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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긍정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긍정적인 사고가 성공을 좌우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바꾼다’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긍정적인 생각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며, 긍정적인 태도는 나는 물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긍정’이 판치는 세상이야말로 ‘불만’이 가득한 세상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있기 위해 짐짓 모른 척 태연하게 굴고, 아닌 척 즐겁게 살지도 모른다.
이유 있는 한풀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카타르시스라는 것은 감정의 독소를 배출한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나쁜 일이 생기는 날도 있고, 화가 나는 날도 있고, 미운 사람도 있고, 짜증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 갖가지 상황에서 모두가 웃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풀이도 청승맞지 않고 재미있게 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이루어낸 것이 ‘불만합창단’이 아닐까? 불만을 노래한다라는 발상은 신선하며, 재미있고 파격적이다. 언제나 우리는 불만을 피 튀기며, 감정적으로 우울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불만을 노래하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즐거워지는 것이다.
불만합창단의 창시자는 ‘텔레르보와 올리버 부부’. 우연히 생각해낸 프로젝트가 세계로 퍼져나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란 것은, 아무리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라도 투덜대는 불만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행복지수도 높을 뿐더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알아왔다. 그들의 문화가 부럽기도 했고, 혹시 우리 삶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 속에도 우리와 비슷한 불만이 숨어있었다. 아하! 불만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구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원들의 고민과 고충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열정도 보인다. 우연히 발견한 프로젝트를 의심하지 않고 진행하라고 부추긴 박원순 씨의 용기와 결단 또한. 막막했을 그들 앞에 나타난 불만합창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능성으로 드러나면서 불만합창단은 한 발씩 나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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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만합창단을 시민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서구사회는 다양한 차원에서 크고 작은 방법론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그곳에서 불만합창단은 아주 평범한 시민활동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었지만, 우리사회에선 낯설고 독특한 이슈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만합창에 대한 호평만큼이나 우려와 거부감이 많았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 17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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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우려가 따른다. 안 될 것이라는 포기론부터 수면 위로 떠올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굳건한 신념과 믿음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질감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움과 재미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황당한 생각도 이 깨알 같은 사람들 중 누군가가 동의할 수 있다. 그것을 미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꺠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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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참여과정에서 간과하기 쉽지만 방법론만큼 중요한 것이 조력자(facilitator)의 역할이다. 조력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하여 창조적인 성과를 끌어내는 것을 돕는다. 참여자들이 가진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갈등을 중재하고, 한 방향으로 논의를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턱대고 ‘자, 이제 말해보세요’ ‘이제부터 참여하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효과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겠는가. 조력자는 전체적인 진행을 조망하면서도 그때그때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하게 진행을 이끄는 사회자와도 다르고,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와도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조력자다. - 97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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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에 참여하는 모두 ‘처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원도 참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처음’이다. ‘처음’은 어렵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창의적’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연구원들의 몫이었다. 쉽지 않았고 뭐가 제대로 되는 건지도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난 연구원들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에게 없었던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시도 했다는 것, 그 안으로 사람들을 모여들게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훌륭한 조력자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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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은 ‘함께 함’ 그리고 ‘열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어요. 불만합창단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른 의견들이 어느새 서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고, 참여자 모두의 자발적인 열정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 불만합창단 창시자 텔레르보의 말 – 65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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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이야기하며 친해지고, 불만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함께, 그리고 힘있게. 그게 쉬울 수 있을까? 불만을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진 않을까? 답답해지진 않을까? 많은 우려와 의심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모임’과 ‘대화’, 그리고 ‘발견’. 그들이 즐거웠을 시간들이 그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불만을 소리 높여 노래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탄생한 불만합창단과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즐거웠을 것이고, 더욱 신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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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란 시민과 접점을 모색하는 단체에겐 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올해 희망 제작소의 목표는 ‘1만 명 시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싱크탱크’였다. 순수한 시민의 후원에 의해서만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가 단기간 내에는 달성하기 힘든 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우리의 역량이나 시민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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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이것은 무엇일까? 귀찮은 일과 직접적으로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외면하기 일쑤다. 사람을 끌어 모아 ‘참여’하게 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는 ‘참여’에 큰 부담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되고, 사회로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화두에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지만, 누군가가 이끌어 나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힘이 빠지고, 진이 빠지고, 서로 지쳐갈 수 있는 일이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잘 ‘참여’하고 있었다.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즐거워하며 ‘희망제작소’라는 프로젝트에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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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서가 끝나고 축제의 막을 내렸다. 불만으로 하나 되어 신나고 즐거웠다. 불만이 가득한 자리가 그렇게 재밌고 신나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기대를 품고 간 나에게도 굉장히 이상한 체험이었으니까. 하지만 ‘불만이 가득한 재미있는 자리’에 내가 있었다. 대통령을 앉혀놓고 불렀대도 이해했을 거라고 믿을 만큼, 우리는 불만을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만든 도구를 한국에서 훌륭하게 진화시켰다. 이제 불만합창은 훌륭한 소통의 장이 되었다”고 얘기하던 올리버의 말처럼, 불만을 노래한다는 것은 훌륭한 소통의 도구였다. 무엇보다 불만합창과 이 페스티벌의 진정한 장점은 ‘미치도록 재미있다’는 것이 아닐까. -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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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들리진 않는다. 그들의 불만 노래가. 하지만, 느낄 수는 있다. 그들의 불만 노래를. 그냥 모두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노래로 수다를 떨고 싶었던 거다. 전혀 위험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도 않았다. 모두 유쾌했고, 모두 즐거웠다. 세상에 그런 반란이 있을까? 불만을 합창하는데 관객도 박수를 치고 즐거워한다. 불만 노래에 담긴 유쾌함과 즐거움이 서로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즐거운 한풀이에 응원을 보낸다.
아이들, 어른, 장애인, 여자, 남자.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모습. 내부에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그리고 마음껏 박수를 보낸다. 용기 있는 움직임이 있기에 세상은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게 아닐까? 아~ 나도 ‘참여’라는 울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