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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인류학 - 속담으로 풀어 본 지구촌 365일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코노미스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원 제목은 Tagen no sarani다. 다른 사람의 말에서 '뭔가 닮은 것'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속담을 보면, 그 언어의 문화적 풍토가 잘 드러나 있다.
우리말 속담에도, 우물, 숭늉, 외양간, 굴뚝, 아궁이 등 농경 문화와 쌀로 밥을 지어 먹던 습관이 그대로 담겨 있는 법이다.
온갖 나라의 속담들이 마리 여사에게 들어가면, 씨줄과 날줄이 마치 거미의 뱃속에서 나오는 실처럼 마법을 부려서 새로운 주제별로 헤쳐모여를 하는 것 같다.
재능있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다.
이 글들은 앞부분에서 자연스럽게 '통역'하는 일을 통해서 만나게 된 에피소드,
각 언어들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표현처럼 보이지만 유사한 경우에 쓰이게 되는 말들이 있음을 발견한 경험들이 잘 녹아 있는 반면,
뒷부분으로 가면 마리 여사답게 조금은 농염한 유머들과 각국 속담을 엮어 두기도 해서 좀 억지로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리 여사의 미국 까기는 상당히 신랄하고 통쾌한 면마저도 있다.
가령 "악마는 제 이익을 위해서는 성서도 인용한다"는 속담을 설명하면서, 부시의 이라크 침략은 9.11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 아닐까 ... 하는 구절까지도 넣으면서...
내셔널리즘이라는 유행병은 경제가 정체하거나 사회가 막힌 상황에서 더욱 고양되기 쉽고,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꿈틀거리면 근린 제국과의 영토 교섭이 한층 더 곤란하다...
러시아의 명분은 이해하기 어렵고, 북한은 기막힌 독재국가이며, 한국과 중국의 요구는 내정간섭으로 보인다. 참으로 일본을 둘러싼 나라들은 하나도 변변한 나라가 없고 희한한 나라들뿐이라고 모 지사가 부르짖은 것은 무리가 아니다 싶다...(215)
이런 구절을 보고 그역시 국수주의적 우익에 불과한가 하고 의심을 갖던 중,
이어지는 글을 보니 역시 시야가 넓다.
이웃 나라가 이상한 나라로 생각될 때는 자기 나라가 이상한 나라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일축.
마리 여사의 톡톡 튀는 재기 넘치는 글을 가득 읽을 수 없는 일은 독서가에겐 몹시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