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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 씨 하나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을 잘 읽지 않던 내가, 남편과 나보다 4살 많은 친구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은, 잘 만들어진 만화가 찌질한 책보다 훨씬 낫다는 거다. 얻을 것도 많고 생각도 하게 되고.
오늘의 네코무라 씨는 어디서 추천을 받았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어디선가 평을 읽고 샀다. 슥슥 그어진 선과 오종종하게 쓰인 글씨. 알고 보니, 번역된 한글을 작가가 직접 필사해 주었다고 한다.
헤어진 주인집 도련님과 만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가정부가 된 네코무라 씨. 그(?)는 가정부이다. 가정부를 찾는다는 구人광고를 보고, 찾아간 무라타 가정부집. 고양이 네코무라 씨는 한 집에서 가사일을 돕는 도우미가 된다. 만약,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 가정부가 되었다면 별반 흥미로울 것도 없지만, 고양이가 가정부가 되었다니, 이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네코무라 씨는 순진하다. 인간 세계를 잘 알지 못하니, 실수도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을 깨우치기도 한다. 네코무라 씨의 하루는 바쁘다. 장도 보고, 음식도 하고, 청소도 하고. 거기다가 일하는 집의 가족들도 걱정해야 한다.
도련님 그리워하랴, 집안일 하랴, 일하는 댁 가족들 걱정하랴, 오지랖이 넓어서 여기저기 참견도 많이 하다 보니 피곤해서 쓰러져 잠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다. 고양이 가정부의 고충이란.
밥 안 먹는 불량 아가씨 밥 먹이기 프로젝트, 사이 안 좋은 주인 내외 부부 화목하게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뒷방에 조용히 사시는 할머니와 강아지 방문해서 기쁨조 해주기 프로젝트,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는 도련님에게 꿈과 목표를 깨우쳐주기 프로젝트.
음식과 청소만 잘하는 고양이 가정부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네코무라 씨. 그가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네코무라 씨는 불륜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취업, 학벌, 공부라는 것도 잘 모르고, 성형이라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인정해준다. 처음에는 냉정하고 차갑게 굴던 가족들도 점점 네코무라 씨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게 변화다.
가족이 해체되고 개인주의적인 풍토가 만연한 시대. 일본은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지? 가족이라는 것은 삶의 근원이고 행복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그에 대한 담론은 만화, 소설, 철학에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늘 언제나 서로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 모른 척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말이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늘의 네코무라 씨. 셋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가족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줄까? 네코무라 씨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