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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
이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일상을 달리듯 보내다보면 때때로 무기력이 찾아온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나?”, “내가 이럴 필요가 있나?”, “이렇게까지 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맞는 건가?”
수많은 생각이 두더지 게임처럼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다가, 단번에 올라와 해소되지 않으면 무기력에 휩싸이게 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디에도 나가고 싶지 않고, 모든 스위치를 끄고 생각을 멈추고 싶어진다. 몸도 마음도 움직임을 멈추려 하다보니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그 사이 나에 대한 죄책감과 한심함이 쌓이기도 한다.
특히 20대에는 이러한 감정들이 자주 찾아왔던 것 같다.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지 몰라서 틀여박혀 있거나 진탕 술을 먹고 잊으려 하거나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는 일로 도망쳤다. 그런 마음들이 많이 쌓였을 때는 청소도 하지 않고, 씻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았다. 폭음과 폭식을 반복하던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무기력, 불안, 우울감 등을 느낄 때 다양한 책들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전문가의 목소리로 미디어, 책 등을 통해 방법론을 제시해주니 시행착오를 줄이고, 노력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도 방법을 제시해준다. 정말 매번, 할 일은 많지만 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미적대다가 하루를 다 보내버리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쯤 있는데 그 때마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자책하게 되는데, 그 또한 과정이라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무기력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으니, 무기력이 찾아오지 않도록 대응하는 방법으로 ‘루틴‘을 제시한다.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렵고, 집 안에서 오래해야 했을 때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루틴‘들이 콘텐츠를 장악했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반복하게 되면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 에너지들이 있다.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잘 자거나, 명상을 하고, 잘 챙겨 먹는 습관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아가지만 그런 것들로만은 모든 것을 채울 수 없다. 비우고, 채워가는 삶을 반복해야 균형을 유지하고 쓸데 없는 생각으로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는 나를 끌어낼 수 있다.
이광민 의사는 일상 루틴조차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빅 스텝으로는 일상 루틴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작심삼일이 요기에 속하겠지. 작게 작게 쌓아서 길게 해나가야 하는데, 시작부터 과하게 도전하다가 빨리 나가떨어지고 마는 것. ’삶의 기준점‘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일상 루틴을 만들어 나가야 오래, 길게 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일상 루틴 말고도, 인간관계의 루틴, 마음의 루틴을 다루는 방법 또한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자주 잊게 되는 일들이었다. 관계에 집착하거나 작은 상처들을 마음에 담아 두고 쌓게 되면 이 또한 나를 갉아 먹는 일. 상처 투성이인 나에게 비집고 들어오는 나쁜 관계들에 휩쓸릴 수 있으니, 늘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것에 염두를 해야 한다는 것. 공감한다. 또한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 일을 시기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 멈춰야 하는 타이밍을 알면서도 지나치고 달려버리면 결국 그게 또 나를 해치는 일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지만 ‘내려놓기‘, ’흘려보내기’도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루틴도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는 걸 다시 복기하게 되었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며칠간 누워만 있어서 내가 한심해질 때 펴보면 좋겠다. 혹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모든 게 지겨워질 때 잠시 호흡을 고르고 읽어보면 좋겠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다시 깨닫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필요하다. ‘내가 왜 이럴까?‘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의 말은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