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

 

어느 햇살 좋은 날, 읽는 거 양으로 치면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는다는 오만과, 많이 읽으면 알아서 잘 쓰게 될 거라는 편견이 만났다. 오만과 편견은 첫 눈에 서로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운명임을 감지했고, 온 세상이 그 결합 반댈세를 외치는데도 못들은 척 고집스럽게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가다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골방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랑의 결과로 syo가 태어났다. 30권을 읽어도 3권을 읽은 것보다 아는 게 없는 허망한 독서인. 30권을 읽어도 1개의 리뷰를 채 못 쓰는 실속 없는 독서인. syo. 독서계의 속빈 강정, 바람 든 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뭅니다. 무예요.





보통의 독자들은 서민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촌철살인의 재치와 해학에만 눈길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는데, 무는 그 뒤에 가려진 그의 피나는 노력을 읽는다. 그는 타고나기를 금 혓바닥을 물고 태어나 입만 열면 침 흐르듯 웃긴 말이 좔좔좔 흐르는 그런 개그천재는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의 사지육신 오장육부(무엇보다도 얼굴)을 다 팔아서라도 웃음을 사려는 그의 욕심이 무의 눈에는 선연히 보인다. 이것은 비록 수준은 뒤처지지만 욕심에서는 뒤지지 않는 무의 동병상련의 정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아는,


내가 요즘 서민을 읽고 있는데, 느낀 게, 욜로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애..... 근데 나는 열심히 안하잖아. 난 안될 거야. 아마.”

 




 

시인의 사물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

 

어쩐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무는 한때 시인을 꿈꾼 적이 있다. 애기 무 시절이었다. 애기 무가 매운 법이다.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당차게 , 서른 정도 되면 등단하지 않을까?” 이러면서 미친 호기를 다 부렸더랬다. , 세상에. 충격 고백.

 

서른 애저녁에 지났고 이제 늙은 무가 되어 생각해볼 때, 서른에 시인이 되지는 못했으나 아무래도 시인이 될 수 없겠다는, 세상 다 알고 무만 모르던 냉혹한 진실을 똑바로 깨달은 것도 서른쯤이었던 듯하다. 이만하면, 뭐라도 하나 건진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하여 무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시집을 읽는 사람이 되어, 한없이 시인을 동경한다. 시인이라 하면, 표절이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지만 않았다면 일단 무조건 빨고 본다. 이제 무보다 어린 시인도 수없이 많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한낱 무 주제에 지가 뭐라고 저보다 어린 시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깔끔하게 인정하면 내가 무가 아니지. 그리하여, 어디서 주워들은 풍문, “잘 생기면 오빠다를 변주한 잘 하면 형아다를 기치로 내걸게 되었다. 여기서 하다는 보통 읽다쓰다를 가리키는 바, 그러니까 이 책은 온통 미친 형아 누나들의 대향연이다. 만족. 그런데 어쩐지, 어린 형아 어린 누나들이 선배들보다 더 화려하고 현학적인 글로 촥촥뿜뿜 실력을 뽐내고 있네. 힘도 바짝 들어갔고. 아이고, 시인도 얄짤 없이 사람인 거라.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6


무는 처음 읽는 작가. 유명한가? 본문에 나는 전작 <카프카의 서재>에서 ......”, “나는 다른 책에서 ....... 한 바 있다.” 이런 글귀들이 계속 눈에 보이네. 전체적으로 잘 쓰는 알라디너 서재를 들여다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게 빠는 걸까요, 까는 걸까요.

 

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곳 두 군데. 무가 한번 따집니다.

 

첫째,

다른 모든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것이다더구나 그 만남이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일면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만남이 아니겠는가.(19) 


이건 아니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무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우리는 이제 소설을 통해 를 만날 게 아니라 를 만나야 합니다. ‘는 이제 그만 좀 만나야 해요. 우린 지나치게 만 생각하며 살고 있잖아요. 소설 속에서도 닮은 모습을 만나고 읽을 정도로, 아직도 가 부족한가요? 생각해 주세요. ‘만 알고 를 몰라서 벌어지는 아프고 슬픈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와 만나는 소설 즐길 버릇을 하다 보면, ‘’와 만나는 소설 읽는 법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나와 닮지 않은 사람, 나와 닮지 않은 생각,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손쉽게 비난하거나 무시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소설은 무지막지 많고, 나와 닮은 사람의 나와 닮은 생각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줄을 서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미 나와 닮은 사람을 소설 속에서 만나면 순간 기쁨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덮고 나면요. 감정은 기억보다 빨리 약해집니다. 나중에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만 남습니다. 굳이 소설을 통해 를 만나고 싶다면, 이미 만들어진 나를 거울처럼 비추어 볼 것이 아니라, 나를 소설 속에 집어넣으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빚어나가야 합니다. 나라면 저 자식의 뺨을 후려쳤을 텐데. 나라면 아마 벌벌 떨고 있느라 아무 말도 못했을 텐데.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그때 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읽는 것이 소설을 읽는 좋은 방법이라고 무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시종일관 저런 방식으로 소설을 읽는 좋은 책 두 권 소개해드려요?





솔직히 첫 번째는 그냥 무의 무 같은 견해일 뿐이지만,


둘째, 검색해보니 이미 이 문제를 제기한 분도 있던데, <위대한 개츠비> 끝부분에서 개츠비의 차를 몰다가 사람을 치어 죽인 것은 톰이 아니라 데이지입니다. 개츠비가 그 일로 오해를 사 목숨까지 잃었으니 사소한 사건도 아니고, 거기서 차를 몬 것이 데이지라는 사실은 맥락상 무시할만한 일도 아닌데, 떡하니 톰이 죽였다고 써 놓으시면 어떡합니까. 이 책이 무슨 인생의 책이라도 되는 것 마냥 온몸으로 칭찬하셨잖아요. 개츠비를 읽는다는 건 바로 를 만나고 읽는다는 거라면서요. 이제 무가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챕터 1부터 이런 실수(?)를 하시면, 그 뒷부분은 제가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읽어야 되겠어요. 말씀을 좀 해 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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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0-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리뷰를 요렇게 재밌어하며 읽어보기도 오랫만. 등단만 안하셨지 작가이신데요^^

syo 2017-10-12 17: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무립니다.
syo는 그냥 무입니다^^

라임 쩔었다....(뿌듯)

다락방 2017-10-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 두 권 링크 해주셨네요. 워낙에 아름다운 페이퍼인데 아름다운 책이 두 권 떠억- 얹혀 있으니 아름다움이 극에 달합니다.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초특급 아름다운 페이퍼에요, 쇼님.

syo 2017-10-12 17:48   좋아요 0 | URL
저 아름다운 책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이 정도 페이퍼는 껌으로 작성하게 됩니다. 훗.

짜라투스트라 2017-10-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재미있어요 ㅎㅎㅎ

syo 2017-10-12 18: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맨 아래 두 권 추천이요.

독서괭 2017-10-1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네요. 어떻게 책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아무도 그걸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저자와 책에 대한 신뢰를 확 떨어뜨리는군요.
무 사진 올려주신 거에 빵 터졌습니다ㅋㅋ

syo 2017-10-12 19:23   좋아요 0 | URL
고르고 고른 무입니다. 독서괭님이 만족하셨다니, 저도 만족스럽네요.

프리즘메이커 2017-10-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기 좋은 syo 북카페에 오신 걸 스스로 환영하겠습니다 ㅎㅎ

syo 2017-10-12 21:38   좋아요 0 | URL
막상 먹을라치면 먹을 거 없어서 입맛만 다시고 돌아서야 하는 syo 북카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ㅎㅎ

psyche 2017-10-1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쏙쏙 내 맘에 들어오는 글을 쓰시는 분이 무라니요... 진짜 바람 든 무는 어쩌라고.

syo 2017-10-13 06:43   좋아요 1 | URL
무 이미지를 검색하다 알게 된 건데, 바람든 무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많더라구요. 거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