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인간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감각이 후각이라던가? 그래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라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던가. 

이 책에 등장하는 감각은 미각이다.
마리 여사의 미각에 대한 글에 편집자의 직관이 적절하게 결합되어 멋진 책을 한권 이뤘다.
마리 여사의 글이 '감각적'인 편이라면, 이 책의 편집자는 '직관적'인 편이었으리라.
아마도 제 2악장은 편집자가 만들어 내라고 마리 여사에게 권했을 것이다.
아니면, 마리 여사의 글 몇 편이 재미있으니, 좀더 만들어 보라고 권했을 법 하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료코샤노 쵸쇼쿠'다. '여행자의 아침 식사'가 책의 제목인데 물건너 오면서 미식견문록으로 탈바꿈했다. 제목붙이기에서는 한국의 편집자가 이겼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아니면 마리 여사가 굳이 '여행자의 아침 식사'라고 붙이겠다고 우겼을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마치 음악회 한편 감상한 것처럼 가벼이 읽으라는 의도로 기획된 책이다. 서곡으로 시작해서 가벼운 러시안 랩소디, 간주곡, 안단테(2악장), 또 간주, 라르고로 마무리 되는 책은, 마치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깔끔한 코스 요리로 제공되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러시아 통역관이어서 수백 번 들락거렸을 러시아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아침은 자신을 위해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누고, 저녁은 적에게 줘라!
사랑은 위를 거쳐서 온다.

러시아 속담이라는데, 뭐, 세상에 정답인 식사법이 어디 있겠는가.
못말리는 식탐 아줌마 마리 여사의 가족력까지 등장하여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할바>를 한번, 그것도 제대로 된 것을 먹어보고 싶게 되고,
식욕은 식사 중에 샘솟는다는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도 한번 읽어 보고 싶다.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아니 위에 닿아있는 끈이 아닌, 밧줄, 억센 동아줄이란 이야기는 그미의 대단한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마리 여사의 책을 몇 권 읽노라니 겹쳐지는 부분도 등장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던져 놓고는 온갖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그미도 찰진 이야기꾼이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 좋아하는 이라면, 또 마리 여사 팬이라면 한번쯤 권하는 책. 

맛있는 밤참, 족발... 마리 여사 이야기엔 꼭 로쟈님의 감수가 붙어있다. 러시아어 인명이나 지명, 음식 등에 대한 감수겠지만 익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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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 여사의 좌충우돌 애견애묘기(愛犬愛猫記)
    from 글샘의 샘터 2010-07-04 19:42 
    인간 수컷은 기르지 않는 거?  원래 제목이 이렇게 생겼다.  '기(記)'라는 한문 문체가 있다. 건축물·산수(山水)·서화(書畵) 등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한문 문체인데, 정자를 지으면 정자의 이름을 따서, 서재를 지으면 서재의 이름을 따서 '기'를 짓는다. 에세이 정도가 되겠는데, 자기가 겪은 일에대하여 기념하려고 주제에 따른 자기 소회를 적는 형식이 되겠다.  마리 여사의 이 책은 어떻게 해서 개들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