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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 - 우리의 음식문화 이야기 ㅣ 아이세움 배움터 4
김아리 지음, 정수영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날 먹거리 오염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 한 쪽에선 아직도 먹거리가 부족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람들은 먹는 것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좀더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우리 나라도 옛날 보리고개 운운하던 시절은 잊고 이젠 양보다 질로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지고 있다. 먹는 것 자체가 생명연장의 단순한 생활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초등 4,5학년쯤 되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사부터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한 연령이다. 한국사 관련 어린이책은 만화에서부터 다양하고 흥미로운 읽을 거리가 많이 나와있다. 생활사로 접근할 수도 있고 큰 사건 중심으로 혹은 주요인물 중심으로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하나 더 권할 만한 방식이 문화적인 접근인데, 음악, 미술 등은 물론이고 '음식'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측면에서 음식을 통한 우리역사 읽기도 좋은 방법이다.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우리가 지금도 먹고있는 일상의 먹거리들이 어떤 유래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얽힌 신화 또는 설화와 야사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알 수 있다. 모두 일곱 장으로 나뉘어있는데, 우리 나라 음식 문화의 기원을 구석기 시대 불의 발견과 요리의 시작에 두고 출발한다. 그리하여 삼국시대에 이미 오늘날 우리 음식에 빠져선 안 되는 '밥, 장, 김치'가 밥상에 차려지게 된다. 호기심을 돋우는 설화가 음식과 역사적 인물에 한 데 얽혀있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무겁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고려시대의 차 문화, 조선시대 수랏상, 서민들의 음식, 세시풍속과 음식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적이며 풍요로운 우리네 음식문화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맛과 멋이 어우러진 별식 이야기'에서는 군침이 도는 한과(과즐)와 모양도 맛도 가지가지인 떡 이야기, 색도 고운 오색 다식, 향기로운 전통 음료수까지, 출출할 때는 이 책을 보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우리의 음식 문화'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음식도 흐름을 타고 덧붙여지고 조화되어 새로이 창조되는 것이다. 소위 퓨전음식이 이미 등장하여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새로운 음식들을 즐긴다.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잘 아는 요즘은 그것에 반대하여 슬로우푸드가 등장하였다. 요리 과정 자체를 즐기고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것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오염된 음식, 유전자변형음식의 위험성 같은 것들도 생각해볼 거리로 끄집어내고 있다.
이 책은 6학년이나 독서력이 있는 5학년 정도의 어린이에게 권장하고 싶다. 먹거리 하나에도 뜻을 담고 멋을 담고 건강을 생각한 우리 민족의 슬기도 느낄 수 있다. 이 책과 더불어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음식>도 읽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