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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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닥친 문제가 아니므로 그리 절실하진 않지만, 노인 치매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강요할 지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TV드라마 중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픈 내용에서 치매는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고치 않고 찾아오는 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가족 구성원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상처받으며 사는 가정이 많은 것일 게다.

치매는 불치가 아니라 끈기있는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겠다. 어른들은 포기한 것을,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뇌이며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되뱉어 낸다. 조금씩 조금씩... 코끼리 블록에서의 재채기, 이야기 그리고 걸음마... 보비와 할아버지의 함께 일어서는 과정이 가슴을 뭉클하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라고요'

앞뒤 속표지에 그려져 있는 코끼리 블록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공유하는 사랑의 기억이다. 함께 쌓은 애정의 탑이 가지는 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함이다.

벌써 여러 해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세는 팔순이었지만 고운 외양을 지니셨던 그 분이 말을 잃고 누워 계셨다. 극복해 볼 기회도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한많은 설운 삶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횡하다.

이 책을 보고 내 아이도 보비처럼 따스한 심성을 지니고 자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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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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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꽃밭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꽃밭을 부러워 하고 불평을 늘어 놓는 사이 자신의 꽃밭은 시들어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멀리서 가치를 찾고 의미을 주워 담으려 하는 사이, 내 발아래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소박한 이름의 꽃들은 지쳐서 그 향기조차 잃어버리는 날이 온다면...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어여쁜 꽃밭을 들아보아야 겠다. 작고 소박한 것들에 의미를 가득 담아 주고, 사랑을 담뿍 느끼게 해 주어야 겠다. 나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지 말고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라고 한 말씀이 생각난다.

서양의 것들에 더 익숙해저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의 우리 꽃들이 이렇게 아리따운 이름으로 피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들꽃을 만나러 뛰쳐 나가고 싶어진다.

굵은 검은색 윤곽의 그림. 힘이 있고, 투박한 듯 하지만 섬세하다. 소박한 듯 하지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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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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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따돌림의 양태는 점점 조직적이고 난폭해지며, 그 피해자의 후유증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 연령대도 낮아지고 생각보다 잔인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한다. 내 아이가 소위 왕따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너무 잘 나도 너무 못 나도 안되며 튀어도 안된다. 책 속의 영대는 왕따를 극복해내긴 했다. 순진하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결국은 아이들의 그래도 아이다운 심성을 자극하고서 말이다. <짜장 짬뽕 탕수육>의 종민이의 적극적인 방법과 비교되었다.

차갑고 무관심한 듯한 교사의 태도. 이것이 집단 따돌림을 함께 해결해 보려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자기가 먼저 다른 사람을 밀고 우월한 위치에 있겠다는 영웅심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해운대중2년) / '날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폭력사건에 노출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해운대고 2년)/ '선생님들이 자신의 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학교폭력의 한 원인인 집단 따돌림부터 없앨 수 있다(좌동초등교 6년)

집단 따돌림의 심층심리적 이유와 사회적 분위기, 그 해결 방안까지 학생들 나름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신문기사였다. 가해자, 피해자를 따지기 이전에 모두가 함께 극복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표정을 잘 살려 그린다는 정 순희님의 그림답게 영대와 아이들의 다양한 얼굴과 몸의 표정이 잘 느껴졌다.

교실을 배경으로 한 현실감있는 동화라 1학년 우리 아이가 참 좋아하기도 하는 학급문고 시리즈이다. 현실을 반영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마음을 함께할 수있는 이런 책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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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러 줘 보리 어린이 9
한국글쓰기연구회 / 보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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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면 글쓴이를 떠올릴 수 있다. 비교적 풍족한 세상에 핵가족 제도. 아이들이 이전보다 이기적이고 철없을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배를 잡고 웃다가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물이 나는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이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글모음을 통해 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었다. 하얀 도화지에 가는 연필로 쓱쓱 맘가는데로 그린 스케치같은 글들. 참 맑아서 예쁘다. 2학년 아이들의 글은 좀 더 속깊다. 그 조막만한 가슴에 그리 뜨거운 속을 보듬고 사는 아이들의 글이 금새 눈 앞을 흐리게 했다. 슬픔 한덩어리 간직하고 사는 선하디 선한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투리나 아이들 특유의 말, 틀린 맞춤법등을 여과없이 보여주어 아이들의 모습이 더 잘 와닿는다. 개구장이, 얌전이, 착한이-

성격은 다 달라도 하나같이 안아주고픈, 의외로 어른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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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짬뽕 탕수육 나의 학급문고 3
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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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내지는 왕따 문제가 간과할 수준이 아닌 요즘, 저학년 대상의 이야기이긴 한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건강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

왕, 거지를 정하고 아이들이 제 뒤에 줄을 서게 만드는 아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엄석대를 연상시킨다. 왕 뒤에만 줄을 서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순진한 우리네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엔 어쩔 수 없는 비굴함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그러나, 종민이를 보면 당당하다. 이유없는 왕따라는 괴로움을 기지로 극복하는 것이 지혜롭다.

아이들의 놀이 속에는 법칙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갈등도 화해도 할 줄 안다. 놀이를 하는 동안은 그네들의 선함을 위악으로 감추기란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은 기지발랄한 새로운 놀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보완, 수정의 과정도 거치면서.

건강한 놀이를 통해 반 아이들 모두가 하나되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한 경험을 통해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손잡는다면!

물론 현실의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도 명료하지도 않다. 육체적, 정신적 학교 폭력이 피해자를 자살로 까지 몰고 가는 현실이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주 현실적인 수채화 그림과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이 참 좋았다.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초등학교 1학년 우리 아이가 무척 흥미있어 했고, 저도 짜장이 제일 좋다며 재미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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