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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인간에게 책을 읽을 자유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가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생각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읽고 있는 책이 쌓여 생각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책은 늘 곁에 있지만, 책장을 여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책장을 여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말한다.
로쟈, 이현우 씨의 신간이 나왔다. <책을 읽을 자유>. 책 한 권에 몇 권의 책이야기가 있는지,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방대한 양과 생각, 책에 대한 평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십년 동안 써 온 서평이라고 하나, 서평 하나에 책 한 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평 하나의 길이가 구구절절한 것도 아니다. 스마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 가끔은 얄미울 정도로 책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자제한다. 그 책으로부터 얻은 생각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의 서평들을 읽으면서, 내가 쓰는 서평 방식도 돌아보게 되었다.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그처럼 생각을 정리하고, 몇 권의 책을 묶어 간결하고 단정하게 말하는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지.
그가 소개한 책은 거의 인문학이다. 간혹, 문학도 있지만 그것도 고전이다. 생각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다는 듯, 성찰과 비판도 따라야 한다는 듯, 그의 거침없는 넘나듦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권'입니다. 우리가 좀 '덜 비열한 인간'이 되거나 더 나아가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 다수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인생이 아직도 비열한 인생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가 '책만 읽어서'가 아니라 '책을 덜 읽어서'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충분히 읽지 않아서'라고 말해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 17p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는 끊임없이 읽었던 것일까? 아직도 '책을 덜 읽었고', 아직도 '충분히 읽지 않아서' 계속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태자면, 아무리 매일 매일 책을 읽어도 '완변하고 충분히 읽었다'라는 마음은 갖지 못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책은 쏟아져 나오고, 또 이미 발간되었지만 읽지 못한 책이 많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반영하듯, 한 주제가 끝나고 나면 '로쟈의 리스트'가 간간히 등장한다.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들. 그것만해도 언제 다 소화될지 모르는 책들. 그에게 책을 읽을 자유는 끝나선 안되는 절대절명의 사명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읽은 책들, 읽고 나서 여기 저기 기고했던 글들이 모이니 작은 주제로 묶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을 자유>에서는 책 읽기와 글쓰기, 교양, 고전, 행복, 인간의 본성, 고통, 정치, 사회, 역사, 폭력 등 방대한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의 스펙트럼은 번역에 대한 아쉬움과 비인기 책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을 읽을 자유>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는, 책에 대한 내용이나 이 책이 좋다 나쁘다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다. 책을 읽고 다른 시각,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사유를 도와주는 것이다.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 그래서, 그의 책읽기를 자꾸 쫓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안나 카레니나'를 이야기하며, 행복의 의미를 논한다. 갖고, 갖고, 갖고를 반복하고도 행복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과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또한 '흰쌀밥에 고깃국'만 먹어도 행복하겠다는 시절이 있었지만, 그 몇 배를 뛰어 넘는 풍요에 도달하고도 아직도 행복을 좇고 있다면 우리의 '행복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사유 말이다.
우리가 적어도 북한보다는 더 낫다고 으스대고 싶다면, '무지개 너머'를 좋는 일부터 재고해볼 필요가 있따. '주홍글자'의 작가 호손은 이렇게 말했따. "행복은 나비와 같다. 잡으려 하면 항상 달아나지만, 조용히 앉아 있으면 너의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 - 97p
또한, 시대적인 흐름도 간과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생각도 가감없이 말한다. 권력에 대한 책을 읽고 쓴 서평에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미국에 대한 우리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돈'과 '권력' 그 거대함에 복종하는 세계(우리나라를 포함)에 책을 빌어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경각심, 무비판적인 태도, 맹신하는 습관 등을 바꾸기 위해선 책을 좀 읽어주시길 이라고 돌려 말하고 있다.
책 속에 완벽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 철학과 사유, 성찰, 사건 등이 섞이고 머릿속에서 소화되기 시작하면, 자기만의 주체성을 갖게 된다. 그것은 무서운 폭발이고, 자아를 다시 꾸려 나갈 수 있는 힘이다. 책의 작은 날개짓이 세계를 뒤흔드는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읽은 책은, 그런 힘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생각을 다듬어 나가는 것, 그것은 '책을 읽을 자유'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계속되는 물음,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한 노력. 그것들이 책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책 안에 많은 답안들이 모여, 생각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책벌레 이현우 씨의 생각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을 자유>의 가치는 크다. 하지만, 그가 읽은 책들을 훑고, 내가 책을 읽을 자유를 제대로 깨닫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