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엥에서의 주장

루이 알튀세르 지음 / 솔출판사 / 1991



넓고 깊은 알라딘 세상. 뭐 이 정도 책 가지고 엄살이지, 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겠지만, 읽다 중간에 서른 번 정도 포기하고 싶었다. 평소의 syo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철학 듣는 밤>에서 이르기를, 이 책이 알튀세르 책 중에 제일 쉽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포기하면 syo는 사람 아니다, 배추다, 배추. 그런 마음으로 서른 번을 꾹 참고 읽어나갔다! 거의 다 읽었다! 마침내 마지막 논문인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나타났을 때, 서른한 번째로 포기하고 싶었고,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포기했다. 그래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배추입니다.




어제의 무와 오늘의 배추


 

<철학 듣는 밤>에서 알튀세르의 저작 가운데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처음으로 읽을 만하다고 추천한 뜻은 알 것 같다. 이 책이 알튀세르가 자신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저작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당신들처럼 철학에 기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먹히겠지만, 배추 같은 문외한에게는 포괄적이니 읽어보란 말은, 구름 떴으니 뜬구름 잡아보라는 말과 같다. 배추라면 이 책을 권하지 않을 것이다. 더 친절하고도 알차게 뽑힌 책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를 권하겠다.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루크 페레터 지음, 심세광 옮김 / 앨피 / 2014


그러나 서른 번을 참으면서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읽어낸 것은 확실히 소득이다. 마르크스도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이데올로기 하면 알튀세르지. 구구절절 감동 받았다. 내용이 알고 싶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입문서인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를 권한다. 우린 일반사람이잖아요. 둘 다 읽어보니, 최소한 이데올로기에 관해서는 그 책 정도면 충분하고 충실합니다. 배추 올림.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한기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실상 누군가 저자가 되는 사이 누군가는 독자가 된다. 도대체 왜, 왜 나는 안 되고 저 사람들은 되는 건데. 뭐가 그리 잘나서. 사실 읽어 보면 잘났다. 반드시 어디 한 군데라도 잘난 구석이 있다. 책 역시 하나의 상품인데,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영리한 자본가들이 안 나가겠다 싶은 상품을 내 놓겠냐고. 결과적으로 잘 팔리는 데는 하늘의 뜻이 조금은 필요하지만, 시장에 나온 책은 최소 한끝은 있다. 배추한테 부족한 그 한끝. 아니다 두끝. 잘 생각해보니 세끝.....네끝? , 뭐 부족한 게 계속 나와. 아무리 배추라지만, 있는 건 부족하고 부족한 것만 있나.

 

저 자가 저자가 되는 비결. 한기호 선생님이 알려드립니다. 그 비결도 막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럿 저자로 만들면서(만들고 나서) 깨우친 아주 뜨끈뜨끈한 고급 정보.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저자가 된 저 자들이 원래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고, 양자리 A형 무지렁이 배추는 읽는 내내 무지렁무지렁 수심만 가득해진다. 그렇게 울기 직전까지 갈 때쯤 그 모든 것을 이미 예측했다는 듯 한기호 선생님이 던져주는 7가지 고급진 알짜 정보. 이 자리에서 배추가 알려드리진 않을 거예요. 나 혼자 다 먹고 나 혼자 용 될 거야. 배추용. 추드래곤.

 

 



글 잘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현주 옮김 / 더모던 / 2016


 

안녕하세요. 알라딘 공인 사이토 다카시 까는 남자, sy....아니지 배추가 돌아왔습니다.

 

, 시종일관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쓰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예쁜 헛소리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고, 차별은 하면 안 되고, 해는 동쪽에서 뜨고, 누나는 나보다 연상이고..... 또 뭐가 있지?

 

중요한 건 읽는 사람을 얼마나”, “어떻게고려하여 쓰는가이다.

 

다시 말하면 글쓰기의 제 1원칙은 3자가 읽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생각하는 것이다바로 읽는 사람의 시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12)

 

이게 왜 의미없는 말인지 증명해 볼까? 사이토 다카시가 과연 이 글을 읽는 배추의 머릿속에 뭐야, 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매력도 특징도 없는 공산품 같은 문장은. 이런 글 아니면 못 읽는다고 생각하나? 배추 개무시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 알고 일부러 이렇게 쓴 거면, 인정.

 

물론, 글은 독자가 읽을 수 있게는 써야 한다. 그렇다고 독자가 읽을 수 있게만 쓰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그냥 당연한 말이고 기본 조건이다.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은, 그렇게 글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당신의 문장이다. 당신의 방법을 열심히 따랐을 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것이 기껏해야 당신의 수십 권 책 속에 일관적으로 들어있는 이 무미건조하고 복사기로 찍어냈대도 믿을법한 양산형 문장들일 뿐이라면, 당신은 최소 글쓰기 책을 낼 자격은 없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잘 하시라구요.

 

나의 경우는 실제 글을 쓸 때 이것을 염두에 두고 쓰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겠구나하고 독자들의 읽기를 의식하며 시작된다. (16)

 

시작된다? 어휴..... 제발 번역자의 실수길, 당신의 경우 실제 글을 쓸 때 그 읽기를 의식했다는 독자들이 저 어색한 문장에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니었길 빈다. 빡치니까.

 

 

그나저나 배추가 요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장론.

 



문장을 쓰는 비결은 바로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다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그건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그래서 어딘가에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와 적당히 헤쳐나가게 된다.


이미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법이라재주가 있는 사람 같으면 주위에서 "제법인데"라는 등의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당사자도 그런 기분에 젖는다그러나 좀더 칭찬을 들으려다가 영 그르친 사람을 난 몇 명이나 보았다분명 문장이란 많이 쓰면 능숙해지기는 한다그러나 스스로에게 분명한 방향감각이 없는 한그 능숙함의 대부분은 그냥 '재주'로 끝나고 만다.


_무라카미 하루키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언어 공부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


 

배추는 여기서 말하는 언어가 외국어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그리고 그건 외국어가 맞는데, 책을 덮고 나면 희한하게도 언어가 아니라 개그를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배추는 내용이나 문장도 따지지만, 빵 터뜨리거나 엉엉 울리면 무조건 별 다섯 개 매기는데, 세상에 도서관 열람실에서 빵 터져서 얻어터질 뻔 했다. 외국어 책이 이러면 곤란한데. 긴 설명 필요 없고, 예문 몇 개를 제시합니다.


확실하고 고통없이 독일어를 배우려면 독일인으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음, 그러기엔 조금 늦었다. 어떤 사람은 10년, 어떤 사람은 20년이나 30년 정도 늦었는데, 어쨌거나 우리 모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51)


따분한 말동무는 외국어로 말할 때도 재미가 없다.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적은 적이 있는데 일본인들 모두가 나와 영어를 연습하려 하다 보니 내가 일본어로 한 질문에 아무리 일본어로 대답을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어떤 사람이 나를 안타까이 여기고는 이런 슬픈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으로 마쓰모토 씨를 추천했다. 나와 일본어로 대화하려고 오후에 기꺼이 짬을 내준 사람이었다.

마쓰모토씨는 알고 보니 불교 승려였다. 진심으로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된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유일한 얘깃거리는 불교였다. 특히 불교의 12개 종파 중에 11개 종파는 완전히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그가 따르는 종파만이 진실하다고 했다. 그 사람이 법화 사상의 유일하고도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를 세 시간째 설명할 때 나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74 75)


발음은 어휘와 문법지식이 상당하지 않다면 별다른 값어치가 없을지라도 처음 입을 열 때는 지식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것은 외모와 비슷하다. 첫 선을 보일 때는 예쁜 외모가 정답이다. 나중애 알고 보니 멍청하고 따분히고 심지어 못된 성격일지라도. 어쨌거나 첫 싸움은 이긴 것이다.(106)


수십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전투의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분이 유일하게 잊어버리는 것은 반 시간 전에 그 얘기를 했다는 사실 뿐이다.(214)


어떠십니까. 별거 아닌 것 같으시다구요. 으하하하, 얘네들은 에이스가 아니라는 거. 이 책에서 제일 웃긴 글을 10이라고 했을 때 0.023에서 2.175 사이의 애들로 한번 소소하게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짜 아롱사태는 251쪽부터 시작되는 외국어와 함께 여행을챕터에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세요. 배추는 지금 바쁩니다. 아까 잃어버린 배꼽을 찾아야 돼서요.


마지막으로 언어 공부에 힘쓰는 이웃분들께 배추가 저자의 따뜻한 충고 한 마디를 전합니다. 꼭 언어 공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습니까.


스스로를 언어 천재라고 믿어라. 실은 그 반대라는 게 드러난다면 통달하려는 그 성가신 언어나 여러분의 사전들 혹은 이 책에 불만을 쌓아두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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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1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언어천재인거 같아요.. 어쩜 이리 맛깔나게 글을 잘 쓰시는지? 게다가 자본론도 열심히 읽으시고... 자본론 리뷰는 언제 올라올려나 기대됩니다. 쪼꼼만 읽었더라도.. 님의 리뷰를 기대하면서 북플만 누르고, 기다리는 알라디너를 위해서라도..

syo 2017-10-13 20:28   좋아요 0 | URL
안 믿어요 그런 말씀ㅎㅎㅎ

그리고 sprenown님께서 그렇게 기대하실만한 퀄리티의 글이 올라오지 않아요. 기대하지 마시라고 제목에 ˝꼬꼬마˝라고 붙여놓은 건데.....

별로 내용도 없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져서 내일 올려야겠다 하고 있었습니다^^

cyrus 2017-10-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글에 나올 채소는 당근인가요? ^^

syo 2017-10-13 20:29   좋아요 0 | URL
모르겠어요.....
쓰다 보니 저렇게 된 거지, 식단표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ㅠ

독서괭 2017-10-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에 이어 배추까지 ㅋㅋㅋㅋㅋ 총각네 야채가게 차리실 기세네요ㅋㅋㅋ 빵 터뜨리게 하면 별 다섯개- 그렇다면 syo님 글도 별 다섯개!!

syo 2017-10-13 21:05   좋아요 0 | URL
막상 syo는 자기 글 보면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으니 별 세개.... 내일은 또 뭐가 될려나요.

sprenown 2017-10-1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기본 퀄리티는 되잖아요? 저는 자본론 서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이번기회에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워밍업 하려던 참이었어요. 추워서 목욕재계는 못하겠지만, 이번달 안으로는 첫 빠따 기대하겠습니다!

syo 2017-10-13 21:06   좋아요 0 | URL
서문이 열라 어렵습니다.... 서문만 읽었는데 이래저래 후비적거리다보니 A4 네 바닥이네요...

psyche 2017-10-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리 a형 무지렁이라고 하셔서 절 부르시는줄 ㅋ 그건 그렇고 ‘언어공부‘이거 땡기네요. 0.023에서 2.175 사이의 아이들인데도 이렇단 말이죠!

syo 2017-10-14 09:14   좋아요 0 | URL
그러나 막상 언어 공부에는 큰 도움 될지 의문이에요....

단발머리 2017-10-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syo time!!
바야흐로 syo님 시대가 열렸어요.
아니 배추님, 아니 배추용님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고 가요.
언어공부, 빨리 읽어야지 결심하면서^^

syo 2017-10-14 0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yo의 시대라니, 암담한 시대가 열리고 말았네요.... 이런.

잠자냥 2017-10-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공부>는 선물용으로 샀는데 인용하신 빵터지는 문장을 보니,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재미난 할머니네요. ㅎㅎ

syo 2017-10-14 11:46   좋아요 0 | URL
16개 언어를 하는 웃긴 할머니셨습니다. 역자도 15개 정도 한다는군요.

페크(pek0501) 2017-10-1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유익한 책기록이구나, 하고 읽었습니다.

syo 2017-10-14 18: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피식 웃기는 책기록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유익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