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 동화로 읽는 그림 이야기 I need 시리즈 13
김기정 글, 김윤주 그림 / 다림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어떻게 소개해주고 그 맛을 쉽고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줄까, 하는 고민이 늘 있다. 그래서 다양하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어린이 책들도 많이 나왔다. 이 책은 초등 중학년 정도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미술책이다. '동화로 읽는 그림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림을 소개하는 딱딱한 편집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법과 그림 속으로 동화될 수 있는 길을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그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상상하여 보기, 자세히 보기, 느껴지는 대로 보기가 그것이다. 그런 방법을 줌줌선생님과 반아이들 간에 일어난 이야기로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게 서술해놓았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미술작품들을 동서양이나 시대의 구분을 두지 않고 배치해 두었다. 그림에 대한 소개나 화가에 대한 뒷이야기는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 그친다.

그림 속에서 겉으로 붓칠해 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머릿 속에서 얼마든지 상상해 보는 일. 이 일로 어떤 그림을 보는 이의 느낌은 제각각일 뿐만아니라 그 내용 또한 풍부함에 있어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림 속에서 다 보여주는 서양화보다는 여백의 미를 살려 우리 마음에 조차 상상의 여백을 충분히 남겨두는 동양화가 이 감상법에서는 더 적절하게 소개되는 듯하다.

자세히 보기는 마치 돋보기를 들고 그것을 통해 그림 속 하나하나에 눈을 갖다대는 일이다. 무심코 보면 보이지 않는 세세한 것들이 돋보기를 통해 좀더 선명하게 생생하게 그려짐으로써 그림을 보는 재미와 그 속에 담겨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흥미롭게 한다. 여기서 재미난 일례들은 화가의 시선을 쫒아가는 보는이의 눈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 어느 지점에 서서 그림을 그렸을까, 어떤 시선과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보았을까, 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이 그림 속에 있다는 말이다. 거울에 비치는 화가의 모습이나 그림 속에 화가 자신을 넣어둔 그림 같은 것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되어 함께 이 책을 본 4학년 아이들도 무척 흥미로워한 대목이다.

느껴지는 대로 보기는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는 일이다. 잘 알려진 김홍도와 김득신의 풍속화 두 점이 소개되는 데 재미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아름다움의 기준이 시대와 동서양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과 동양화와 서양화의 기법에 있어서의 차이점 같은 것도 소개하여 그림을 보는 예리한 눈을 길러주기도 한다. 그리고 자화상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이  인물화를 볼 때 그 대상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윤두서의 자화상에서는 서릿발 같은 선비의 기개와 청렴결백이 드러난다. 수염 한 올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붓질과 여백을 두어 얼굴을 강조한 점, 화려한 색채를 쓰지 않고도 담백한 수묵의 재료로 그 꼿꼿함을 더 잘 그려냈다는 점을 마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기존의 미술책보다 쉽게 이해되도록 동화 방식으로 서술해놓았고 그림감상법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책 뒷면에는 노란색 종이에 부록을 달아두었는데, 책 속에서 소개되었던 화가와 그림을 가나다 순으로 배열하여 사전을 찾듯이 참고할 수 있게 해두었다. 전국의 미술관을 지역별로 나누어 자세히 찾아갈 수 있게 안내해 둔 점도 친절해보인다. 가까운 미술관으로 한낮의 나들이를 가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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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술을 보여주냐는 늘 연구대상이에요

진주 2005-12-1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먼저 감동한 걸 같이 보니까 호응이 더 좋은 거 같았어요^^
(미술이나 시 같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