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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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우는 글쓰기>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본서이다. 글쓰기에 가닥을 잡았거나, 글쓰는 일을 즐거워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거나,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 책을 읽으며 도움을 구해도 좋다. 

이 책은 어떻게 글을 써야 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방법론적인 것에 치중해 있다. 노트를 사는 것부터, 글을 쓰는 시간, 장소, 도구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과 함께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배우자와 함께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처음부터 많이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되며, 삼행시를 짓거나 몇 줄로 자기의 기분을 포기하는 것도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것이나,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며 소재를 찾는 것, 새로운 시도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기만의 글쓰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기록은 중요한 것이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는 중요하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짤게, 길게, 간결하게, 장황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모이면 인생의 시간들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나를 들여다 볼 수도 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 순간적인 감정, 나도 느끼지 못했던 나의 내면 세계까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 언젠가는 나에게 알맞는 방법이 나타날 것이며, 그 훈련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한다. 경험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저자의 생각이 전해진다. 

차근차근 방법론을 잘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두려움을 벗어던진 자만이 한 문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낡은 노트를 마련하고, 펜을 들자. 무엇이라도 좋으니 써보자. 쓰기 전에 깊이 생각하느라 주저하지 말고, 쓰고 나서 수정하고 다듬자. 어떤 글 속에도 문득 튀어나온 생각들이 정제되지 않고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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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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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긍정적인 사고가 성공을 좌우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바꾼다’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긍정적인 생각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며, 긍정적인 태도는 나는 물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긍정’이 판치는 세상이야말로 ‘불만’이 가득한 세상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있기 위해 짐짓 모른 척 태연하게 굴고, 아닌 척 즐겁게 살지도 모른다.

이유 있는 한풀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카타르시스라는 것은 감정의 독소를 배출한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나쁜 일이 생기는 날도 있고, 화가 나는 날도 있고, 미운 사람도 있고, 짜증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 갖가지 상황에서 모두가 웃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풀이도 청승맞지 않고 재미있게 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이루어낸 것이 ‘불만합창단’이 아닐까? 불만을 노래한다라는 발상은 신선하며, 재미있고 파격적이다. 언제나 우리는 불만을 피 튀기며, 감정적으로 우울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불만을 노래하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즐거워지는 것이다.

불만합창단의 창시자는 ‘텔레르보와 올리버 부부’. 우연히 생각해낸 프로젝트가 세계로 퍼져나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란 것은, 아무리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라도 투덜대는 불만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행복지수도 높을 뿐더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알아왔다. 그들의 문화가 부럽기도 했고, 혹시 우리 삶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 속에도 우리와 비슷한 불만이 숨어있었다. 아하! 불만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구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원들의 고민과 고충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열정도 보인다. 우연히 발견한 프로젝트를 의심하지 않고 진행하라고 부추긴 박원순 씨의 용기와 결단 또한. 막막했을 그들 앞에 나타난 불만합창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능성으로 드러나면서 불만합창단은 한 발씩 나아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불만합창단을 시민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서구사회는 다양한 차원에서 크고 작은 방법론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그곳에서 불만합창단은 아주 평범한 시민활동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었지만, 우리사회에선 낯설고 독특한 이슈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만합창에 대한 호평만큼이나 우려와 거부감이 많았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 176p  
   

 어떤 일이든 우려가 따른다. 안 될 것이라는 포기론부터 수면 위로 떠올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굳건한 신념과 믿음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질감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움과 재미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황당한 생각도 이 깨알 같은 사람들 중 누군가가 동의할 수 있다. 그것을 미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꺠달을 수 있었다. 

   
  흔히 참여과정에서 간과하기 쉽지만 방법론만큼 중요한 것이 조력자(facilitator)의 역할이다. 조력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하여 창조적인 성과를 끌어내는 것을 돕는다. 참여자들이 가진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갈등을 중재하고, 한 방향으로 논의를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턱대고 ‘자, 이제 말해보세요’ ‘이제부터 참여하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효과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겠는가. 조력자는 전체적인 진행을 조망하면서도 그때그때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하게 진행을 이끄는 사회자와도 다르고,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와도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조력자다.  -  97p  
   

 불만합창단에 참여하는 모두 ‘처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원도 참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처음’이다. ‘처음’은 어렵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창의적’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연구원들의 몫이었다. 쉽지 않았고 뭐가 제대로 되는 건지도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난 연구원들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에게 없었던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시도 했다는 것, 그 안으로 사람들을 모여들게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훌륭한 조력자가 아니었을까? 

   
  “불만합창단은 ‘함께 함’ 그리고 ‘열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어요. 불만합창단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른 의견들이 어느새 서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고, 참여자 모두의 자발적인 열정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 불만합창단 창시자 텔레르보의 말 – 65p
 
   

불만을 이야기하며 친해지고, 불만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함께, 그리고 힘있게. 그게 쉬울 수 있을까? 불만을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진 않을까? 답답해지진 않을까? 많은 우려와 의심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모임’과 ‘대화’, 그리고 ‘발견’. 그들이 즐거웠을 시간들이 그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불만을 소리 높여 노래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탄생한 불만합창단과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즐거웠을 것이고, 더욱 신났을 것이다. 

   
 

 “참여란 시민과 접점을 모색하는 단체에겐 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올해 희망 제작소의 목표는 ‘1만 명 시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싱크탱크’였다. 순수한 시민의 후원에 의해서만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가 단기간 내에는 달성하기 힘든 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우리의 역량이나 시민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75p

 
   

 ‘참여’. 이것은 무엇일까? 귀찮은 일과 직접적으로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외면하기 일쑤다. 사람을 끌어 모아 ‘참여’하게 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는 ‘참여’에 큰 부담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되고, 사회로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화두에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지만, 누군가가 이끌어 나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힘이 빠지고, 진이 빠지고, 서로 지쳐갈 수 있는 일이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잘 ‘참여’하고 있었다.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즐거워하며 ‘희망제작소’라는 프로젝트에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축제의 막을 내렸다. 불만으로 하나 되어 신나고 즐거웠다. 불만이 가득한 자리가 그렇게 재밌고 신나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기대를 품고 간 나에게도 굉장히 이상한 체험이었으니까. 하지만 ‘불만이 가득한 재미있는 자리’에 내가 있었다. 대통령을 앉혀놓고 불렀대도 이해했을 거라고 믿을 만큼, 우리는 불만을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만든 도구를 한국에서 훌륭하게 진화시켰다. 이제 불만합창은 훌륭한 소통의 장이 되었다”고 얘기하던 올리버의 말처럼, 불만을 노래한다는 것은 훌륭한 소통의 도구였다. 무엇보다 불만합창과 이 페스티벌의 진정한 장점은 ‘미치도록 재미있다’는 것이 아닐까.   -   144p

 
   

 책을 보면 들리진 않는다. 그들의 불만 노래가. 하지만, 느낄 수는 있다. 그들의 불만 노래를. 그냥 모두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노래로 수다를 떨고 싶었던 거다. 전혀 위험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도 않았다. 모두 유쾌했고, 모두 즐거웠다. 세상에 그런 반란이 있을까? 불만을 합창하는데 관객도 박수를 치고 즐거워한다. 불만 노래에 담긴 유쾌함과 즐거움이 서로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즐거운 한풀이에 응원을 보낸다.

아이들, 어른, 장애인, 여자, 남자.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모습. 내부에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그리고 마음껏 박수를 보낸다. 용기 있는 움직임이 있기에 세상은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게 아닐까? 아~ 나도 ‘참여’라는 울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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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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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임금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공정무역은 사업이지 자선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한 농민들의 생산품을 공정한 금액을 주고 사는 것입니다. 공정무역은 좋은 품질의 물건이 필요한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거리를 좁혀줍니다. 돈을 어떻게 값어치 있게 쓰느냐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가치 있는 시장을 통해 농민들에게 좀더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갑니다. 좋은 품질의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면 그것이 농민들에게 더 나은 임금으로 돌아갑니다. 자꾸만 가격을 낮추면 농민들에게는 적은 수익금, 소비자들에게는 질 나쁜 상품이 돌아갑니다. 모두 다 실패하는 거죠. 

가장 역동적인 공정무역 시장 영국 - 163p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저렴하게, 조금 더, 조금 더.  이런 말들 덕분에 죽도록 일하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다. 물론,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은 소비자가 바라는 욕구이며 욕망이지만, 그 뒤에 감추어진 피나는 노동과 노력들은 눈물이며 고통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가 재정립 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표면적으로 드러내 준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이 책은 방송위원회의 지원으로 찍었던 공정무역에 대한 다큐를 바탕으로 새롭게 정리해 공정무역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공정무역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나라들과 공정무역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는 나라들을 대비해 보여주며, 공정무역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을 인지하며, 올바르게 만들어진 제품을 찾을 때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이 조금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사실적인 취재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뛰어나고,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깊어 공정무역 대학까지 운영되고 있다. 공정무역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제3세계의 굶주림과 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가난을 탈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중요합니다. 이제 세상은 점점 글로벌화 되어 무역도 세계화 되어가고 있잖아요. 자유시장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빈곤한 사람들은 더 빈곤해집니다. 시장의 조건이 아주 중요한데요, 일자리를 못 찾거나 생필품을 구입할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공평한 대우를 받는 게 중요하겠죠. 공정무역은 개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사는 일입니다. 

가장 역동적인 공정무역 시장 영국 - 199p  마이클 베리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꽤 중요한 것이다.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 강대국과 거대 기업들이 배를 불려왔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함께 살아야 함을 인식하며 공동체 의식으로 돌아선다는 것인 민족, 국가를 넘어 인류를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리핀에 있는 네그로스 섬은 1921~1934년까지 설탕산업이 번영을 이루었다. 미국이 필리핀 농작물에 대해 무관세를 허용해 설탕 공장은 호황을 누렸고, 사탕수수를 수확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대지주, 공장 소유자, 상인들이 많은 돈을 벌었던 반면, '아시엔다'라고 불리던 사탕수수 노동자들은 힘든 육체노동을 도맡아 하면서도 노예처럼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설탕 가격이 폭락하면서 돈을 벌었던 이들은 네그로스 섬을 떠났지만, 남겨진 노동자들은 빈곤과 자연재해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공정무역이 시작되면서 네그로스 섬의 빈곤한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다. 소규모 농민들에게 생산자금을 대출해주고 농업기술 교육을 지원했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며 생활의 질을 바꿀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변화가 농부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경제적 힘을 보태주었다. 정당한 배당금을 주고, 이익 중 일정 금액을 적립해 발전 기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공정무역 덕분이다. 그것은 한 공동체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그로스 섬은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곳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여 지배하고 자국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약육강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공정무역이 현지인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일할 수 잇었다. 우물이 집 가까이 있고 하루 세 끼 걱정하지 않으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 공정무역으로 이런 소박한 꿈이 이뤄지고 있었다. 네그로스 섬에서 우리가 본 것은 '희망'이었다.  

절망의 설탕에서 희망의 설탕으로 필리핀 - 259p

 
   

영국은 공정무역 제품이 활발하게 판매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정무역 제품을 찾게 되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교육을 받게 된다. 자신들이 사는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정무역을 더 홍보하기 위해 많은 캠페인도 벌이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돈이 정당하게 쓰이길 바란다. '공정한 몫'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그 '공정한 몫'이 누군가에게 삶의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언제나 착취의 중심에 있었던 커피, 초콜릿, 축구공도 놓치지 않고 취재했다. 많은 프로그램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어린 아이들과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 결과, 공정무역의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고 원산지에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미미한 움직임만 발견될 뿐이다. 아직 공정무역에 대한 개념도 사람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았고, 활동에 앞장서는 단체도 소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홍보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공정무역이라는 것은 걸음마를 떼기도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의 노력으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 그래서, 작가들의 노력이 새롭고 의미깊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정무역. 올바른 소비는 아름다움을 가져온다. 이것은 기부가 아니다. 불공정한 무역을 공정한 무역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모두가 균등하게 이익을 보는 사회. 그것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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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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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경은 점점 파괴되고 있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이 외면을 언제까지 지속하고 있을까?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작가 새시 로이드는 한 아이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하거나 적나라하거나 눈이 번쩍 뜨이는 일갈이 아니다. 천천히 느리게, 아무렇지 않은 방법으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가상이다. 2015년 1월 8일 영국 정부에서 60퍼센트 탄소 배급이 시작된다. 탄소 배급제란 전 국민에게 의무적 탄소 카드를 발급하고 일인당 월간 200포인트만 탄소를 쓸 수 있게 한다. 탄소부를 설치하여 국민이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제도가 한 가족에 폭풍 같은 혼란을 가져온다. 편리한 생활로 무제한 탄소 배출을 했던 가족은, 점점 불편함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혼돈에 빠진다.

브라운 가족의 로라 브라운은 탄소 배급제가 신청되던 2015년 1월부터 일기를 쓴다. 로라 브라운의 눈으로 보는 탄소 배급제 과연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이 드는 것일까? 어린 학생의 눈은 아이답게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투로 하지만, 정직하다. 처음에는 모두 현실 부정 모드였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되고 나니 우왕좌왕이다. 누구나 똑같이 주어지는 탄소 포인트. 포인트를 아껴서 필요할 때 사용하려면 자동차, 비행기 이용은 꿈도 꿀 수 없다. 이것은 여행이나 여가생활도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 TV, HD, 오디오를 사용하는 것도 제한되며, 난방, 목욕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심지어 드라이, 토스터, 전기 주전자, 전등, PDA 등도 선택 사항이다. 쇼핑도 물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람의 행위가 탄소 배출을 불러오는 일은 무엇이든 줄여야 한다. 

이것은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익숙하지 않은 일이 사람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탄소 배급제 때문에 과제도 바뀌었고, 아빠의 관광 교수라는 직업도 유명무실해졌다. 탄소 배급제로 여행은 사양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배우려 하지 않는다. 탄소를 대책 없이 사용했을 때는 탄소부에 끌려가 적절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고약하고 두려운 사건이다. 

로라 브라운은 밴드 활동도 해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의 즐거움도 나누어야 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집중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일 터진다. 엄마와 아빠 사이는 틀어지고, 아빠는 실직자가 되고 언니는 탄소부에 끌려가고 밴드 활동을 하려면 탄소 포인트를 아껴야 한다. 모든 것은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신경을 곤두서는 터에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조차 어렵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전기를 끄고, 농작물을 키우고 가축을 기른다. 이러한 변화가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익숙해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앞에는 가혹한 시련만 이어진다.

탄소 배급제를 열심히 했는데도 가뭄이 들자, 물까지 제한당한다. 사람들은 점차 지쳐가고, 폭풍이 몰아쳐 홍수까지 난다. 아비규환, 가족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모두가 힘을 모아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에 있다는 것은 책 주인공보다 독자가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에요! 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일과 자기의 감정들을 아이처럼 적어 나간다. 하지만, 탄소 배급제는 가족의 해체와 생활의 불균형으로 조금씩 조금씩 어린 아이의 삶을 좀먹는다. 

2015년은 멀지 않다. 멀지 않은 날을 배경으로 이 책을 구성한 작가의 메시지는 더욱 위협적이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올 수 있는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소한 일들을 불편하게 만드니, 탄소 배출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편리한 삶을 조금 포기하니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역시, 실천이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아이의 일기로 전한 경고는 새롭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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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벌이 -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사는 17인의 열정 토크
홍희선, 김대욱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을 지나온 우리는, 웰빙과 여유와 여행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졌다는 이야기다.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조금 줄이고, 다른 일로 고개를 돌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정말 먹고사는 게 '다' 인 것일까? 그것만 충족되면 그냥저냥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제 먹고살기는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시대에 안착했다. 이런 시대에는 먹고사는 것보다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고 있는 거지?

공부하기 위해 태어나서, 또 공부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는다. 이런 지루한 삶은 싫다. 결국,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간에 얽매이고, 체면에 얽매인다. 보여주는 삶을 살다 보니, 내가 사는 삶은 없다. 이런 것들을 깨닫게 되면, 허울 좋은 학벌도 사생활이 없는 대기업 사원 생활도 내가 진정하게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막의 신기루처럼 진짜가 아닌 삶이 된다. 진짜가 아니지만 배부른 걸로만 만족할 수 없다면 할 말이 없다. 그것도 만족이기에 그게 행복한 삶이고 행복한 밥벌이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당신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행복한 밥벌이>에 나오는 17명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이들에겐 먹고사는 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먹고사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 꿈꾸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배부른 소리라고? 이들은 원초적으로 배부르지 않다. 아직도 배고프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이제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제 꿈꿔온 것들 안에서 조금씩 가슴 속을, 뱃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을 뿐인데 무슨 배가 부르다고. 0부터 10까지 나뉜 눈금에서 이제 1쯤 왔을 뿐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 최고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최고'라는 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최고'라는 말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부유'한 것 같지도 않다.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받는 삶만이 행복할 리 없다. 이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돈을 쫓아가는 밥벌이는 돈의 노예만 될 뿐. 꿈을 쫓아가는 밥벌이를 할 때 가끔은 돈이 쫓아와 준다. 그렇게 먹고살 수 있으면, '돈'은 개의치 않는다.

'당신들 멋져!'라고 말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사업 수완'이 좋아 보여서, '타고난 전략가'라고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원하는 삶을 쫓아가기에, 그러다 지친다 하여도 원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에, 자기의 위치에 당당하기에, 그리고 그것을 행복한 밥벌이라고 말하기에. '당신들은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래를 하기 위해서,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연기를 하기 위해서, 예술을 하기 위해서, 작곡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리기 위해서 그들은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 무슨 후회가 있겠는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10년 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려고요. 10년을 했는데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면, 이 길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10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멋진 삶을 이루어 냈을 테니까.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굳건한 신념, 의지가 있기에,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기에 달린다.
치열하게 살았으니, 타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나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대범함과 솔직함, 열정이 부럽다. 정당한 욕망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 행복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누군가 내 글에 귀를 기울여 준다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시인 김경주
지금까지는 시작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영화감독 & 배우 양익준
붕가붕가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18평짜리 임대 아파트 하나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것이 1차 목표라는 붕가붕가 레코드 고건혁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된 과정을 이겨낸 완벽주의자 아트디렉터 김소영
아직은 45등쯤, 1등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개그맨 한민관
생각만 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가열차게 외치는 밴드 국카스텐
언제나 '청년'이고 싶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으로 슬퍼하지 말자는 뮤지컬 배우 김산호
지금은 만들어내고 뿜어내고 공유하면서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그림 노동으로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만화가 최규석
최고라는 착각의 벽을 당당히 부셔내고 다시 그려내는 그래피티 작가 JNJ CREW
모두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 포토그래퍼 전소연
Just be yourself-Dream and go for it! - 팝아티스트 낸시 랭
맥주 한 잔 마실 돈만 있다면, 내가 재미있고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다 현대음악 작곡가 신나라
어려운 미술, 재밌고 즐겁게 소통하길 원한다 큐레이터 몰라
미친 듯이 두드리고, 두드리며 미친다 라퍼커션 리더 전호영
자기만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맑은 배우 한지민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직접 전화하는 꿈을 꿔온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박선희


그들의 열정과 행복과 즐거움을 흡수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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