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희령이가 주일학교에서 행사를 했다.

피아노 독주, 이중창, 그리고 찬송과 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연습도 별로 못하고 실수도 해가며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오랜만에 앉았다, 교회에.

작은 일로 화내고 볶아대며 살지만

이런 날만이라도 넉넉해지고 싶다.

오늘 점심은 친정식구들과, 저녁은 시댁식구들과 보냈다.

네 분 부모님들이 나이드신 표가 많이 난다.

세월이 가고 옴은 막을 수가 없나보다.

건강하신 분들이 이곳저곳 불편한 곳도 늘어가고

외모도 변해만 간다.

자신의 외모가 일그러지고 뒤틀려가는 것.

참을 수 없이 슬퍼지는 것인가보다.

예전엔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에와 그런 감정들 비슷한 게 오는 나이이고 보니

모든게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나를 쏟아부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두어야하는데..

그래도 외로운 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하나..^^

한 해가 또 간다. 그다지 아쉬울 것 없는 한 해였다고 생각하면서도

비워야할 게 많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중학생이 될 큰 딸이 손수 만든 카드를 주었다.

그런데, 추신: 비트박스폰을 받고 싶다나..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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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어가시는 부모님 생각하면 절로 슬퍼지지요

프레이야 2005-12-2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아버지가 눈꺼풀을 올리는 수술을 하기 바라고 계세요. 눈을 덮으면서 눈이 더 침침하고 눈물이 자꾸 난다고 하시네요.

진주 2005-12-26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회에 가셨군요. 우리애들도 축하공연한다고 한바탕 난리를 쳤죠. 희령이도 열심히 많이 맡아 했군요^^ 잘 지내고 계시죠?

sooninara 2005-12-2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트박스폰이라면..핸드폰인가요??
엄마에게만든 카드 선물하는 딸..너무 이뻐요^^
친정부모님도..시부모님도 10년전과 비교하면 너무 늙으셔서 마음이 아파요.

프레이야 2005-12-2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수니님, 하늘바람님, 모두모두 연말은 차분히 잘 보내고 계시온지요? ^^
나이는 거꾸로 먹기로 하고 욕심도 많이 비우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기로 마음 먹어봅니다. 새해에도 사랑할게요. ~~ 한번씩 게을러도 잘 봐주시와요.
 
아기 토끼 마시로의 크리스마스
미요시 세키야 그림, 사사키 다즈 글,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되는 책들을 권하게 된다. 이 그림책도 이맘때 썩 잘 어울리는 그림과 내용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라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였고 그의 '의미있는 타인'으로는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특이한 것은 산타할아버지의 외모나 옷차림이 기존의 것이 아니란 점이다. 십자가가 그려져있는 커다랗고 높은 모자를 쓴 교황 할아버지로 나와있다. 뒷장에서 알 수 있는 대목은 이 그림책의 작가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맑고 깨끗하다. 마치 아이가 색연필 하나를 들고 하얀 종이 위에 쓱싹쓱싹 그려나간 것 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색채도 절제되어 하얀 눈이 넓게 펼쳐져있는 북쪽 나라의 전나무숲이 여러 줄의 검은 선만으로 그려진다. 볼수록 마음에 여백을 주며 보는 눈도 편안해지는 책이다. 산타할아버지의 손모양과 순록의 뿔모양이 비슷하게 그려져있는 점도 재미나다. 단순한 선과 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웃음이 새어나오게 된다.

아기토끼 마시로는 여느 아이들과 꼭 같은 마음을 지녔다. 크리스마스면 으례 선물을 받고 싶고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이 받고 싶다. 마시로의 변장은 깜찍하다. 숯검댕을 칠했다고 자신을 못 알아본 것처럼 해준 산타와 두번째로 받은 선물은 마시로의 마음을 자라게 해준다. 마시로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딱딱한 설교의 말도 한 마디 없이 마시로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선물을 나누어주어야하는 산타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러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기특한 토끼가 된다.

마시로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은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에게도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영악하기만 할 거라 생각되는 아이들에게 역시 이런 선한 마음이 훨씬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가 마시로 같고 마시로가 아이 같아 사랑스럽다.

세상이 온통 호기심거리로 꽉 찬 마시로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땅에 심은 두번째 선물이 자라나 천사의 목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멋진 선물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꿈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눈앞에 있으니 마시로는 '하느님의 나무'라는 이름을 달고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인식하고 인정하는 듯하다. 산타는 그 선물들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된 마시로는 자기가 그 일을 돕겠다고 한다.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던 숯검댕을 마시로로 부터 벗겨주는 것은 바로 하얀 눈의 힘이다. 눈은 순백, 순결, 순수함이란 상징으로 이 그림책에서 계속되는 배경이다. 산타에게 받은 두번째 선물을 하느님에게 도로 돌려드리면 숯검댕이 지워질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눈밭을 파헤치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두껍게 싸인 눈을 걷어내고 꽁꽁 언 땅에 심은 두번째 선물이 한 그루의 멋드러진 전나무로 자라난 건 기적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잃지말아야할 순결의 마음이 낳은 기적이다. 이런저런 선물들이 매달려 있는 황금빛 찬란한 전나무 한 그루가 순백의 세상에서 눈이 부신다.

세상에는 하느님의 나무와도 같은 것이 있을 법하다. 그것에 달려있는 온갖 선물들을 우리는 고루 분배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두개를 받고 싶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더 받고 싶다. 그렇게 되면 희생되는 누군가가 있을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마시로는 이제 그 선물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산타의 일을 앞장서서 도우기로 한다. 숲속의 다른 동물들도 너도나도 달려온다. 이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하느님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선물에 대해 물질적인 것 이상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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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쁜 크리스마스 그림책 읽고 프네요

프레이야 2005-12-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크리스마스도 열흘을 앞두고 있네요.^^
 
철학 동화 - 아는 힘을 두 배로 키워 주는 17가지
이영 지음 / 동화사(단행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에 자꾸 뭔가 이름이 붙는 게 신경쓰인다. 과학동화, 수학동화, 인성동화... 이제는 철학동화까지 나왔다. 철학하기는 생각하기라는 공식에 따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철학하기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도외시한 까닭인지, 복잡다양해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이 많고 많은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인지, 철학은 마치 수학이나 과학 같은 학과처럼 마땅히 배워야할 분야가 된 것 같다.

이 책은 <아빠 몸 속을 청소한 키모>를 쓴 이 영 선생이 썼다. 나는 이 동화를 참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발한 상상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인체 모험의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오는 이야기여서 아이들도 흥미롭게 읽었다.

<철학동화>는 모두 17가지의 생각거리를 짧은 동화를 통해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게 한다. 크게는 사람, 사회, 동물, 환경, 종교를 주제로 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사회가 잘 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 즉 우리라는 공동체의식, 올바른 정의란 무엇일까 같은 것들이다. 또한 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절대자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인간의 희생심이란 어디까지가 고귀한 것인가 같은 깊은 생각들을 해 볼 수 있게 한다.

인간에 대한 탐구를 철학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소크라테스를 의식하여 이 동화의 전체 이야기에 소선생님을 등장시킨다. 소선생님과 첨단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에 쉽고 구체적을 다가가게 한다. 그런 다음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는 꼭지가 있다. 그 다음엔 더 확장된 생각으로 유도하는 몇몇 질문들을 하는 꼭지가 있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게 한다.

이 동화는 평소에 별로 해보지 않고 무심코 살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5학년 아이들과 읽었는데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이 높은 수준의 사고지점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나름대로 생각의 나래를 펼쳐서 자기 주관을 정립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는 죽음에 대한 것이다. 죽음은 '우리들의 몸에 있어서 가장 최후의 커다란 변화' 라는 대목이다. 죽음을 '변화'라고 정리한 것은 죽음도 역동적인 삶의 한 부분임을 역설하는 대목이 아닌가. 몸과 마음이 함께 살아가는 게 삶이라면 죽음은 몸은 사그라들었지만 영혼만으로 살아가는 것, 즉 '육체가 없는 영혼만의 생활이 시작되는 것, 살아있는 죽음'으로 명명하고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아이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는 듯했다.  

동화는 순수한 문학의 한 장르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목적을 띤 동화들이 XX동화라는 이름을 달고 많이 나오고 있다. 순수한 다른 과목을 이해, 학습시키기 위해 동화라는 도구를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가끔은 난감하다. 이런 식의 동화를 읽고 나면 당연하게도 동화의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독후활동을 하는게 아니라 그 안에 숨겨둔 내용, 즉 목적으로 하고 있는 타과목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동화 한 편을 읽고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렵거나 아이들이 꺼리는 과목을 학습시키려는 목적으로 동화를 이용한다면 동화의 장점을 증명이 된 셈이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사랑받는 글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런 동화보다 이야기구조를 갖추고 아이들이 추리와 상상을 하며 진한 감동이나 인식을 할 수 있는 동화 한 편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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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기획동화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내요을 동화로 풀어 아이들이 좀더 쉽게 접근한다면 좋은 일이죠

반딧불,, 2005-12-1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습니다. 너무 난무하는 것이 정말 싫습니다.
그냥 좋아야 하고, 재미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나도 잘할 수 있어 - 마음 밭을 가꾸는 인성동화
양태석 지음, 노정아 그림 / 해와나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이 동화를 인성동화라는 장르로 삼았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는 이름이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요즘 아이들이 점차 인성을 잃어가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컴퓨터와 인터넷의 범람이 아이들의 인성을 앗아가고 있다.

이 단편동화집은 20개의 사자성어를 기초로 각각의 사자성어에 걸맞는 인성을 짧은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준다. 초등중학년 정도에서 들어본 사자성어도 있고 다소 생소한 것들도 있다. 각각의 단편들이 작위적인 것들도 있지만 하나같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고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자성어와 그에 해당되는 인성 하나를 끄집어내어 인성동화를 써보도록 했다. 짧아도 나름대로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 사자성어의 인성이 잘 녹아나도록 쓰게 했는데 재미난 이야기들이 잘 나왔다.

인성동화라는 이름이 어찌보면 너무 교훈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느낌이다. 사자성어를 목차에서 미리 볼 수 있고 그에 해당하는 단편의 제목이 있는데 목차를 먼저 보고 사자성어에 대한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읽기 전의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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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가르치시나봐요^^

반딧불,, 2005-12-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환여할만한 책이지요??
그렇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어떠신지..^^;;

프레이야 2005-12-1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입장에서 별로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순수문학의 입장에서 동화를 읽히지 않고 엄마의 속셈이 빤히 보이는 책이라 좀 그러네요. 그 점만 눈감는다면 읽어두어도 괜찮겠지요. 엄마들이 바라는 유식한(?) 아이 만들기에 일익 하려나^^

프레이야 2005-12-1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네 초중생과 독서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참 아이들 때문에 속상할 때가 있어요. 오래 한 아이들이 저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지 수업에 집중이 안 되네요. 뭔가 변혁이 필요한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에요.

반딧불,, 2005-12-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그 대답을 원했습니다. 그런 책들이 너무 많이 양산된다는 느낌.
그럼에도 자꾸 그런 책에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는 어쩔 수 없는 부모라는 이름.
흠. 어쨌든 유식한 아이는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은데 ...모르죠. 저도 학부모가 되면 어떨런지...

배혜경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정체기 누구나 있지요.
아는 이는 답사와 연계하더군요. 저렴한 캠프 일박이일로 많이 다니면서 책내용과
연계해서 하니 조금 낫다구요. 바람 쐰다는 의미도 있고요.
다양한 것들로 다니더라구요. 보면서 대단하다 했습니다만.

프레이야 2005-12-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런 분들 저도 존경합니다. 책상앞에서 굴리는 생각이 제대로 될까 싶네요. 밖으로 나가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늘 있지만 여건이 이래저래 어려우니 답답하기도 하구요. 아이들도 좀 바쁜가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반딧불,, 2005-12-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이래저래 많이 많이 힘들고 버거운 일상들.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 동화로 읽는 그림 이야기 I need 시리즈 13
김기정 글, 김윤주 그림 / 다림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어떻게 소개해주고 그 맛을 쉽고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줄까, 하는 고민이 늘 있다. 그래서 다양하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어린이 책들도 많이 나왔다. 이 책은 초등 중학년 정도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미술책이다. '동화로 읽는 그림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림을 소개하는 딱딱한 편집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법과 그림 속으로 동화될 수 있는 길을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그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상상하여 보기, 자세히 보기, 느껴지는 대로 보기가 그것이다. 그런 방법을 줌줌선생님과 반아이들 간에 일어난 이야기로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게 서술해놓았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미술작품들을 동서양이나 시대의 구분을 두지 않고 배치해 두었다. 그림에 대한 소개나 화가에 대한 뒷이야기는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 그친다.

그림 속에서 겉으로 붓칠해 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머릿 속에서 얼마든지 상상해 보는 일. 이 일로 어떤 그림을 보는 이의 느낌은 제각각일 뿐만아니라 그 내용 또한 풍부함에 있어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림 속에서 다 보여주는 서양화보다는 여백의 미를 살려 우리 마음에 조차 상상의 여백을 충분히 남겨두는 동양화가 이 감상법에서는 더 적절하게 소개되는 듯하다.

자세히 보기는 마치 돋보기를 들고 그것을 통해 그림 속 하나하나에 눈을 갖다대는 일이다. 무심코 보면 보이지 않는 세세한 것들이 돋보기를 통해 좀더 선명하게 생생하게 그려짐으로써 그림을 보는 재미와 그 속에 담겨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흥미롭게 한다. 여기서 재미난 일례들은 화가의 시선을 쫒아가는 보는이의 눈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 어느 지점에 서서 그림을 그렸을까, 어떤 시선과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보았을까, 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이 그림 속에 있다는 말이다. 거울에 비치는 화가의 모습이나 그림 속에 화가 자신을 넣어둔 그림 같은 것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되어 함께 이 책을 본 4학년 아이들도 무척 흥미로워한 대목이다.

느껴지는 대로 보기는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는 일이다. 잘 알려진 김홍도와 김득신의 풍속화 두 점이 소개되는 데 재미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아름다움의 기준이 시대와 동서양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과 동양화와 서양화의 기법에 있어서의 차이점 같은 것도 소개하여 그림을 보는 예리한 눈을 길러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화상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이  인물화를 볼 때 그 대상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윤두서의 자화상에서는 서릿발 같은 선비의 기개와 청렴결백이 드러난다. 수염 한 올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붓질과 여백을 두어 얼굴을 강조한 점, 화려한 색채를 쓰지 않고도 담백한 수묵의 재료로 그 꼿꼿함을 더 잘 그려냈다는 점을 마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기존의 미술책보다 쉽게 이해되도록 동화 방식으로 서술해놓았고 그림감상법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책 뒷면에는 노란색 종이에 부록을 달아두었는데, 책 속에서 소개되었던 화가와 그림을 가나다 순으로 배열하여 사전을 찾듯이 참고할 수 있게 해두었다. 전국의 미술관을 지역별로 나누어 자세히 찾아갈 수 있게 안내해 둔 점도 친절해보인다. 가까운 미술관으로 한낮의 나들이를 가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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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술을 보여주냐는 늘 연구대상이에요

진주 2005-12-1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먼저 감동한 걸 같이 보니까 호응이 더 좋은 거 같았어요^^
(미술이나 시 같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