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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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글쓰기로 기존의 언어나 이데올로기를 깨뜨려주는 책. ‘전압이 높은 책’, ‘나를 소생시키는 책’, ‘몸과 마음의 평화를 깨고 격동을 일으키고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와 자극’을 주는 책. 그런 책이 바로 내겐 늘 정희진의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그의 글과 빛나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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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5-10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망시켜지지 않는 백자평이다 크으~

잠자냥 2021-05-10 09:28   좋아요 2 | URL
ㅋㅋ 정희진 님 당신이 이런 책을 좋아한다는데, 바로 자기가 이런 책을 써놓고 말입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1-05-10 09:54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단어뽑아서 찰떡같이 옮겨쓰는 잠자냥님도 고수 ㅋㅋㅋㅋ
 

알라딘 서재에서 E.M. 포스터 붐(?)이 이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몇 자(?) 보태보고 싶어졌다. 나는 자칭 포스터 마니아라고 생각하는데(북플에서는 내가 포스터 두 번째 마니아라고 한다), 그만큼 포스터 작품을 좋아한다. 포스터의 작품을 읽노라면 고고하고 우아한 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고고하고 우아한 숲이라는 게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아주 잘 짜인 지적인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포스터의 작품은 지적이고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진실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이랄까 그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게는 그렇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포스터 전집은 <기나긴 여행>,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모리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인도로 가는 길>, <콜로노스의 숲> 이렇게 7권이다. 나는 이 가운데 사람들이 종종 그의 대표작으로 생각(오해)하는 <인도로 가는 길>과 중단편 모음집인 <콜로노스의 숲>은 읽지 않았다. 아껴두는 마음보다는, 이 두 작품은 포스터 작품임에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 <인도로 가는 길>은 폴스타프 님도 여러 번 지적했듯이 포스터의 작가로서의 한계가 드러난(식민지 제국주의적 관점)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그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읽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솔직히 책 표지에 실린 이미지만 봐도 오리엔탈리즘 냄새가 물씬 난다. 그렇지 않은가. <콜로노스의 숲>은 몇 작품은 읽었지만 도통 포스터의 다른 장편에서 읽었던 감흥이 느껴지지 않아 살포시 내려놓고 아직 완독은 하지 않았다. 아마 환상적인 요소가 많아서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 읽은 르 귄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포스터의 단편 중 ‘기계는 멈춘다’를 칭송한 구절이 있어 이 책은 곧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 두 권을 제외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모리스>,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기나긴 여행> 순이다. 나는 포스터를 <모리스>로 처음 만났다. 이 소설은 포스터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동성애자였던 그의 삶이 담겨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 엄연한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캠브리지의 평범한 대학생 모리스가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매혹당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로, 모리스 및 그의 연인 ‘더럼’의 심리 묘사가 무척 섬세하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이유는 동성애자로서 포스터의 고뇌와 절망 등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는 점에 있다. 그의 생애를 훑어보면, 포스터가 사랑했던 남자, 혹은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들이 모두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으로 귀착하는 데 반해, 포스터는 혼자 독신으로 늙어갔다. 그런 그의 생애가 소설과 겹쳐지면서 슬픔을 동반한 아이러니컬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포스터 작품을 영화화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동명 영화도 명불허전 클래식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거 알지만. 지금은 죽고 싶지 않고 네가 죽는 것도 싫어.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죽으면 우리 둘 다 끝이야. 넌 그걸 깨끗하고 투명하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모리스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더러워지는 쪽을 택하겠어.”(<모리스>, 139쪽)   


 

<전망 좋은 방>도 사랑을 그리고 있다.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어찌 보면 뻔한 결말의 소설인데도 흥미롭게 읽힌다. 아마도 포스터의 아이러니컬한 문장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비꼬는 듯, 비아냥대는 듯, 곳곳에서 키득키득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 또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포스터의 소설이 거의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는 아마도 생동감 있는 캐릭터, 마치 실제로 어떤 전경을 바라보는 듯한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묘사 때문은 아닐까. 무엇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전망 좋은 방’은 여러 가지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루시와 샬롯이 묵게 된 펜션의 방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전망이 나쁘다. 창을 열고 이탈리아 풍경을 한껏 바라보기를 꿈꿨던 루시에게 ‘좋지 않은 전망’의 방은 얼마나 청천벽력인가! 낙담하던 그녀에게 펜션의 또 다른 손님인 애머슨 부자가 나타나 자신들은 남자이니 전망 따위는 필요 없다며 전망이 좋은 자신들의 방을 사용하라며 루시에게 방을 바꾸기를 권한다. 이때 루시는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조지 애머슨을 알게 된다. ‘전망 좋은 방’은 루시와 조지가 서로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는 한편 이 ‘전망 좋은 방’은 루시가 약혼자 세실을 다시 보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루시와 세실이 나누는 ‘전망’에 관한 대화를 통해 ‘전망 좋은 방’의 두 번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고 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을 생각하면 배경은 언제나 방 안이에요. 재미있는 일이네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응접실입니까? 바깥 전망이 보이지 않는?” “네, 전망이 없는 방이에요. 그게 뭐 문제인가요?” “나는 당신이 나를 생각할 때 이런 넓은 야외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그가 질책하듯 말했다. “세실,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전망 좋은 방>, 156쪽)


루시는 세실을 생각하면 ‘전망 없는 방’을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약혼자인데도 답답하기만 한 방 안을 떠올린다. 아무튼 ‘전망이 없는 방’이다. 그러면서도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그런데 세실은 루실이 자기를 생각할 때 ‘넓은 야외’를 떠올리기 바란다. 그러나 세실은 그럴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남자로,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약혼녀를 방 안에 가둬두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는 루시에게 알맞은 상대는 세실이 아니라, 루시가 ‘좋은 전망’을 떠올릴 수 있게 돕는 조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린 공간, 다른 모든 것들을 꿈꿀 수 있는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교양, 인습,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 즉 ‘좋은 전망’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전망 좋은 방’을 포기했던 남자 조지가 루시가 찾고 있는 그 사람임을 알게 된다. 방 안에, 집 안에 가두는 사랑이 아니라 좋은 전망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랑은 누구나 꿈꾸지 않을까.


<하워즈 엔드>는 포스터가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은 작품이다. 나 또한 읽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 이야기 짜임에 감탄했다. 포스터의 작품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고전 드라마를 보는 듯한데,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되는 사회성까지도 갖추고 있다. <전망 좋은 방>에서 포스터는 고루한 인습이나 전통과 싸우는 자유로운 개성을 가진 인물(애머슨 부자)을 내세워 악습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일깨우는 데 힘썼다. <모리스>의 ‘모리스’ 또한 그런 인물이다. 상반되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내세워 그들의 대화를 통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과연 전통과 인습을 지켜나가고, 그러느라 인간의 영혼과 삶이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감금당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질문을 던져 왔던 포스터. 그의 이런 질문은 <하워즈 엔드>에서도 이어진다.

독일인과 영국인의 피가 흐르는 헬렌과 마거릿 자매는 말 그대로 교양인이다. 지적이고 똑똑하며 음악과 문학, 예술 등 ‘정신적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상주의자이며, 페미니스트적 기질도 농후하다. 마거릿의 동생인 헬렌이 좀 더 이상주의자며, 마거릿에 비하면 더 과격한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이 두 자매는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그들의 세계와는 정반대에 속한 삶을 살고 있는 윌콕스 부부를 만나게 된다. 헨리 윌콕스는 전형적인 사업가로 여자는 남자의 등 뒤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식의 보수적인 세계관에 부자와 빈자, 계급 차이는 사회가 유지되려면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내 루스 윌콕스 또한 그런 남편의 등 뒤에서 가정을 지키며 사는 것이 여자의 삶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한 눈에 보기에도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고, 그 인연으로 헬렌과 마거릿은 윌콕스네 집 <하워즈 엔드>로 초대를 받게 된다. 작품은 <하워즈 엔드>를 둘러싸고 헬렌, 마거릿 슐레겔 자매와 윌콕스 가의 삶이 어떻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하워즈 엔드>는 최상류층은 아닌 중산층 계급 중에서도 좀 더 부자인 윌콕스가, 넉넉한 재산이 있지만 윌콕스 집안보다는 경제 수준은 낮은, 그러나 문화적 소양은 넘치는 슐레겔 자매, 경제적으로 최하 수준에 머물지만 문화적으로는 윌콕스가보다는 소양이 있는 레너드를 등장시켜 이 세 계급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그 안에서 계급차이, 남녀문제, 경제적 상황이 개인의 인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 작품에서 포스터는 각 계급에 대해 어떤 계급의 삶이 더 낫고 옳은지 섣불리 개입하여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작품 속 그들은 상대의 삶에 매혹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과는 정반대되는 삶에 격렬하게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을 덮을 즈음에는 어떻게 사는 삶이 좀 더 인간답게 사는 삶인지 판단을 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애정에 달린 문제에요. 애정요. 모르겠어요? 아시겠죠. 저는 헬렌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당신은 별로 그렇지 않죠. 맨스브리지 씨는 아예 헬렌을 모르고요. 그게 다예요. 애정은 서로 주고받을 때 권리가 생기는 법이에요. 맨스브리지 씨. 수첩에 적어 두세요. 유용한 말이니까요.” (<하워즈 엔드>, 377쪽)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예측 불가능한 빠른 전개와 인물 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관계와 영향 등등 재미로만 따지자면 포스터 작품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 또한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아름답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다. 작품은 영국 중산층 가문의 젊은 미망인 릴리아가 캐럴라인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보수적인 런던 교외 지역 사회의 위선과 억압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릴리아는 여행지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재미에서는 으뜸이지만 포스터의 초기작이니 만큼 후기작에 비해 깊이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그 반면 포스터 작품의 주요한 특징인 계급 문제, 인습과 전통에 얽힌 삶과 자유로운 삶의 대비 등등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나긴 여행>은 <모리스>보다 더 자전적인, 포스터 작품 중 가장 개인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 작품 전반부의 배경인 케임브리지나 후반부의 소스턴 스쿨 묘사는 거의 포스터의 실제 경험이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자전적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주인공 리키 앨리엇은 작가를 꿈꾸는 케임브리지 대학생으로 포스터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인생에서 이상을 추구하는 그는 이상의 여인을 찾아 결혼을 하지만, 그 결혼 생활은 오히려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그의 내면을 파괴한다. 자기도 모르게 일상의 세속적인 삶에 젖어든 그에게 놀라온 소식을 가진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작품은 반전을 띄게 된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작가로서 포스터의 젊은 날의 고뇌 등을 엿볼 수 있어 포스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아무튼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순서는
<모리스>-<전망 좋은 방>-<하워즈 엔드>-<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기나긴 여행>-----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될 거 같은데)-<콜로노스의 숲>-<인도로 가는 길>

재미 순으로 추천한다면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하워즈 엔드>-<모리스>-<전망 좋은 방>--- (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될 거 같은데)-<인도로 가는 길>-<기나긴 여행>-<콜로노스의 숲>

전체적으로 포스터 작품 중 이것만은 꼭 읽으라고 한다면

<하워즈 엔드>, <전망 좋은 방>, <모리스>

열린책들에서 다른 건 절판시키고 이 세 작품만 계속 표지갈이 하고 나오는 이유가 있겠지요.



















나의 포스터 전집. <전망 좋은 방>은 두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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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5-07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제가 <인도로 가는 길>을 읽지 않은 이유가 겹쳐요. 언급해 주신 책들 중 <기나긴 여행>과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안 읽었는데 다 절판이네요. 이런.. 저는 <모리스> 너무 좋았어요. <전망 좋은 방>은 개인적으로 영화도 좋았고요.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 2021-05-07 14:11   좋아요 4 | URL
ㅎㅎ 그렇죠. <인도로 가는길> 왠지 정말 손 안가요. <모리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영화도 정말 좋고요. 포스터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조합은 정말 환상입니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도서관에 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 특히 책 읽기가 왠지 지루해질 때- 독서 욕구를 다시 활활 불태워줍니다.

Falstaff 2021-05-07 1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망좋은 방> 짱이예요!!!

잠자냥 2021-05-07 14:12   좋아요 3 | URL
영화도 정말 좋았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나 낭만적임 ㅎ

coolcat329 2021-05-07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무슨 책을 사야할지 콕 집어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잠자냥 2021-05-07 14:09   좋아요 4 | URL
네, 포스터는 열린책들에서 지금 구할 수 있는 그 세 권만 읽으셔도 중요한 작품은 다 읽으시는 겁니닷~

청아 2021-05-07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전망좋은방> 빨리 읽고 싶네용!!!😍

잠자냥 2021-05-07 14:29   좋아요 3 | URL
읽고 나시면 영화도 도전! ㅎㅎ

레삭매냐 2021-05-07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장드라마 버금 간다는
<천사>랑 <전망 좋은 방>
도서관에 가서 냉큼 빌려
왔습니다.

<모리스>도 읽어야 하는디.

잠자냥 2021-05-07 14:30   좋아요 2 | URL
<천사>는 아마 레삭매냐 님 금요일 밤에 다 읽으신다에 1표. ㅋㅋㅋ

페넬로페 2021-05-07 1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인도로 가는 길은 일찍이 영화로 접해서 원작을 읽을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영화 내용이 하나도 기억안나서 ㅎㅎ
다행입니다^^

잠자냥 2021-05-07 14:30   좋아요 3 | URL
오, 그렇다면 원작을 하나씩 챙겨 읽어보세요. 영화도 참 잘만들었지만 역시 원작 소설의 재미란..!

난티나무 2021-05-07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감탄하며 읽었어요~~^^
한 권도 안 읽은 저는 어쩌나요... 일단 보관함....ㅠㅠㅠ

잠자냥 2021-05-07 15:14   좋아요 1 | URL
E. M. 포스터 한 권쯤은 방 안에 들이세요~ ㅎㅎ <하워즈 엔드>, <전망 좋은 방>, <모리스>는 적극 추천합니다.

새파랑 2021-05-07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연 첫번째 포스터 마니아는 누구일까요? 궁금 ㅎㅎ
‘모리스‘ 있는데 이 책 먼저 읽어 야겠네요. 완전 기대^^

잠자냥 2021-05-07 16:09   좋아요 1 | URL
아마도 대부분의 마니아 1위는 알라딘 서재에 로쟈 님이라고... 리뷰라기보다는 ‘강의 공지다~‘ 하면서 책 이미지 주구장창 올리는 분 있어요. 그분일 듯.

다락방 2021-05-08 18: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잠자냥 님 댓글 완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07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리스부터 읽을거에요. ㅎㅎㅎㅎ 잠자냥님 좋아하시는 작가의 풀이 진짜 태평양마냥 넓고 깊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5-07 16:15   좋아요 1 | URL
아니 태평양마냥 넓고 깊다니. 그런 칭찬이! ㅎㅎ 태평양대서양인도양보다 더 넒고 깊어지도록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5-07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이 포스터 두번째 마니아라고요. 어찌??? 지도 언제일지 모르나 모리스부터 읽겠슴다. 등장인물들의 저 대사가 콕. 심장을 찔렀어요.^^

잠자냥 2021-05-07 17:15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대사가 참으로 많습니다. <모리스> 재미나게 읽으세요~

mini74 2021-05-0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시절 영화로 접했던 책들이네요. 잠자냥님이 소개를 너무 잘해주셔서인지 원작을 꼭 칮아 읽어보고 싶어요. 아~~ 읽고싶운 책들이 너무 많아요 ㅎㅎ

잠자냥 2021-05-07 17:34   좋아요 0 | URL
원작도 꼭 읽어보세요~ 포스터의 문장에 쏙~ 빠지는 즐거움이 또 꽤 크답니다.

바람돌이 2021-05-0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도로 가는 길과 하워즈 엔드 영화만 봤군요. 소설은 한권도 안봤는데 어차피 영화 기억도 안나는거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을 수 있을 듯요. ^^ 추천하신 3권 일단 다 담아갑니다. ^^

잠자냥 2021-05-08 07:07   좋아요 0 | URL
네~ 읽다 보면 다시 영화 장면도 생각 나실지 몰라요~ ㅎㅎ

그레이스 2021-05-0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지 확인부터 해봐야겠네요^^ 인도로 가는 길 ! 없으면 구매 ㅋ

잠자냥 2021-05-08 12:33   좋아요 1 | URL
아마 한 권은 있으실 듯!?!

다락방 2021-05-08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전망 좋은 방] 오만넌젼에 되게 재미없게 읽고 팔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작년이었나, [모리스]를 재미있게 읽은 겁니다. 모리스를 제 기억엔 제가 아마 잠자냥 님 덕에 읽었지요?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전망 좋은 방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저나 이런 페이퍼라면 잠자냥 님이 가장 잘 쓸 수 있고 또 가장 좋은 증거 사진(!) 도 쓰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주 근사한 페이퍼에요!!

잠자냥 2021-05-08 21:46   좋아요 0 | URL
다부장님 아마 요즘 <전망 좋은 방> 다시 읽으면 좀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좋은 증거 사진(!) ㅋㅋㅋㅋㅋㅋ 아 그런가요. 근데 제가 요즘은 책 쌓이는 거에 치여서 웬만한 책은 읽는대로 팔아치워서리 몇 년 뒤엔 이런 증거 사진 찍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어요! ㅋ

케이 2021-05-0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모리스>와 <전망좋은 방> 은 남자주인공이 미남이라 특히 더 좋았어요. 전 로맨스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 못생기면 안보거든요. ㅋ 두 영화 모두 여자 관객 입장에서 진짜로 볼 맛이 났어요. 특히 <모리스>는 제 기준 눈호강 영화 2위 예요. (참고로 1위는 <싱글맨> 입니다. ㅋㅋㅋ 둘다 소설이 원작이네요~)

잠자냥 2021-05-08 21:42   좋아요 0 | URL
네 두 영화 다 남자주인공들 참 잘 생겼죠. 분위기도 좋고. <싱글맨>도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누가 나오는지는 알고 있고 스틸컷도 많이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눈호강이더군요. ㅎㅎ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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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을 걱정할 정도의 가난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좋은 소식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늙은 대령.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그 꿋꿋한 모습에 감동이 인다. 그 사이로 스치듯 그려지는 콜롬비아의 현실. 거장의 글은 이렇게 짧아도 참 강렬하구나. 근데 해설이 3분의 1.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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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5-07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주말에 이거 읽으려고 해요. 소설이 100페이지도 안되고 해설이 3분의 1 더 되는거 같아요. 짧지만 강렬하군요~

잠자냥 2021-05-07 09:48   좋아요 2 | URL
네, 그렇더라고요. 소설은 90쪽 되는 듯...? 앉아서 1시간이면 읽습니다...; -_-; (근데 정가 만 원)

행복한책읽기 2021-05-07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설이 3분의 1. 진정 과하군요. 긴 해설 싫은 1인 ㅋ 지는 포스터보다 가르시아 먼저. 짧으니까.^^

잠자냥 2021-05-07 17:59   좋아요 0 | URL
안 읽고 지나쳤다는 분도 많던데요, 전 뭔소리 하나 싶어서 조금 읽어봤는데 삘소리도 많습니다. .... -_-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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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과 선과 악은 어떻게 다를까. 선(善)은 언제나 옳고, 악(惡)은 언제나 그릇된 것일까? 아니, 반대로 생각해서 옳은 것은 항상 선이며, 그릇된 것은 언제나 악일까?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누군가에게는 정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옳은 것이 항상 선(善)일 수 없고, 그릇된 것이 늘 악(惡)일 수도 없다.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그릇된 행동이며 대개는 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대개’라고 말하는 까닭은 때로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범죄자를 처단하느라 피치 못해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당방위를 하다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이럴 때 단순히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갈 수 있을까.

또 다른 질문도 있다. 이렇게 누군가를 죽인 사람을 보호하거나 감싸주는 것은 옳고 그름, 선과 악 중 어디에 속할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자가 되었을 때 손쉽게 정의를 부르짖으며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울 수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은 옳고 그름의 판단에 따라,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아 마땅하고, 그것이 선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래서 범죄를 처단하는 것은 ‘정의’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현실 세계, 세속적인 세상의 판단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죄를 지은 자가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만으로 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은 이렇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문제를.

하드보일드 범죄소설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은 단순히 범죄가 일어나고 그 범죄를 처단하기까지의 속 시원한 결말을 바라는 독자에게는 사뭇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범죄가 일어나긴 하지만 살인 방식도 교묘하게 은폐되고(그 모든 살인 방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처벌 방식도 대부분의 범죄 소설 결말이 그러하듯이 시원하지 않다. 게다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열일곱 소년, 미성년자라는 점도, 그 범죄에 자기도 모르게 가담(?)하게 되는 또 다른 인물도 열여섯 소녀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이 들게 한다.

작품은 신문기자인 프레드 헤일이 누군가에게 불안하게 쫓기며 시작한다. 그는 사실 지역을 장악한 불량 조직 우두머리 콜레오니의 정보원으로, 그를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 목숨이 다급해 쫓기는 와중에 낯선 여자들을 이용해 위험한 순간을 피하려고 애쓰는데, 그러다가 건장한 체구에 사람 좋아 보이는 여인 ‘아이다’를 만난다. 그녀와 함께 운 좋게 피신하지만 아이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콜레오니와는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조직인 카이트의 오른팔 핑키에게 살해당한다. 아이다는 그저 마음이 변해서 자기를 떠난 줄로만 알았던 헤일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검시관은 헤일이 심장 마비로 자연사했다고 결론을 내렸으므로, 살해를 저지른 핑키 일당은 운 좋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있었는데, 뜻밖에 정의감 넘치는 아이다와 핑키의 알리바이에 모순이 있음을 알아차린 웨이트리스 ‘로즈’ 두 여자들 때문에 마음 편히 사건을 덮을 수 없게 된다.

이 작품은 이렇게 헤일의 진짜 사인(死因)을 알아내고, 그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는 아이다의 집요한 추적과, 그 추적을 피함과 동시에 무언가 알고 있는 ‘로즈’의 입을 막으려는 핑키의 노력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옳고 그름의 문제와, 선과 악, 세속적인 세상의 정의와 종교적인 세상의 정의의 문제를 질문한다. ‘아이다’와 ‘로즈’ 그리고 ‘핑키’ 이 세 캐릭터가 무척 인상 깊은데, 먼저 아이다는 죽은 헤일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날 우연히 만나서 하룻밤 보낼 뻔했던 사이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그녀는 헤일의 죽음에 집착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에 집착하는 이른바 ‘정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아이다 곁의 남자들도 그녀가 그토록 그 문제에 연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이다는 단호하기만 하다.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의 죽음을  무시할 수 없어서, ‘정정당당한 것을 좋아’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직접 실행하려는, 말 그대로 정의의 사도이다.

‘로즈’는 이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로즈가 자신의 범죄에 관해 무언가 알고 있음을 눈치챈 핑키는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거짓으로 사랑하는 척 행세하며 로즈의 마음을 빼앗는 데 성공하는데, 핑키에 비해 로즈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 게다가 핑키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가톨릭’ 신도이기 때문에 그와 자기 자신을 ‘같은 부류’라고 느낀다. 로즈는 핑키처럼 지옥도, 천벌도, 불구덩이도 믿는다. 그래서 핑키를 신뢰하지만 말끝마다 ‘옳고 그름’을 강조하는 아이다는 불신한다. 애초부터 로즈는 아이다의 웃음소리만 듣고도 그녀를 싫어하는데, 그것은 마치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의 웃음’이다. 핑키도, 자신도 지옥을 믿지만 그 여자는 하나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 여자는 ‘세상이 온통 근사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대죄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옳고 그름’만 이야기한다. 마치 자기가 그걸 안다는 듯이. 그래서 그 여자는 “불구덩이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러려고 해도 그러지 못할”(234쪽)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다는 핑키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그를 처벌하려고 할뿐만 아니라, 로즈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핑키와 로즈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하기에 로즈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

가장 문제적인 캐릭터는 <브라이턴 록>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17세 소년 ‘핑키’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이다. 그런데 천국은 믿지 않는다. 종교는 그에게 ‘그냥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그는 지옥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옥 또한 ‘그냥 있는 것’이다. 자신은 평화를 누릴 만한 복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걸 믿지도 않는다. 천국은 말일 뿐이지만 지옥은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지옥불이 두렵지 않다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부모, 황량한 슬럼가 출신에 갱단 우두머리 카이트가 양아버지나 다름없었으며 카이트 패거리가 식구인 핑키. 미성년인 그의 주위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다. 살인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며 그는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소년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성행위에 극도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자신의 필요 때문에 로즈와 가까워지면서도 손을 잡는다거나, 입을 맞춘다거나, 또는 더 나아가 성행위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자기는 사랑이나 아름다움 같은 것들에 속지 않는다고, ‘침대에서 벌어지는 토요일 밤의 움직임’ 같은 것으로는 이 지옥 같은 삶의 탈출구가 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으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일에 힘을 쏟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열일곱 나이에 성적인 관계에 그토록 혐오를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한데, 사실 소년은 어릴 때 부모가 토요일 밤마다 벌이는 ‘그 짓거리’를 훔쳐보면서 ‘그 짓’을 경멸하기에 이른다. 어릴 때 사제가 되고 싶었던 핑키에게 사제란 ‘뭐가 뭔지 아는 사람들’이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것들’, 그러니까 성행위나 술을 마시는 등 쾌락을 위한 행동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제가 되기를 꿈꾸던 어린 소년은 자기도 원치 않는 사이에 부모의 성행위 장면, 즉 한없이 쾌락 중심적이고 세속적인 그 행위를 보고야 말게 되었고. 그에게는 그게 하나의 원죄이자 대죄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고통은 열일곱 소년의 머릿속을 지배할 만큼 강력하다. 한 번 타락한 천사가 다시는 천사가 될 수 없듯이, 핑키는 자기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간다. 어찌 보면 그레이엄 그린의 또 다른 작품 <권력과 영광>의 타락한 ‘위스키 사제’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왜 나는 잠깐이라도 천국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까. 설령 그것이 브라이턴의 담벼락 사이에 난 조그만 틈에 불과하다 하더라도’(468쪽) 읊조리는 그를 지켜보노라면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409쪽)

“나는 적어도 네가 모르는 것  하나를 알고 있어.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알지. 그건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아.”
로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여자 말이 맞았다. 그 두 단어는 로즈에게 아무런 의미도 띠지 못했다. 그 두 단어의 맛은 더 강렬한 음식인 ‘선과 악’에 의해 소멸되어 버렸다. 여자는 자기가 모르는 선과 악에 대해서는 로즈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로즈는 핑키가 악하다는 것을 산술적인 수학처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 핑키가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411쪽)



살인을 저지른 핑키는 분명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서도 그릇된 행동을 했으며, 선과 악으로 판단해서도 악이다. 로즈 또한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핑키라는 인물은 악(惡) 그 자체일까. 그토록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 아이다는 선(善)을 행한 것일까. 한때 사제를 꿈꿨던 타락한 천사 핑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종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두컴컴한 조그만 고해실’이나 ‘신부님 목소리’, ‘영원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분홍빛 유리 속에서 밝게 타오르는 등불 앞이나 조각상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흐릿한 향수에 젖어들고, 그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이런 핑키에게 조금의 선함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천당과 지옥이라는 두 개의 영원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는 피폐한 영역’이다. 로즈가 아무리 자기를 사랑한다 해도, 사랑은 증오나 혐오와 마찬가지로 영원한 것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죽음조차도 그렇다. 그렇기에 로즈의 애정도 그에게는 구원이 될 수 없다.

신부님은 로즈에게 “가장 좋은 것이 타락하면 가장 나쁜 것이 된다” 말하면서 “가톨릭 신자는 하느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악마와 더 많이 접촉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핑키는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을 지녔었기에 가장 나쁜 것으로 타락한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만일 ‘그 짓거리’를 보는 대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그 짓거리’를 목격한 그 일 자체를 그토록 죄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삶이 조금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자기에게 내려진 한 치의 오점도 허용하지 못했기에 그는 그토록 타락하고 만 것은 아닐까. 핑키의 그 부서지기 쉬운 순수에는 분명 ‘어떤 선한 것’이 있었으리라. 구원과 지옥의 형벌을 믿었던 핑키는 어쩌면 그래서 신의 자비를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정의를 이룩해 환하게 웃음 짓는 아이다를 지켜보노라면 세상의 옳고 그름의 기준이 어쩌면 참으로 편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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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06 1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엄 그린이면 일단 읽는 거지요 뭐.
저도 이거 찜 했습니다. 여간 기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 살 때는 꼭 땡투 해야 하는데 늘 잊는단 말입니다. ㅋㅋ

잠자냥 2021-05-06 11:57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 님이 좋아하실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 보니까, 이 번역자가 그레이엄 그린 작품 또 번역하고 있더군요. 현대문학에서 출간예정입니다.

이거 영화도 있다던데, 영화도 궁금해요. 암튼 영화에서는 원작과 달리 ‘어떤 장면‘을 완전히 바꿨다던데, 그에 대해서는 폴스타프 님이 책 읽고 나신 뒤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쭈도록 하겠습니다....

coolcat329 2021-05-06 13:03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혹시 그 작품이 <권력과 영광>은 아닌지요? 다른 번역으로 읽고 싶어서요...

잠자냥 2021-05-06 13:05   좋아요 1 | URL
쿨캣 님, <권력과 영광>은 아니고요. 새로운 작품입니다. ㅎㅎ

Falstaff 2021-05-06 13:17   좋아요 2 | URL
<권력과 영광>은 열린책들에 저작권을 팔아서 다른 출판사, 다른 역자로 나오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그래서 첫빠따에 번역을 잘 해야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 <장미의 이름>도 마찬가지고요.
안 팔리면 모를까 잘 팔리는데 염병을 한다고 다시 번역하겠습니까.

coolcat329 2021-05-06 13:35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ㅠ 머리에 콕콕 박히는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5-06 14:09   좋아요 1 | URL
아참, 출간예정 작품은 <사랑의 종말)(1951)입니다.

coolcat329 2021-05-06 19:08   좋아요 0 | URL
네~~감사합니다 😄

coolcat329 2021-05-06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그레이엄 그린 단편 하루 1-2편씩 읽고 있어요.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을 너무너무 인상깊고 재밌게 읽어 작가가 같은 카톨릭 신자니 오코너와 비교해보려고 산건데 그린은 그녀보다는 조금 더 밝고 희망적인거 같아요. 아무튼 저도 그 단편 다 읽고 이 책 읽어보렵니다~^^

잠자냥 2021-05-06 13:09   좋아요 2 | URL
오코너랑 비교해서 읽어도 재미날 거 같네요. 그린이 좀 더 밝고 희망적이라는 말씀에도 공감하고요. 플래너리 오코너는 좀 기괴하죠. ㅎㅎ 아 근데 그러고 보니 그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선 전 다 못 읽었어요.

다락방 2021-05-06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자냥 님 덕에 처음 알게 됐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읽고 좋아하고 계셨군요. 그렇다면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1-05-06 14:10   좋아요 2 | URL
그레이엄 그린은 알아두셔도(아니 알아둬야 할) 좋은 작가라고 소개드립니다~ 다 부장님 정도 독서가라면 더 ㅎ

독서괭 2021-05-0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옛날에 사둔 현대문학 그레이엄그린 단편선 못 읽고 잊고 있었는데..! 어서 읽고 이책도 보고 싶습니다 ㅠㅠ

잠자냥 2021-05-06 21:54   좋아요 0 | URL
네~ 어서 서둘러 읽으세욧~ ㅎㅎ

바람돌이 2021-05-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또 새로운 작가군요.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인데 급관심 상승입니다. ^^

잠자냥 2021-05-07 07:14   좋아요 0 | URL
네~ 꼭 한번 읽어보세요~~

blanca 2021-05-0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결국 이 책을 사야겠다는 ㅋㅋ 정당한 이유를 주시는군요.

잠자냥 2021-05-09 10: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결국 사시기로! ㅎㅎ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제안들 36
아글라야 페터라니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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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를 잃어버린 난민이자 이방인 소외자의 언어로 써내려간 고단한 생의 기록. 유려한 문장도 아니며, 아름다운 내용도 아닌 오히려 참혹한 내용인데도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 한 권으로 완벽하게 그녀의 팬이 됐는데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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