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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 수컷은 기르지 않는 거? 

원래 제목이 이렇게 생겼다. 

'기(記)'라는 한문 문체가 있다. 건축물·산수(山水)·서화(書畵) 등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한문 문체인데, 정자를 지으면 정자의 이름을 따서, 서재를 지으면 서재의 이름을 따서 '기'를 짓는다. 에세이 정도가 되겠는데, 자기가 겪은 일에대하여 기념하려고 주제에 따른 자기 소회를 적는 형식이 되겠다. 

마리 여사의 이 책은 어떻게 해서 개들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가를 톡톡튀는 문체로,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1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지금 읽으면서도 마리 여사의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이 '기'의 정리에 충실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은비 사건'을 마리 여사가 듣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몸서리치게 고통스러워했을지... 상상하기도 싫은 사건이었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마리 여사에게 '이제 남자 수컷도 길러 보지?' 이렇게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다지만,
마리 여사에게는 사랑스런 충견 겐, 그리고 정말 예쁜 도리와 무리... 나중에 타냐와 소냐까지... 이들 가족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 여사의 동물에 대한 친화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주인 잃은 개 겐을 데려오는 이야기나, 회담장에서 통역 업무 수행중 만난 도리와 무리를 어떻게든 구조해 오는 이야기, 러시아에서 일본까지 타냐와 소냐를 공수하는 이야기까지, 동물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마리 여사의 이야기는 '사람살기도 힘든데 웬 동물에 관심을?' 이렇게 치부할 수 없는 경지의 무엇이 있다.  

2살이 된 조카도 못 가리는 대소변을 어린 고양이들이 척척 가리는 걸 볼 때, 인간보다 나은 점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은 너무 인간 중심적인 거다.

그리고 마리 여사의 글이 가진 힘은, 주인으로서 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에 머물 뿐 아니라,
자연의 일원인 같은 동물의 하나로서, 동물들에게 감정이입되는 공감과 연민의 마음이 절절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짖지 않던 개 겐이 어느 날 짖기 시작하는데, 수의사 말로는 이적지 남의 집이라 생각해서 짖지 못했는데, 이제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짖게된다는 이야기.
또 중성화 수술을 해 준 도리와 무리가 동물의 본능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워 소냐가 길고양이와 합방하는 대목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마리 여사의 마음이 글 밖으로도 절절하게 묻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되는 것 또 하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리 여사 주변에는 비슷하게 동물에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는 것. 세상에는 보고 싶은 것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마리 여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에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동물에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걸 보게 된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매력있는 애묘애견기로 자리잡게 만드는 것일게다.

'無理가 지나가면 道理가 물러간다.' 멋진 말이다. 고양이 이름을 '-리'자 돌림으로 짓겠다고 생각한 마리지만, 무리와 도리의 이름은 의미가 제법 깊다. 무리하게 되면 도리를 지킬 수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숫놈은 무리하고, 암놈이 도리가 되는 이치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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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나 봅니다. 출간됐을 때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ㅜ

글샘 2010-07-04 19:44   좋아요 0 | URL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기꺼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