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다이어리 2015
새시 로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환경은 점점 파괴되고 있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이 외면을 언제까지 지속하고 있을까?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작가 새시 로이드는 한 아이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하거나 적나라하거나 눈이 번쩍 뜨이는 일갈이 아니다. 천천히 느리게, 아무렇지 않은 방법으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가상이다. 2015년 1월 8일 영국 정부에서 60퍼센트 탄소 배급이 시작된다. 탄소 배급제란 전 국민에게 의무적 탄소 카드를 발급하고 일인당 월간 200포인트만 탄소를 쓸 수 있게 한다. 탄소부를 설치하여 국민이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제도가 한 가족에 폭풍 같은 혼란을 가져온다. 편리한 생활로 무제한 탄소 배출을 했던 가족은, 점점 불편함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혼돈에 빠진다.

브라운 가족의 로라 브라운은 탄소 배급제가 신청되던 2015년 1월부터 일기를 쓴다. 로라 브라운의 눈으로 보는 탄소 배급제 과연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이 드는 것일까? 어린 학생의 눈은 아이답게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투로 하지만, 정직하다. 처음에는 모두 현실 부정 모드였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되고 나니 우왕좌왕이다. 누구나 똑같이 주어지는 탄소 포인트. 포인트를 아껴서 필요할 때 사용하려면 자동차, 비행기 이용은 꿈도 꿀 수 없다. 이것은 여행이나 여가생활도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 TV, HD, 오디오를 사용하는 것도 제한되며, 난방, 목욕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심지어 드라이, 토스터, 전기 주전자, 전등, PDA 등도 선택 사항이다. 쇼핑도 물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람의 행위가 탄소 배출을 불러오는 일은 무엇이든 줄여야 한다. 

이것은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익숙하지 않은 일이 사람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탄소 배급제 때문에 과제도 바뀌었고, 아빠의 관광 교수라는 직업도 유명무실해졌다. 탄소 배급제로 여행은 사양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배우려 하지 않는다. 탄소를 대책 없이 사용했을 때는 탄소부에 끌려가 적절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고약하고 두려운 사건이다. 

로라 브라운은 밴드 활동도 해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의 즐거움도 나누어야 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집중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일 터진다. 엄마와 아빠 사이는 틀어지고, 아빠는 실직자가 되고 언니는 탄소부에 끌려가고 밴드 활동을 하려면 탄소 포인트를 아껴야 한다. 모든 것은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신경을 곤두서는 터에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조차 어렵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전기를 끄고, 농작물을 키우고 가축을 기른다. 이러한 변화가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익숙해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앞에는 가혹한 시련만 이어진다.

탄소 배급제를 열심히 했는데도 가뭄이 들자, 물까지 제한당한다. 사람들은 점차 지쳐가고, 폭풍이 몰아쳐 홍수까지 난다. 아비규환, 가족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모두가 힘을 모아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에 있다는 것은 책 주인공보다 독자가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에요! 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일과 자기의 감정들을 아이처럼 적어 나간다. 하지만, 탄소 배급제는 가족의 해체와 생활의 불균형으로 조금씩 조금씩 어린 아이의 삶을 좀먹는다. 

2015년은 멀지 않다. 멀지 않은 날을 배경으로 이 책을 구성한 작가의 메시지는 더욱 위협적이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올 수 있는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소한 일들을 불편하게 만드니, 탄소 배출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편리한 삶을 조금 포기하니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역시, 실천이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아이의 일기로 전한 경고는 새롭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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