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찾는 우리꽃 - 봄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현암사에서 펴낸 '쉽게 찾는' 시리즈 중 '우리 꽃' 편은 3권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봄, 또 하나는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한 데 묶었다. 이 책은 한 손에 꼭 쥐고 나들이 가기에 좋은 판형이라 맘에도 쏙 들어온다. 어른 옷의 호주머니나 아이들의 작은 가방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산으로 들로, 또는 집 주변의 호젓한 산책길에, 연령 구분 없이 아이고 어른이고 쥐고 다니며 펴보기 좋은 크기와 모양이다. 

'걸어다니는 식물도감 김태정 선생님의 색깔별 야생화 사전'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책은 간단명료한 사전식이다. 긴 글이 아니라, 꽃마다 10여가지의 항목으로 짧고 분명한 기록을 해놓았다. 이를테면 속명, 분포지, 개화기, 꽃색, 결실기, 높이, 특징, 용도, 생육상 같은 항목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명시해두었다.

특이한 점은 색깔별로 봄꽃을 모아놓은 것이다. 우리의 야생화는 어느 한 가지 색으로 말하기 곤란한 것들도 많아 애를 먹었다는 글과 함께, 크게 흰색, 노란색, 녹색, 붉은색으로 나누어 모아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 계열의 꽃은 붉은색으로 들어가 있다. 그 안에서 다시 꽃들을 나열하는 순서에는 어떤 기준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찾으려면 조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꽃과 잎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클로즈업된 사진을 다시 두어 우리가 관찰한 것과 비교해볼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모두 210여종의 봄 야생화가 색깔별로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한 생명이 엄마의 태안에서 나오면서 탯줄과 결별하는 동시에 아기는 이름으로 불린다. 엄마가 그 작은 생명을 이름으로 부르는 건 동고동락했던 생명이 아기에게 계속 이어지는 것이며 사랑과 관심이 끊이지 않음을 말한다. 수많은 야생화를 보고 또 스쳐지나가면서도 그에게 다가가 다정히 이름 불러주며 말을 걸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무관심이, 아니면 무심함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리라. 내가 먼저 눈웃음 짓고 이름 불러줄 때 그가 사람이든, 야생화이든 나의 벗이 될 것이다. 내 사랑의 영역 안에 보금자리를 틀 것이다. 

이 봄꽃 사전으로 꽃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들이 가기 전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표지에는 세밀화로 그린 꽃 한 줄기가 뿌리채 서 있는데, 붉은색 편에서 찾아보니 뻐꾹채라는 국화과의 꽃이었다. 이름도 하나하나 불러보면 어쩜 그리 정겹고 아름다운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편지 2004-05-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의 책들과 한 권으로<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백과사전> 어떤 게 날까 고민하다 아직 구입을 못했습니다. 여러 권으로 나뉘긴 하지만 가지고 다니기도 편할 테고...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더 나을까요..

프레이야 2004-05-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은 못 보긴 했지만, 나무에 관한 사전이니, 우리꽃 시리즈와는 좀 다를 것 같은데요.
'쉽게 찾는 우리나무'도 있더군요. ^^

즐거운 편지 2004-05-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백과사전>이네요.^^
그렇죠.. <쉽게 찾는 ~> 시리즈가 꽃, 나무, 나물... 거기에 또 세분화되고 그래서 나무나 꽃은 한 권으로 된 걸 구입해야할지.. 그러다 다른 책 구입에 밀리고 있답니다.^^


다연엉가 2004-05-1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괜찮더군요. 아담하여 가지고 다니기에도 안성마춤이고요. 전 내일 엄마들 10분이랑 들꽃여행을 가는데 이 책을 들고 갑니다. 다른 분들께도 추천하고요.
그런데 전 엉가처럼 이런 글이 안나와 항상 부러울뿐입니다.^^^^^
 
여자는 힘이 세다 : 한국편 세상을 바꾼 여자들의 빛나는 도전 이야기
유영소 지음, 원유미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양성평등을 은근히 부르짖는 쾌활한 분위기의 창작동화에 가깝다. 하지만 부제 '세상을 바꾼 여자들의 빛나는 도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여성인물이야기 책이다. 세계편이 먼저 나왔고 한국편이 뒤이어 나왔다. 세계편에서는 제인 구달, 마리 퀴리, 아멜리아 에어하트, 마더 테레사, 아웅산 수지, 헬렌 켈러,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등장한다. 아이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인물들을 더 많이 다루고 있어 바람직하다. 한국편에서는 최승희, 최은희, 정정화, 박에스더, 명성황후, 이태영 그리고 조수미를 만날 수 있다. 대개의 5학년 아이들이 명성황후와 조수미 정도를 친근하게 들어본 정도였다.

인물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만나게 해 줄 때는 다소 조심스럽다. 한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각도로 조명해볼 수 있을 정도의 눈을 가질 수 있기 전에 어른들의 성급한 마음이 설익은 인물이야기책을 들이미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인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라면 업적은 분명 있으니 한 인물의 업적 정도는 알고 넘어가겠지만 그 인물에 대한 판에 박힌 듯한 인식이 생겨버릴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 인물이 살았던 사회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보다 폭 넓은 통시적인 이해가 가능하려면 초등고학년에(독서력이 있다면 4학년 쯤에) 인물이야기를 만나게 해 주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힘이 세다>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쩌면 요즘 아이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여성인물들이다. 별 어려움을 모르고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험난한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이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안타까웠다. 역시 아이들은 나의 우려대로 그들이 몸담았던 암울한 시대의 비극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선 나도 별반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말이다. 이들 주인공의 공통점은 조수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제강점기를 살아냈던 여성들이란 점이다. 만약 이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라면 어떤 길을 택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역시 그 성품대로 강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뜻을 펴서 세상을 바꾸어보려 애썼을 거라 믿고 싶어진다.

무용가, 기자, 의사, 여자대통령, 변호사 또는 판사, 그리고 음악가(성악가) 같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는 잊고 자신들의 꿈에 대해 조잘댄다. 인물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꿈에 그런 식으로 접목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좀더 정의감이 돋보이는 아이라면, 사회의 편견과 온갖 종류의 불평등, 식민국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참담한 역사, 비굴한 동족에의 배신감과 굴욕감 앞에서  자신의 참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의 의지에 목이 메이고 가슴에 강한 빛 한 줄기가 들어왔을 것이다. 

압록강을 수차례 건너다니며 독립자금을 나를 때에도 겁나지 않던 정정화가 후에 우리 경찰에게 수모를 당하고 무릎이 꺾일 때,  '독립자금을 가져오겠다며 겁없이 국경을 드나들던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 차가웠던 마룻바닥이 내 가슴마저도 식게 만든 것이다.' 라는 대목에서 난 쓰라렸다. 쉰두 살의 정정화 의사의 가슴에 붙타는 애국심을 일순간 싸늘하게 만든 건 일제시대 경찰과 다르지 않았던 우리 경찰이었다고 나온다. 우리가 그래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자유와 평등은 이같은 인물들의 고난의 선물이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여성인물을 다루다보니, 깊이보다는 압축된 내용으로 중요한 업적과 긍정적인 측면만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인 배경설명도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흐름을 이해하는데 그리 부족하지는 않다. 인물의 사진이 적절히 나와있어 처음 만나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리 낯설지 않게 보여주어 아이들에겐 실제와 동떨어진 인물이기 쉬운 점을 덜고 있다. 그외 인물의 자서전 등의 자료글과 주변인물들의 말을 실어 인물을 좀더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조수미 같은 현대 생존 인물도 등장시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힘을 다정한 편지글로 전해준다.

이 책과 함께 세계편도 보고, 아이세움에서 나온 여성인물이야기 시리즈를 연계하여 보여주면 좋겠다. 엘리너루스벨트, 아멜리아 에어하트, 최은희, 이태영, 수잔 B. 엔터니까지 나와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 - 우리의 음식문화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4
김아리 지음, 정수영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날 먹거리 오염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 한 쪽에선 아직도 먹거리가 부족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람들은 먹는 것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좀더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우리 나라도 옛날 보리고개 운운하던 시절은 잊고 이젠 양보다 질로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지고 있다.  먹는 것 자체가 생명연장의 단순한 생활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초등 4,5학년쯤 되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사부터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한 연령이다. 한국사 관련 어린이책은 만화에서부터 다양하고 흥미로운 읽을 거리가 많이 나와있다. 생활사로 접근할 수도 있고 큰 사건 중심으로 혹은 주요인물 중심으로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하나 더 권할 만한 방식이 문화적인 접근인데, 음악, 미술 등은 물론이고 '음식'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측면에서 음식을 통한 우리역사 읽기도 좋은 방법이다.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우리가 지금도 먹고있는 일상의 먹거리들이 어떤 유래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얽힌 신화 또는 설화와 야사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알 수 있다. 모두 일곱 장으로 나뉘어있는데, 우리 나라 음식 문화의 기원을 구석기 시대 불의 발견과 요리의 시작에 두고 출발한다. 그리하여 삼국시대에 이미 오늘날 우리 음식에 빠져선 안 되는 '밥, 장, 김치'가 밥상에 차려지게 된다. 호기심을 돋우는 설화가 음식과 역사적 인물에 한 데 얽혀있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무겁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고려시대의 차 문화, 조선시대 수랏상, 서민들의 음식, 세시풍속과 음식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적이며 풍요로운 우리네 음식문화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맛과 멋이 어우러진 별식 이야기'에서는 군침이 도는 한과(과즐)와 모양도 맛도 가지가지인 떡 이야기, 색도 고운 오색 다식, 향기로운 전통 음료수까지, 출출할 때는 이 책을 보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우리의 음식 문화'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음식도 흐름을 타고 덧붙여지고 조화되어 새로이 창조되는 것이다. 소위 퓨전음식이 이미 등장하여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새로운 음식들을 즐긴다.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잘 아는 요즘은 그것에 반대하여 슬로우푸드가 등장하였다. 요리 과정 자체를 즐기고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것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오염된 음식, 유전자변형음식의 위험성 같은 것들도 생각해볼 거리로 끄집어내고 있다. 

이 책은 6학년이나 독서력이 있는 5학년 정도의 어린이에게 권장하고 싶다. 먹거리 하나에도 뜻을 담고 멋을  담고 건강을 생각한 우리 민족의 슬기도 느낄 수 있다. 이 책과 더불어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음식>도 읽으면 더욱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04-05-09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읽는책의 수준이 상당하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이러한 책들 정말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되는 책이란 생각도 했구요!!....님의 리뷰를 읽고 있으면...글도 잘 써서 추천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있긴 하지만.....책자체를 정말 추천하고파서 추천을 누르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좋은책을 잘 선별하여...리뷰로 작성하시는 모습이 정말 독서지도사의 모습이시네요!!...실로 그러한 일들을 하시고 계시죠??^^...절로 상담해지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잘 읽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4-05-0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구화된 식탁 문화에 자연스레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음식과 기원...그것을 아우르는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북돋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의 내용이 아이들에게 많은 걸 생각케 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잘 읽고 갑니다~ ^^
 
 전출처 : 보슬비 > 풍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흔한 길을 갈수 없는 아버지처럼..."


내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8년전 눈을 잃으셨습니다. 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아버지의 삶을 기록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지 꼭 3년째입니다. 젊은 피를 잠재우고 갯벌에 뛰어드는 일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달콤한 유혹과 환락으로 가득찬 도시생활을 경험해 본 젊은이에게는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의 촛점을 "가족"이라는 두 글자에 맞추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 인생이 중요하다지만 생명을 나누어 주신 부모님에게 내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집에서 10리나 떨어져 있는 어장으로 물고기를 잡으로 나가는 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팡이 끝 쇠갈고리 하나에 온 몸을 맡기신채..
험한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시더니 아버지만의 지혜가 하나 둘씩 쌓였습니다. 바닷일에서 체득한 지혜는 목숨을 담보로 얻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버지에겐 절실하고도 소중한 것입니다.

간혹 주위 사람들이 아버지 고생 좀 그만 시키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난 아버지가 하시는 데로 그냥 지켜 볼 뿐입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때론 지켜 보는 것...그게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선재도...선녀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내려 와 춤을 추었다는 전설을 간작한 섬. 우리 가족은 4대째 선재도에 살고 있습니다. 걸어서 한시간 남짓이면 가로지을수 있는 이 작은 섬에도 산이 있고, 길이 있고,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걸 견뎌야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아버지는 늘 말씀 하십니다. 오늘도 어른이 되기 위해, 바다를 향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아버지 곁에 돌아온지 꼭 3년째 입니다. 내겐 복학에 대한 꿈도 없었고 사랑에 대한 미련도 없었으며 재물이나 명예 따위도 욕심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금 나는 아버지의 지혜를 물려 받은 어부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메어 옵니다. 아직 시력이 남아 있었던 그때, 병원에만 제대로 모시고 다녔더라도 실명까지는 않되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가슴을 칩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람들이여 행여 아버지를 쫓아 바다에 나갈 땐 조금 더 겸손하자 너른 갯벌에 펼쳐진 아름답다 생각 될 그물들은 지난 수년간 모진 태풍과 싸워 만들어 낸 아버지의 결실 찢기고 깁고, 가해자 없는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대들이 새우깡을 던져 모여 든 갈매기들은 이미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친구이다
사람들이여 아버지의 바다에서 고기를 건져 올릴 땐 조금 더 신중하자 손쉽게 건져 올리고 촬영하던 그 물고기는 지난 수년간 성에를 파 헤치며 찾다가 이산(離散)된 아버지의 핏줄 수없이 걸어다닌 갯벌은 상봉(相逢)의 고리가 되었다. 그대들이 웃으며 죽은 고기를 던져 버릴 때 그건 아버지의 눈물엔 한이 맺힌다.
글과 사진-김연용
사진 출처-www.jawoo.net
***********************************************

*1976년 서쪽 바닷가 작은 섬 선재도에서 태어난 김연용님은 도시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아버지의 실명 소식을 듣고 미련없이 아버지의 곁으로 귀향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선재도 바닷가에서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절망을 딛고 어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옮기는 작업을 3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 동우회에사 <자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 현재 민박집 홈페이지인 <바다향기>(www.bdhg.co.kr)와 사진 관련 홈페이지 자우넷'(www.jawoo.net)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human&books에서 출간 된 <아버지의 바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여흔 2004-05-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 저도 어디서 들었는데 다시 찡해지네요.
선재도였군요. 기회되면 가봐야겠다. 바다향기에서 숙박하고 ...

chaire 2004-05-0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뭉클...

치유 2004-05-2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언제인가 티비로 봤는데 그 아들의 마음에 너무 감동하고 한참을 눈물 질질 흘렸던 기억입니다..
어른들이 불편하다 싶으면 못하게..그냥 쉬시게 하는게 우리들의 생각이지만 이 효성스러운 아들은 아버지께서 하시는것 좋아하시는것을 함께 살피며 아버지곁에서 눈이 되어드린다는것입니다..
얼마나 보기에도 사랑스럽고 마음깊은 아들인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바다에 늘 잠잠함이....
이분들 가정위에 늘 하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