쓸모없는 무엇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가득 채우는 것, 아무것도 없는 오늘을 견뎌야 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_전지영,『책, 고양이, 오후』



만약 예기치 못하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예정이었던 인생'까지 동시에 잃어버리게 됩니다.

_가시라기 히로키,『절망 독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7-10-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스로가 <마르크스 평전> 인용문에 꽂히는 사람일거라 예상했는데ㅎㅎㅎㅎㅎ
실상은 <절망독서>인용문에 눈이 번쩍하네요. @@

첫 문단 넘 좋아요.

그 말에 묶인 우리는 낮은 사람이었으므로..

이 문장이 일면 슬프면서도 근사해요.

syo 2017-10-09 00:10   좋아요 0 | URL
보초 서기 참 싫었어요. 같이 서던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면서 겨우겨우 버텼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다 추억이지만요 ㅎㅎ

독서괭 2017-10-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아주 많이 느끼면서도 말은 아주 적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 전 이 문장이 좋네요.
철원의 하늘, 이 글은 참 먹먹합니다. 새삼 분단의 현실과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비극들을 가슴 아프게 되새기게 하네요..

syo 2017-10-09 21:55   좋아요 0 | URL
직접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들이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먼지처럼 흩어지네요.

연휴가 완전 끝났네요. 독서괭님 좋은 한 주 되시기를.

다락방 2017-10-1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예기치 못하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예정이었던 인생‘까지 동시에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문장 너무 좋아요, 쇼님.


잘 지냈어요?

syo 2017-10-10 11:55   좋아요 0 | URL
저야 항상 연휴니까요!! 다락방님은 즐거운 여행 다녀오셨어요?? ㅎㅎㅎ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