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그렇듯 러스트벨트라는 단어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때쯤에 처음 알았다. 그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을 때 또 한 번 회자되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 쇠퇴, 그리고 펜실베니아의 조선소 폐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보고) 에 대해서만 대략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러스트벨트가 여러 주에 넓게 걸쳐져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더불어 이리 호가 그렇게 심하게 오염된 이유도.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읽기 전 나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 왜 자신의 이익에 그다지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에 대해서. 그건 뭐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을 뽑은 서민,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뽑은 청년들 등등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것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기대했다. 또 언젠가는 그 사람들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트럼프는 우리의 회복력을 보는 대신 우리를 찌부러뜨려 최악의 면을 도드라지게 했다그는 산업 노동자를 몰락한 자로 여겼고 몰락이 우리의 유일한 정체성이라고 우리 스스로 믿게 했다그는 우리의 불안을 감출  있는 희생양과 분노의 대상을 제공했고그로써 그가   권력을 탐하는   명의 부유한 권력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보게 했다.



그들이 나를 정형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그들에게 똑같이 대했다. ... 나의 적대감이  나라를 갈라놓은 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균열은 정당과 경제  이상이었다그것은 국회와 백악관을 넘어섰으며 우리의 주급과 직책을 넘어섰다 균열은 인간의 약점에서 태어난 것이었다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렸다우리는 경계를 풀었다우리는 눈을 감았다그러자 장막과 환상을 짜는 이들이 나타나 우리 자신이 초래한 암흑을 알아보았다그들은 우리를 사리 판단에 어두운 장님으로 믿고 우리의  눈을 신중하게 가렸다우리  누구도─철강 노동자들도 변호사들도─다시는 세상을 환히   없기를 바라면서




분명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과 관련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많지는 않았고.. 이 이야기는 결국 한 여성의 개인 서사였다. 개인을 이루는 여러 특징들, 러스트벨트에 사는 백인, 여성,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 (제철소 노동을 할 수 있을만큼)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 (앨리스는 학창 시절 육상 선수였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양극성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성폭행의 경험으로 고통받는 사람, 밀레니얼 세대 ... 등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드러났다. 요즘 이런 소재들을 조금씩 버무려둔 소설들이 많은데, 소설을 읽을 때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들었고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실제 한 개인을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소설들을 읽을 때 억지스럽다 생각했던 것이 좀 부끄러웠다. 개인을 구성하는 이런 요소라는 것은 하나하나 떼어서 볼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것들이 다 모여서 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거니까. 물론 이런 요소들은 삶의 과정에서 큰 사건을 계기로 변화하기도 한다. 




앨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집안에서 자랐으며 수녀가 되기를 꿈꾸었고 대학생 때는 임신중단 반대 집회에 나갔다. 그 집안에서 페미니즘은 죄악이었으며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은 미국을 멸망시킬(!) 징조였다. - 그녀의  부모님에 의하면 '로 대 웨이드 사건' 으로부터 70년 뒤, 그러니까 2043년 미국은 멸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민주당 지지자가 되었다. 

(앨리스의 부모님이 민주당 지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가를 한다' 에서 조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요가가 뭐 어떻다고... '마약을 한다'와 가까이 있었으니 아마도 70년대 히피들을 생각한 것 같다)



앨리스는 가톨릭 계열 대학에 다녔고 그 대학의 남학생 두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신뢰할 수 있는 여학생에게 상담을 했더니 피가 났는지를 물어보며 '하룻밤에 남자애 둘과 섹스를 했다면 고해를 해야할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다. (고해를 해야 하는 이유가 피가 안 났다는 부분일까, 섹스를 했다는 부분일까, 아니면 하룻밤에 남자애 둘과 했다는 부분일까?) 고해를 하니 신부는 '성적 방종' 이라며 '여성으로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고 했다.  



나는 안다여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남자들의 짐을 짊어지고 왔다는 것을오랜 세월 여자는 본성에 결점이 있는 요부로 묘사되었다여자는 남자를 죄로 인도하는 무절제의 화신이다아담이 사과를 먹은 것은 오로지 이브가 사과를 먼저 먹었기 때문이다에런과 벤이 나를 이용한 것은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고성폭행당한 죄를 용서해준 신부님은 언젠가 성인으로 추앙될 것이다사과를 먼저 먹은 것은 이브였다사과에는 선악에 대한 앎이 들어 있다아담이 선악의 차이를 말해주지 않으리란  이브는 미리 알았던 것이다.



선악의 차이를 아담은 잘 알고 있었을까? 신부님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고해를 하고 죄를 사함받았지만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아 심리 치료사를 찾아갔고 거기서 앨리스는 비로소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강간당한 거라고. 그래서 학내 위원회에 두 남학생을 성폭력으로 고발했고, 절차를 밟았다. 교수와 학생 (여학생 한 명, 남학생 나머지) 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앨리스를 그날 밤의 상황이 아닌 평소의 행실로 판단했고, 그 흔한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학생 중 하나가 약을 먹였기 때문이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로 판단했다. 



이후 앨리스는 신앙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고, 양극성 장애 증상이 시작되었다. 석사학위 수여와 관련된 간단한 서류처리를 몇 년씩 미루고 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 괴로움에 경제 위기도 한 몫 거들었다. 



원하는  뭐든지   있어어른들은 어린 나에게 말했다꿈을 꾸면 이룰  있어 또래들은 어린 시절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고그중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었다우리는  세상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를 원했지만─한때 내가 수녀원과 교실에 그토록 매료된 이유이기도 했다─현실은 어린 시절 우리가 세운 원대한 포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페인트공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어릴 때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던 클리블랜드의 상징, 제철소에 취직하게 되었다. 



안전모가 상징하는 바를 소중히 여겼지만 안전모가 내 삶에서 의미하는 바가 두렵기도 했다. 나는 나의 어린 자아가 시도했던 것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그 소중한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상실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희망은 더 많은 급여를 바라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나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은 시들었다.



강도높은 노동과 위험한 노동 환경은 만성적 피곤함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왔고, 양극성 장애가 더해져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악화시켰다. 



병은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 과실과 정신 질환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  병으로 인한 최악의 충동은 나를 스스로도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아래 문장은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내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란 일순간 깨달았다. 내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은 살아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의미 없는 돈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면서 만족을 찾는 법을 몰랐고, 나를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분열시킨 병을 다루는 법을 몰랐고, 어린 시절의 꿈을 제철소라는 현실과 화해시키는 법을 몰랐다.




결국 그녀는 살아가는 법을 알아냈다. 월급이 많지만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일을 그만뒀고, 병을 관리하게 되었고, 자신의 꿈을 쫓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삶은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바꾸어왔는지. 그다지 적극적으로 바꿔오지는 않았고 <행복의 약속>에서 언급된 비관주의에 입각해 뭔가를 피하는 방식의 선택을 많이 해 왔다. 



요즘 2-30대 여성 우울증을 다룬 <미괴오똑: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우울증을 앓는 여성들은 가정 폭력, 성폭력,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접하는 폭력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울증은 자신이 가졌던 세계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 필연적으로 온다고 했다. 양극성 장애와 우울증은 다르고 그 원인도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을 겪을 때 인간이 멀쩡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비슷하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면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나의 정신적 고통이 사회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름붙일 수 있었다. 또 공동체에서 받는 정서적 지지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의 개인적 이야기는 어쩌면 사소하기도 하고 별로 말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자꾸 써야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는 점은 조금 부끄럽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실화라는 게 어쩌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생각 나의 이야기를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밀레니얼들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리 멀지도 않아서)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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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29 08: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흐셨고 덕분에 이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며 정리하는 느낌이에요. 또한 제가 책을 읽으면서 전체보다 부분에 집중힌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 이렇게 총괄적 정리를 하지 못해서 말이지요. 함께 읽어 좋았습니다!

얄라알라 2023-05-29 13:00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수하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맛집 리뷰가 아무리 좋은 들, 내가 직접 가서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엄청 호응하기 어렵듯
이 책은 저도 직접 읽었던지라, (물론 세부 기억은 가물하지만) 두 분의 리뷰 읽으면서 ˝함께 읽기˝의 든든함을 다시금 느끼었습니다^^

건수하 2023-05-29 17:55   좋아요 3 | URL
이 책은 정말 전체를 다 볼 수 밖에 없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잘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어요.
5월에는 기한 안에 읽어 더욱 뿌듯합니다 ^^

건수하 2023-05-29 17:57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이미 읽으셨군요 ^^
함께 읽기의 든든함이 참 매력적입니다.

댓글 남겨주시니 힘이 나네요. 또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독서괭 2023-05-29 17: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달의 당선작으로 추천합니다!! 러스트벨트 이 책 이런 내용이었군요. 와닿는 부분이 많이셨던 것 같고. 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성폭행 당하고 주위 반응 진짜 어휴…🤬🤬🤬

건수하 2023-05-29 17:58   좋아요 1 | URL
이 달의 당선작 씩이나요... 그럴리 없다 생각하지만 괜히 신이 나네요 ㅎㅎ
독서괭님도 언젠가 꼭 읽어보시길. ^^

햇살과함께 2023-05-30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멋진 리뷰 잘 읽었어요~
저도 저 문장,, 자살하려는 하는 것이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맘에 많이 남더라고요.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서 죽고 싶다고 생각할 때(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가 있으니까요...

건수하 2023-05-30 14:3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저 문장 읽고 그렇구나- 했었어요.
어찌보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작가의 솔직함 그리고 시간순이 아닌 구성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 것 같아요.

책먼지 2023-05-31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당했는데 고해하라는 부분 읽다 모니터 부술 뻔했어요.. 어우 수하님 이 글 정말 좋네요ㅠㅠ 저는 미괴오똑 읽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읽기를 중단했는데 인터뷰이들의 경험이 각기 개별적이지만 어떤 부분들은 저와 소름끼치게 비슷해서 더 읽으면 돌이킬 수 없이 휩쓸려 들어갈 것 같더라고요ㅠㅠ (예를 들어 나는 죽도록 멀쩡한 척 하느라 의사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멀쩡한 척 하는 거고 의사도 사람이니까 상대를 배려해서 행동하는 건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무시하는 듯이 말할 때 진짜 순간 내가 이 사람 앞에서 죽어버려야 내가 안 괜찮은 걸 알까 충동느낀 적 있어요. 그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미괴오똑에도 나오더라고요) “비슷하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면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에 밑줄 긋습니다!!!

건수하 2023-06-01 15:03   좋아요 1 | URL
성폭행에 고해라니 정말 이게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ㅠㅠ

미괴오똑 읽기가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좋았고 하미나 작가가 더 책을 내줬으면 하고 있어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각자 다르지만 모이는 부분이 있었어요.
후기는 잘 못 쓰겠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는 있는데... 그냥 못 쓰고 넘어갈지도요..
 
완경 선언 -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생각의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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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보다 완경에 대해서는 더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 정확히 말하자면 ‘노화‘로 취급하는 태도가 싫어서, 알고 또 대비하고자 읽었다.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수만 있다면, 완경에 대해 자세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흥미로운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질 건강 매뉴얼>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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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12 09: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특성상 재미있지는 않으므로 별 하나 뺌.

햇살과함께 2023-05-12 09:54   좋아요 3 | URL
저도 완경되기 전에 읽어봐야겠어요! 머지 않은 것 같은데….

건수하 2023-05-12 13:50   좋아요 1 | URL
팔까 잘 뒀다가 필요할 때 다시 읽어볼까 고민중이에요 ^^

참고로 이 책에 따르면 완경은 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동안 월경이 없을 때 확정됩니다. 그러니까 12개월 동안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서곡 2023-05-12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지와 메시지가 훌륭하여 만점 주었다가 재미가 없어 별 하나 빼고 그랬었습니다 ㅎ 반대의 사례도 있었고요 ㅋ

건수하 2023-05-12 13:51   좋아요 2 | URL
제가 지루한 책 잘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특히 좀 지루했기에 ㅎㅎ 제 리뷰를 보시는 분들을 고려하여 하나 뺐습니다.

DYDADDY 2023-05-12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노화를 피해갈 수 없음에도 경멸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가치판단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에서 생산성의 하락이나 저해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겠죠. 완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노동력 생산 가능성의 상실을 자본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당연히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질 거에요. 인간적인 면으로 보았을 때 완경은 여성의 생물학적 수고로움을 마친 감사함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부터 새치가 많은 편(한약을 잘못 먹었나봐요. ㅋㅋㅋ)이라 흰머리가 늘어도 염색을 하지 않고 있어요. 한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젊어보이려 노력하는 것에 대한 반항이기도 해요.
물론 노화는 신체적으로 힘듬을 동반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간만큼의 성숙을 의미하겠죠.
이 책은 예전부터 읽고 싶은 책리스트에 있는데... 언젠가는 읽겠죠? ㅠㅠ

건수하 2023-05-12 20:53   좋아요 1 | URL
대디님 말씀하신대로예요. 게다가 요즘은 완경 이후의 시기가 길어지다보니 참고 견딘다기보단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대처할지가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생물학이나 약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여성인 저도 읽기가 지루했거든요. 대디님이 꼭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

DYDADDY 2023-05-13 02:07   좋아요 1 | URL
페이퍼를 곰곰히 곱씹다 문득 세상의 절반은 여자고 여자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약 수명의 40퍼센트가 완경 상태라면 인구의 20퍼센트는 항상 완경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 1,031만의 여성이 완경기라는거죠.
물론.. 재미없는 책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피력하시지만, 재미없는 것과 필요한 혹은 유용한 것은 항상 같지는 않으니 읽어볼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아요. ^^
(쓰고 보니 저는 결국 이과에서 못 벗어나나 봐요. ㅠㅠ)
 
[eBook] 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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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 걸프 전쟁 / 이라크 전쟁, 알 카에다, IS, 오사마 빈 라덴 등의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 책. 2차대전 이후 약 70년 동안 시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들을 잘 엮어 하나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도 않은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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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12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읽으면 된다.

공쟝쟝 2023-05-09 1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웤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9 14:03   좋아요 1 | URL
제가 쫌…. ☺️

공쟝쟝 2023-05-09 17:46   좋아요 1 | URL
💕
 
보부아르의 말 - 자유로운 삶을 꿈꾼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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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처: 제가 보기에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대체로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분인 것 같아요.

보부아르: 맞아요. 제가 하는 분석을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적용하지 않아요. 저에겐 낯선 방식이에요. 


(페이지를 적어두지 않음)



<제2의 성>을 읽고는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고는 (복잡한 애정 관계가 좀 맘에 걸리지만)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책을 보내주신 한 알라디너는 내가 이과형(이라기보다는 이과 출신?인데 어쨌든)이라서 자기애 넘치는 보부아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다른 페미니스트보다 보부아르를 특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직 잘 아는 페미니스트가 별로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사실이다) 나를 좀 꿰뚫어보시는 건가 해서 좀 찔렸다. 집사2가 배워보고 싶지 않냐고 했을 땐 단호하게 거절했던 불어를 잠시, 아주 잠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보부아르뿐 아니라 프랑스 작가들의 소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잡지를 읽을 때 영미권과는 다른 생각과 말하기 방식이 매력적이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기에.



<보부아르의 말>을 읽고 보부아르가 더 좋아졌고 가장 큰 이유는 위에 인용한 대화에 있다. 보부아르는 자기 자신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고,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 심지어 그 비전이 지금도 유효하다.  나도 현실에서 해야 할 일에 관심이 있고, 나 자신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자기애가 강하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지만 두루두루 좋은 사람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소수자 약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한동안 좋은 길이 저렇게 많은데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여성은 이미 많고 많이 가진 것 같은데 여성만 신경써도 되는 걸까 하고. 길을 간다고 해봤자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정도이지만…




슈바르처: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의 등가가 저를 화나게 해요. 하지만 둘은 자동적으로 동일한 게 아니에요.

보부아르: 뿐만 아니라 그것은 또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자연에 더 가까울 거라는 성차별적 규정의 효과예요... 

슈바르처: 그렇죠. 이런 유의 것들로 여성들을 해방 투쟁에서 단념하게 하고 그녀들의 에너지를 부차적인 행동의 장으로 유도하려 애쓰는 겁니다.
 


(120-121)




<좌파의 길>을 읽다가 보부아르로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나는 좌파보단 여성에게 기우는가보다 라고 썼었는데, 그렇다. (좌파가 여성보다 힘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어쨌든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내가 어머니라서, 여성이라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말을 붙이곤 하는데, 이제 가능하면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 말에 갇히는 것 같아서.



평화주의자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젊은 세대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그녀들이 개인적으로 여성이나 어머니여서가 아니에요. 요컨대 여성들은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단호하게 버려야만 할 거예요. 사람들이 비록 여성성이나 모성의 이름으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성들을 평화 운동에 합류하도록 장려한다고 할 지라도요. 그건 그저 여자들을 한 번 더 애 낳는 역할로 불러들이려는 남자들의 책략일 따름이에요. (141)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고 합당한 이유를 댈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초월’ 말인데… 역시 보부아르의 초월이란 내가 가볍게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



저는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에게도요. 
‘아니요, 안 됩니다! 다른 것을 쓰세요. 개선하도록 노력하세요! 당신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세요!˝ 
라고 말입니다. 여자라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아요. ... 저는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매우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139)



(그래서 그 책 보내준 건가요 😂)



이래서 보부아르가 좋다. 이 시절 ‘알리바이 여성’ 으로 보부아르와 함께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를 예로 들었는데… 아렌트는 보부아르보다도 더 자기를 생각하지 않던 사람 아닌가? 아마 아렌트도 분명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메리 매카시는..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왜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는 걸까, 아쉽다.



이정순 번역가님이 보부아르의 다른 책도 계속 번역해주시면 좋겠다. 가장 궁금한 건 <상황의 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사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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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4-25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메리 매카시… 아렌트랑 2인 정당 하신 분 🤩 저는 아렌트랑 보봐르 엥간한 남자보다 철학잘한 여자들이라서 좋아라는 것 같아요!! 좌뇌형 인간들ㅋㅋㅋㅋㅋ
저도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는 데, 실은 너무 생각 안해섴ㅋㅋ 그러다 천벌받아서 (ㅋㅋㅋㅋ) 30년치 몰아서 생각중입니다. 그건 그것대로 재밌구요.

영미권 페미니즘과 프랑스쪽 페미니즘의 어떤 긴장(?)도 수하님은 보이시나봐요!
자기 자신을 생각안하는 사람치고는 자기랑 비슷한 여성부터 좋아하는 참 자존감 ㅋㅋㅋ 상황의 힘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건수하 2023-04-25 09:26   좋아요 4 | URL
그러니까 그 멋진 분 책은 왜 하나도 번역이 안 되어 있는 걸까요? 궁금한데.

영미권과 프랑스 어쩌면 다른 유럽까지? 페미니즘도 그렇지만 문화가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철학도 모르고 게으르고.. 보부아르님과 비슷한 건 자기 생각 안하는 것만?;;; 보부아르님이 왜 안하시는 지는 모르겠고 저는 해서 내 내면을 파헤친들 뭐하겠냐 뭐 이런 -_-;; 생각입니다.

<상황의 힘> 꼭 나오면 좋겠는데.. 이정순 님이 뭔가 번역하고 계시리라 믿어보아요 ㅎ

공쟝쟝 2023-04-25 09:32   좋아요 2 | URL
이미 100자에서 1000자로 이미 자신을 초월하고 계시는 멋진 수하님!😀

건수하 2023-04-25 09:47   좋아요 1 | URL
조금씩 더 멋져지기! 얍 ㅎㅎ
 
[eBook] 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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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대체로 다 좋다. 진지하게 읽기는 하지만 재미로 흥미로 읽는 나와 달리 이 책의 저자인 조혜경님은 버킷리스트와 꿈 등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는 분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지칠 때는 전략적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매우 성실하시기까지 한 분이다.

이쯤 되면 ‘책만 읽어도 된다’는 제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얀될 것 같은데.. 그래도 다 책 이야기이긴 하다 :)

나는 책읽기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가, 그저 좋아서? 요즘엔 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기는 한데 정말 즐거움과 자기만족으로 끝낼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주제와 좋아하는 책읽기로 뭔가를 해볼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천하려면 성실하게 노력도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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