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토끼 마시로의 크리스마스
미요시 세키야 그림, 사사키 다즈 글,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되는 책들을 권하게 된다. 이 그림책도 이맘때 썩 잘 어울리는 그림과 내용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라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였고 그의 '의미있는 타인'으로는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특이한 것은 산타할아버지의 외모나 옷차림이 기존의 것이 아니란 점이다. 십자가가 그려져있는 커다랗고 높은 모자를 쓴 교황 할아버지로 나와있다. 뒷장에서 알 수 있는 대목은 이 그림책의 작가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맑고 깨끗하다. 마치 아이가 색연필 하나를 들고 하얀 종이 위에 쓱싹쓱싹 그려나간 것 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색채도 절제되어 하얀 눈이 넓게 펼쳐져있는 북쪽 나라의 전나무숲이 여러 줄의 검은 선만으로 그려진다. 볼수록 마음에 여백을 주며 보는 눈도 편안해지는 책이다. 산타할아버지의 손모양과 순록의 뿔모양이 비슷하게 그려져있는 점도 재미나다. 단순한 선과 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웃음이 새어나오게 된다.

아기토끼 마시로는 여느 아이들과 꼭 같은 마음을 지녔다. 크리스마스면 으례 선물을 받고 싶고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이 받고 싶다. 마시로의 변장은 깜찍하다. 숯검댕을 칠했다고 자신을 못 알아본 것처럼 해준 산타와 두번째로 받은 선물은 마시로의 마음을 자라게 해준다. 마시로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딱딱한 설교의 말도 한 마디 없이 마시로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선물을 나누어주어야하는 산타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러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기특한 토끼가 된다.

마시로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은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에게도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영악하기만 할 거라 생각되는 아이들에게 역시 이런 선한 마음이 훨씬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가 마시로 같고 마시로가 아이 같아 사랑스럽다.

세상이 온통 호기심거리로 꽉 찬 마시로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땅에 심은 두번째 선물이 자라나 천사의 목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멋진 선물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꿈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눈앞에 있으니 마시로는 '하느님의 나무'라는 이름을 달고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인식하고 인정하는 듯하다. 산타는 그 선물들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된 마시로는 자기가 그 일을 돕겠다고 한다.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던 숯검댕을 마시로로 부터 벗겨주는 것은 바로 하얀 눈의 힘이다. 눈은 순백, 순결, 순수함이란 상징으로 이 그림책에서 계속되는 배경이다. 산타에게 받은 두번째 선물을 하느님에게 도로 돌려드리면 숯검댕이 지워질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눈밭을 파헤치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두껍게 싸인 눈을 걷어내고 꽁꽁 언 땅에 심은 두번째 선물이 한 그루의 멋드러진 전나무로 자라난 건 기적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잃지말아야할 순결의 마음이 낳은 기적이다. 이런저런 선물들이 매달려 있는 황금빛 찬란한 전나무 한 그루가 순백의 세상에서 눈이 부신다.

세상에는 하느님의 나무와도 같은 것이 있을 법하다. 그것에 달려있는 온갖 선물들을 우리는 고루 분배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두개를 받고 싶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더 받고 싶다. 그렇게 되면 희생되는 누군가가 있을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마시로는 이제 그 선물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산타의 일을 앞장서서 도우기로 한다. 숲속의 다른 동물들도 너도나도 달려온다. 이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하느님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선물에 대해 물질적인 것 이상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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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쁜 크리스마스 그림책 읽고 프네요

프레이야 2005-12-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크리스마스도 열흘을 앞두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