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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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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뭘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우리나라처럼 많이 주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발적'이 아닌 '강요'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재미'를 찾기도 전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것이 의무일리도 없고, 강요가 되서도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비틀린 목적, 그것도 자신이 설계한 꿈에 맞닿는 게 아닌 부모나 선생님이 설계해준 목적에 의해 강요된다. 

 '공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 그게 현실이지만, 사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이루어져야 할 어떤 과정이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은 발전도 없고, 자기만족도 없을 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부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든 행해져야 마땅한 인생의 숙제 같은 것이다.  

김규열 교수의 지식 탐닉기 <공부>는 공부의 개념부터, 공부의 풍경, 방법, 그리고 그 끝에 이르는  실행까지 차근차근 풀어간다. 어쩌면 이것은 잠언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부 공화국'인 우리나라에 살면서 공부가 싫고, 공부를 멀리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성찰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영어 공부만 하는 청춘들을 꼬집는 말을 하기도 하신다. 시대가 변할수록 공부를 하는 방법도, 공부를 하는 분야도 자꾸 바뀌고 있고 운동을 한다고 해서 공부를 안 하는 시대도 아니라는 말도 전한다. 공부는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자신의 공부 방법도 전한다. 

'공부'는 이제 생활이다. 공부는 책과 떼려야 뗄 수 없고, 공부를 하면 생각이 바로 선다. 글쓰기는 공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논리는 공부를 통해 정립된다. 이제 공부는 나이도 상관없는 떄가 왔다.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길은 공부라는 가르침. 그것이 교수님께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공부를 왜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공부를 하는 목적을 잃은 이들에겐 공부 자체가 힘든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공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향해 나가는 공부는 즐거움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국어, 산수, 영어만이 공부가 아니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공부할 것들이 널려있다. 그 것을 제대로 택해 끝까지 놓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공부의 고통을 즐길 줄 안다면, 학력이 아니라 인력이 되어 싸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공부는 당신에게 즐거운 인생으로 흡수될 거라고. 죽는 날까지 멈출 수 없는 공부의 세계로 빠져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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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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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른이 되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면서 걸었던 길을 아이에게 걸어가라고 등 떠미는 것일까? 그게, 정말 아이에게 좋은 길이라고 믿는 것일까? 왜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일까?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 띠처럼 자꾸자꾸 이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는 나아질 줄 모르고 점점 더 심해진다. '기득권'이라는 게 웬 말인지 황당할 정도로, 아이들의 행복은 그냥 무시당한 채, 행복이라고 믿는 어른들의 욕망에 휩쓸려 그렇게 인생을 계획한다. 사실 인생을 계획 당하는 것인지, 계획 하는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게 다반사.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은 큰 피해를 본다. 

사실 어른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교육이라는 것,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 그 경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려야 하는지 다 안다. 그래서,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해외로 보낸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가 되던지, 독수리가 되던지, 그것도 안 되면 펭귄 아빠가 되어 목 빠지게 가족만 기다린다.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이게 우리 교육 현실이다. 

아이들의 인권은 무시당한 채 어른들이 짜놓은 스케쥴과 계획에 맞춰 굴러가는 쳇바퀴. 그것을 버텨온 사람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던진다. "이제부터 고생 길이 열렸구나."라고. 왜? 라는 의문보다는 '그냥 해'라는 받아들임. 그것이 어떤 악순환을 불러오는지, 그 파급력에는 고개를 돌린 채. 아이가 다 자라서 제 몫을 해주기만 바란다.  

박원순 선생님의 <마을이 학교다>는 이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아느냐고 비판하지 않는다. 그냥 좋은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육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렇게 스멀스멀, 우리의 교육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리고, 바꾸는 게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은 대안학교, 공교육 안 작은 학교, 청소년 교육공동체, 새로운 교육 모델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공교육에 저항하는 사람들, 아이들이 행복하게 꿈꾸는 것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이 나온다. 암기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함께 체험하고 해결해 나가는 교육, 그 속에서 행복한 아이들.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함께 해나가는 공동체. 이 책에 사례들을 읽다 보면, 정말 교육에 또 다른 이름이 공동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런 사례들을 만들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들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이 더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말이다.  남한산초등학교는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 

   
  교사와 아이들이 어떤 관계로 만나는가가 중요해요. 다른 학교와 다르다는 것은 하루의 일과를 보면 압니다. 우리 아이들은 매일 아침 숲 산책으로 하루를 열어요. 꽃을 만지고 나무를 만집니다. 아침 활동으로 이렇게 숲 산책, 책 읽기를 하고 돌아오면 자유 이야기 시간이라고 해서 교사와 아이들이 하루 살아갈 시간 계획을 짜요. 이른바 아침 차 마시기 시간이죠. - 88p  
   

숲을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학교. 아 얼마나 아이들은 행복할까? 학교에 도착하자 가방을 걸고, 자리에 앉아 바로 수업을 시작하는 학교와 놀러 가듯 즐겁게 가는 학교. 지식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바른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중고등학교 가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면서도 학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걱정이란다. 아직 그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교육 실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이들이 지금은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지만 나중에 대학 입시에 떨어지면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작은 학교' 더 나아가 일반 학교에서 어떤 아이라도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 갈 수 있어야 한다. 송산분교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 143p

 
   

고민하는 선생님, 고민하는 학교가 아름답다. 성적을 어떻게 더 올려볼까?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어떻게 더 끌어올릴까? 어떻게 일등학교로 변신하지? 라는 고민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생각하는 학교. 그런 선생님.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없다 하여도 점차 이런 학교와 선생님들이 뿌리를 내리고 뻗어나가. 입시 지옥을 당연하게 여기던 어른들이, 아이의 삶을 먼저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너무 빤한 말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있고, 그들은 우리보다는 조금 덜 미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겪었던 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으면서 우리보다 더 넓고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이 그렇게 클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은 바로 어른 세대인 우리에게 있다. 가정교육도 그렇고, 교육정책이 그렇다. 그들에게 꿈과 미래를 심어 줘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입시 지옥에서 간섭과 공부에 대한 압박에 치여 말을 잃은 아이들, 그들에게 "공부하지 말고, 놀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 청춘, 그 설레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단체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을 찾았다. - 176p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을 들여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놀면서도 공부하는 곳이 있다면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삶을 계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없이 부러워지는 나라들이 있다. 무엇을 향해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년이면 나도 학부모. 어떻게 아이들을 이 험한 교육틀 안에 내놓아야 할까?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과 고민이 거듭되는 사이,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커가는 아이들이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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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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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태어나서 몇권의 책을 읽고 죽을까? 죽기 전까지 읽고 싶었던 책을 다 읽는 게 가능할까? 책을 좋아하는 나지만, 가끔 소화되지 못하는 책, 읽다가 던져버린 책, 몇 번을 읽은 책, 책 속의 책 등 내 안에 많은 책들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사라지는 책도 있고, 두고 두고 회자되는 책, 많은 사람이 양서로 추천하는 책, 종이값도 못하는 책 등 여러 종류의 책이 있다. 책이 중요한 것은 바로 책 속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이 가진 가치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느냐, 그 이야기 속의 의미는 무엇이냐. 뭐 이런 것들이 책의 의미와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책 vs 역사>는 시대적, 의미적으로 의미가 있는 책을 50권 소개해놓았다. 줄거리, 배경, 작가 이야기, 사회적 의미 등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에 관한 내용만 알고 있었거나, 제목 정도만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움 상식이 될 수 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고 시대별 안에 주제를 두고 책을 소개한다. 사실 고대와 중세에 소개된 책들은 정말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만, 일반인들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책들이다. 근대, 현대에 소개된 책들은 소프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과 철학책, 과학책 등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각 책에 대한 이야기가 몇 장 되지는 않지만, 단순하게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니라 책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이나 그 책이 나와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꽤 의미가 깊어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한 도판과 내용 정리는 작가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 책과 함께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도 알아나갈 수 있기 때문에 책의 제목답게 책과 역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권의 책이 얼마나 큰 이슈를 이끌어내는지,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지 않은 책이 수두룩 했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내용 때문이었다. 책을 두려워 하는 책 정리서 갔다고 할까? 생각해보면, 책은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는 다면, 논술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이 탄생한 배경과 이야기, 사회적 파장 등을 짚어 나가는 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각적인 사고와 혼합된 설명은 진짜 글쓰는 힘을 기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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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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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사서 책장에 꽂아 놓고, 일년이 지나 이 책을 들었다. 그리고, 한홍구 선생님이 얼마나 혜안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지 피부로 느꼈다. 성남호화청사부터 이 토건족들의 행태와 기형적인 진화까지. 뉴라이트는 왜 건국절을 외치는지, 갑자기 왜 간첩이 나타나게 된 건지,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찰 폭력, 사교육, 촛불 등 그가 전하는 현대사 강의는 폭도 넓고 기본부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학교에서 가르치는 현대사는 얼마나 단편적인 것들인지, 왜 우리는 역사를 알기 위해서 학교 밖의 다른 책을 찾아 봐야 하는지. 그것도 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지 한숨만 나온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편적인 사건에 동요하고 휘말리고 거짓에 속고 그 안에서 변하는 또 다른 역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KTX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 한 투쟁자가 '박종철 상'을 타고도 '박종철'이 누구냐고 되묻는 시대, 학교가 학원이 되고 학원에서 단편적인 지식만 얻는 시대, 토건국가를 고집하는 정치인과 권력자들, 공포 정치의 부활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
우리는 왜 깊숙한 진실은 알려하지 않고, 호떡집에 불난듯 단편적인 이익에만 집착하는 걸까? 라는 의문. 결국, 내 아이도 제대로 된 눈을 갖지 못하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살다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 역사를 제대로 알면 미래가 보이는데도, 역사는 알려 하지 않고 이익만 좇기 바쁜 걸까? 자꾸 의문이 든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

2008년부터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강의를 하신 한홍구 선생님. 이렇게 계속 내버려 두면 큰일난다고 주구장창 말씀하셨는데, 2010년 우리 사회는 어떤가? 한홍구 선생님이 우려했던 일들이 걱정했던 일들이 뻥뻥 터지고 있지 않은가. 

   
  촛불은 원래 어디를 비추어야 됩니까? 형광등 밑은 촛불을 비출 필요가 없죠. 촛불이 있어야 할 곳은 가장 어두운 곳입니다. 과연 5월부터 7월까지 피어 올랐던 촛불이 그런 역할을 했나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두운 곳, 가장 필요한 곳을 촛불이 찾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찾아가지 못할 때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그곳을 찾아내지 못했을 때 저는 파시즘이 올 가능성이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좀더 절실하게, 좀더 절박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 4년, 거기다가 다음에 또 이상한 사람이 정권을 잡아버리면 제 50대는 다 날아갑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 389p
 
   

이 처절한 외침에 나는 고개를 떨궜다. 좀더 절실하게, 좀더 절박하게 촛불이 꺼진 후 우리는 그렇게 살아온 것일까? 6월 지방선거에서 작은 불씨를 발견했지만, 그것으로 다 된 게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행착오를 거쳐왔고, 잘못된 판단으로 어떤 것을 잃어 보기도 했다.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역사가 미래를 보여준다. 그들이 빼앗기지 않으려는 권력과 돈. 그것은 그들을 더 절박하게 한다. 권력과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죽기 살기로 덤비는 그들에게 우린 어떤 대항을 해야 할까?

오늘 보도된 '강용석 발언 파문' 은 그들이 가진 정신 세계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고 문제가 되자 한나라당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진위 여부를 따지고 그를 문책하기 전에 벌써 한나라당에서 쫓아내겠다고 난리다. 아마 7월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그를 내치려는 것이겠지. 자 이렇게 면피하면, 그 자리는 또 누가 채울까? 비슷한 사람들이 또 한자리를 차지하고 어디선가 그런 어이없는 발언을 하고 있지 않을까?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진정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한국 현대사가 얼마나 어이없이 흘러가고 있는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잃은, 피를 흘린 사람들의 정신을 다시 되새겨봐야 하는 게 아닌지. 그리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힘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선물해주고 싶다. 자신의 자아가 형성되고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될 때쯤 이 책이 먼 옛날 전설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토건국가의 오명도 지우고, 돈과 권력이면 다 되는 세상이었다는 것도 지우고 싶다. 추잡한 욕망국가였다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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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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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가 보여주는 세상의 이야기. 얽히고 섥힌 시간, 역사, 의미 탐험. 이 책을 읽으면, 하나의 의미로만 인식되던 단어에도 인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변하고 변하고 변해서, 지금의 의미를 갖게 되기까지 고생한 이야기. 우리가 좀처럼 신경쓰지 않고, 알려하지 않았던 것들을 펼쳐주는 작가. 단어는 문화이고,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너무 영어 열풍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글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에 집중한다. 또 제대로 알려고 하기보단 암기하고, 무조건 외워서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게 그냥 '알고'만 있다.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그런 우리 모습이 얼마나 웃기는 것인지도 깨닫는다.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를 그냥 흘려 버린 채, 느낌도 모른 채 아무렇게나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과연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영어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단어의 느낌, 유래, 어떤 인생사를 가졌는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거기다 작가의 개인적인 인문학 시각까지 전해져 밀도있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모르는 단어도 많아서, 그냥 끄덕이고 이해하며 넘어간 부분도 있고 아는 단어는 아는 단어대로 반갑고 그랬다. 그 중 알고보니 재밌는 단어들이 몇 개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spam  


'spam'이 'junk-mail'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까닭은 이 단어의 유래에 숨어 있습니다. 과거 영국의 코메디 프로그램 시리즈 '몬티파이돈' 시리즈에서 이런 의미가 생겨났지요. '몬티파이돈'은 '파이돈스'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코미디언들입니다. (....) 실제로 'spam'이 지금과 같은 용례로 쓰이기 시작한 건 BBC에서 방영됐던 <몬티 파이돈 플라잉 서커스>라는 프로그램에서부터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웨이트리스가 설명하는 모든 메뉴에 스팸이 들어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죠. 

"egg and bacom; egg sausage and bacon; egg and spam; egg bacon and spam; egg bacon sausage and spam; spam bacom sausage and spam; spam egg spam spam bacon and spam; spam sausage spam spam bacon spam tomato and spam." 

손님이 'spam'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먹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서 'spam'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 124~129p

 
   

이런 이유로 'spam'은 원하지 않아도 받게 되는 메일을 '스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던 유래였는데,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어떤 일이든 그렇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이고, 왜 그런 것인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문득 알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 흥분. 재미.  그런 기분을 이 책에서 느낀 것은 의외이기도 했고 즐거움이기도 했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아는 이야기를 하는 책도 있지만, 아는 이야기 속에서도 또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있는 것이라면 기억하고 되새기게 된다. 

이 외에 'opportune', 'grotesque', 'savage', 'marriage' 등 단어에 얽힌 이야기나, 작가의 다양한 시각들을 확인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 작가의 개인적이며, 공감가는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느낀 게 있다면 우리는 공부를 할 때 너무 표면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 가장 위에 있는 것만 핥기 식으로 배우고 나니, 결국에 그 시간을 떠났을 때 기억나는 것들은 단편적인 것들 뿐.  

공부를 제대로 해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책. 단어 하나 하나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도 이렇게 다양한데... 
열심히 외우고 기억하는 공부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원리를 알아가며 차근차근 하는 공부도 중요하겠다. 단어로 넓어지는 시각! 당신도 얻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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