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Man River
https://youtu.be/xwdKTz6vdmQ


4장_ 비버와 고등사범학교 친구들(1929년)


‘자기 안에서 우물처럼 차오르는 풍요로운 사유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시몬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일찌기 했고 후에 그렇게 쓴 랄프 왈도 에머슨의 생각에 동의했다. 시몬은 1929년 7월 22일 사르트르와 함께 있으면 진정한 누군가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일기에 “나는 이 남자를 완전히 신뢰하고 나 자신을 맡길 것이다.”라고 썼다.

시몬은 회고록에서 사르트르와 함께하면서 난생처음 “지적으로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노르말리앙이었던 그에 대한 열등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독창성을 인정받고 옹호하기 위해 싸웠다. 능력의 비교라기보다 ‘애초의 자신감과 문화 자본의 격차’가 컸음이다. 사적 공적으로 인정받고 숭배받는 천재는 자기증명이 필요없으나 천재 여성은 너무 화려하게 빛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눌려 있었다.

키 160센티미터가 안 되고 잘생긴 외모도 아니었던 사르트르, 게다가 내가 알기로 극심한 근시에 평생 눈이 좋지 않았다던 그는 스물한 살의 빛나는 시몬을 완벽한 지적대화, 지지와 격려의 태도로 매료시켰다. 놀랍게도 “올드맨 리버”를 불러주었다.

그들의 시험 공부는 강변의 책 노점을 함께 구경하거나 영화, 칵테일, 재즈를 즐기는 시간으로 변하곤 했다.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에게<올드맨 리버>를 불러주었고, 자신의 꿈 얘기를 했으며, 상대의 기준에 맞춰 - "내가 지닌 가치관과 태도에 비추어" -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내 안의 가장 좋은 것을 지키라고 격려해주었다. 자유에 대한 사랑, 삶의 열정, 호기심, 작가가 되겠다는 용기를 말이다." 그렇지만 7월 27일에 "그녀의 라마"를 만나자 모든 것이 변했다. 시몬은 사르트르와 라마가 한 공간에 있으면 왜 사르트르가 전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스스로 물었다. 그리고 라마가 자신을 더 열정적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28일에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초기 습작 소설 <아르메니아인 에르>를 읽었고 - P122

그 다음 날도 함께 보냈다. <아르메니아인 에르>는 크로노스, 아폴론, 아테나, 그 외 여러 신이 시간, 예술, 철학, 사랑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었다.32) 일기에서 라마에게만 한정했던 애정 어린 표현들이 사르트르에게 쓰이기 시작한다. 보부아르는 심란해서 잠이 오지않았다.33)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쓴 에세이가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모든 남성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을 완벽하고 매혹적이며, 아름다운 창조의 경이라고 볼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여성을 보면서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누가 그녀를 더 제대로 보는 걸까? 매혹당한 남성의 눈? 그녀의 마법에 끄떡없는 타인들의 눈? 제임스는 사랑에 빠진 남성은 "그 여성의 내면생활과 일체를 이루려고 몸부림치기에 진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무도 우리를 진실로, 진정성 있게 보고자 하지 않는다면, "우리 본연의 모습을 알고자 하는 이가 없다면 우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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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04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4장까지 읽으셨어요??^^
저도 얼른 분발해야 겠습니다.ㅋㅋ
지적인 사람은 고고한 지식인 상대방을 바로 포착하여, 자신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되었을 것 같아요.
사람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
그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프레이야 2022-10-04 18:18   좋아요 1 | URL
시몬이 평생 최고 잘한 게 사르트르를 만나 것이라고 자평할 정도였으니 두 사람의 관계는 세간의 오해와 반쪽 진실이 무색한 것 같아요. 시몬이 쓴 작별의 의식,을 사서 읽다가 접어두었는데 이번에 마자 읽어야겠어요.
쉽지 않아요. ^^
 

사유, 자발적 고독 혹은 그런 시간의 중요성, 자유로운 자신의 결정과 선택으로 바뀌어가는 나, 자유의 과정을 통한 진정한 자아 발견, 미래의 가능성들, 활동하는 삶과 관조하는 삶을 구분짓지 않고 자기 삶을 사유하는 사람 즉 내적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 그리고 내 안의 나와 내 바깥의 나,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나를 내어 주는 사랑의 균형감각…

두 살 차이 동시대인, 한나와 시몬의 똑똑한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있고 … 냉정과 열정으로 가득찬 매력적인 사람들.

이십대가 아직 되기 전, 시몬의 일기로 내면을 자주 드러낸다.

시몬은 자신의 지적 취미와 철학적 진지함을 “미소로” 일축해버리던 자크의 태도를 돌이켜보고 결연하게 썼다. “내 삶은 단 하나뿐인데 하고 싶은 말은 많다. 그는 내 삶을 나한테서 앗아갈 수 없을 것이다. “ - 86p

_ 2장 결혼을 거부한 철학교사(1916-1928) 중

자유를 다시 생각한 날 시몬은 일기에 이렇게 쓴다. "자유로운 결정과 상황의 상호 작용을 거쳐야만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끝인 것처럼 말했다(가령 결혼을 하겠다는 결정이라든가). 하지만 시몬은 선택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선택은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과정에 있었다.
선택은 내가 의식을 할 때마다 다시 이루어졌다." 그날 결혼은 "근본적으로 부도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를 위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자크를 사랑하면서 사는 삶이 여전히 머릿속에 그려지긴 했지만 시몬에겐 다른 남자 대화 상대가 생겼다. 소르본에서 만난 샤를 바르비에(Charles Barbier)는 철학과 문학을 함께 논하면서 시몬에게 회피적인 미소가 아니라 지적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 경험으로 미래에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보부아르는 이를 프랑스어로 자신의 ‘가능성들possibiles‘이라고 불렀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죽여야" 하고 생의 마지막 날에는 오직 하나의 현실만 남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한 생"을 산 셈이 되리라. 문제는 어떤 생을 사느냐였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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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0-03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결혼할 시기가 프랑스처럼 개방적이었다면 저도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봐요~~
아렌트와 보부아르, 둘다 어려워요^^

프레이야 2022-10-03 20:14   좋아요 2 | URL
아렌트는 자신이 어렵게 느껴질까 겁난다고 했어요. 정치적으론 어렵기도 한데 철학적으론 오히려 명징한 것 같아요. 저도 계약결혼 찬성입니다. ㅎㅎ 결혼이란 게 어찌보면 계약 아닌가 싶고요.
 

들어가는 글, 중

#
이 책은 보부아르가 공개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최초의 전기다. 그녀가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에 여성 지식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 주고 독자적으로 자유의 철학을 전개하고 옹호한 자초지종을 들려 주고 독자의 자유에 호소하고자 소설을 쓰게 됐다는 상황을 살펴 보고, <제2의 성>을 쓰고 나서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보여 준다. 또한 지식인으로서 독자의 상상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자신의 삶을 글로 쓰고 페미니즘 운동에 뛰어들었음을 보여줄 것이다. - 37p

보부아르는 열다섯 살 때부터 작가에 뜻을 두었지만 작가 생활을 늘 즐기지는 않았다. 초기의 철학 에세이 《피로스와 키네아스》(1944년)에서 보부아르는 어떤 인간도 한평생 똑같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썼다. "인생에서 모든 순간이 조화를 이루는 어느 한순간 따위는 없다." 때때로 보부아르는 자기 인생이 남들이 목을 축이는 우물 같다고 느꼈다. 때때로 의심에 짓눌렸고 자기 자신과 남들을 대했던 방식을 깊이 후회하기도 했다. 그녀는 마음을 바꿨고 남들의 마음도 바꿨다. 그녀는 우울증과 싸웠다. 그녀는 삶을 사랑했다. 늙는 게 두려웠고 죽음이 무서웠다. - P36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사랑을 비판했지만 사르트르는 첫만남 이후 바로 그랬던 것처럼 "사유의 견줄 데 없는 친구"로 그녀에게 남았다. 보부아르의 사유는 동시대인들에게 근본적인 도전이었고 으레 묵살당하고 조롱과 멸시를 받았다. 그녀는 자기 정신의 가치와 생산성을 인정하고 믿었기 때문에 사유하고 글 쓰는 삶을 선택했다.
보부아르는 열아홉 살에 이미 "내 삶에서 가장 뜻 깊은 부분은 나의 생각들이다."라고 일기에 썼다. 그리고 59년 뒤 살면서 이뤄낸 그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78세의 보부아르는 여전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정신"이라고 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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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아모르 문디
사유 - 판단 - 의지

한나의 연대순 저작물을 중심으로 많은 기록물을 요령있게 배치하고 한나 자신과 한나 “부족”들이 남긴 에세이와 편지글 같은 것으로 한나의 깊이 있는 정신과 다감하고 명철한 삶에 풍부하게 다가간다. 군더더기 없이 유연하게 읽히고 한 문장도 흘려버릴 수 없이 명료하다.

#
한나가 남긴 유산은 (소문의 여신,) 파마Fama의 두 가지 힘이 모두 발휘된 결과물이다. 한나는 살아생전 삶과 연구를 두고 끊임 없이 루머와 반쪽짜리 진실에 시달렸으나 죽어서는 불후의 명성을 얻었다. - 306

한나는 사유를 ‘난간 없는 사유‘로 표현했다. 사유란 붙잡을 곳없는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한나의 은유에 따르면 붙잡을 곳 하나 없을지 몰라도 계단이라는 서 있을 곳은 주어진다. 자유롭게 밟고 디딜 이 계단이야말로 한나에게 유서 없이 남겨진 유산이었다.
한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는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사를 논하는 공적영역에서 말과 행동으로 나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누구인지는 그 자체로 내 존재를 나타내며 나의 세상경험에 달렸다. 하지만 내 정체성이 내 운명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 P307

명성을 선택한 적 없듯이 여성으로 그리고 유대인으로 태어난 것도 한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게 세상이 말하는 그녀의 정체성이었다. 한나는 민족에 대한 사랑이 없다는 게르솜 숄렘의 비난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족을 사랑하라는 요구는 경험 세상은 보지 말라는 일종의 맹목적 사랑을 요구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한나의 입장에 한 가지 모순이 있다면, 한나처럼 비판하고 판단하려면 그 대상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나가 말하는 세계 사랑에 숨은 뜻이기도 하다. 악을 못 본 체하며 선만 취할 수는 없다. - P308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나무 책상 너머 파란 타자기 앞에 서서 손에는 커다란 은빛 가위와 스카치테이프를 든 채, 이해 욕구를 반짝이며 텍스트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한나를 상상해보기 바란다.

끝.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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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자기가 내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믿는다. 또 자기가 날 측은해 한다고 생각한다! 수는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이 집의 관습과 피륙들이 곧 자기를 구속하게 되리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 집의 방식을 배워 나간다. 모로코 가죽이나 송아지 가죽이 책을 단단히 잡듯이 집의 관습이 수를 잡아매리라……. 나는 이 집에서 크면서 자신을 책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나는 내가 책처럼 느껴지고, 수는 책을 보는 식으로 나를 본다. 수는 책을 읽지 못하기에 내 겉모양은 보아도 그 안에 쓰인 글의 의미는 알지 못한다. 창백하네요!」 수가 말한다. 내 하얀 피부는 알아차리면서도 그 아래로 빠르게 흐르는 더럽혀진 피는 눈치채지 못한다. - P375

수는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찡그리고 얼굴 앞에서 손을 가볍게 내젓는다………. 수의 행동은 그게 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심장이 불끈거린다. 그 함몰 혹은 추락, 그 안엔 너무나 큰 공포가, 너무나 큰 암흑이 있고, 나는 그것을 공포 혹은 광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수가 돌아서서 기지개 켜고 방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본다. 내가 그토록 탐욕스럽게 그리고 오랫동안 주시해왔던, 거칠 것 없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지켜본다. 이런 게 욕망인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모른다니 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하지만 나는 욕망이 좀 더 작고 좀 더 단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맛이 입에 한정된 것이듯, 시력이 눈에 한정된 것이듯, 욕망도 욕망의 기관에만 한정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에 걸린 것처럼, 이러한 느낌이 자꾸만 들면서 내 안에 머무른다. 피부처럼 나를 덮어 감싼다. - P415

우리는 풀밭을 지나고 울타리를 넘어 달렸다. 밤이 아직 캄캄해 길이 잘 보이지 않았으며, 처음엔 너무 겁에 질려 시간을 가지고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찰스가 자꾸만 구르거나 옆구리에 손을 대고 숨을 돌리려 발걸음을 늦추곤 했고, 그러면 나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귀 기울이곤 했다. 그러나 새 소리, 바람소리, 쥐소리만이 들려왔다. 곧 하늘이 밝아지면서 우리는 희미한 길을 하나 찾아냈다. 「어느 쪽 길로 가죠?」 찰스가 말했다. 나도 몰랐다. 길에 서서 어디로 갈지 고민해 본 지도 벌써 몇 달 만의 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땅과 동트는 하늘이 갑자기 광대하고 두렵게 보였다. 그리고 찰스를 보자, 찰스는 나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을 생각했다. 「이쪽이야.」 내가 걷기 시작하며 말했다. 그리고 공포가 사라졌다. - P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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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0-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었던 명작 중 하나..^^

프레이야 2022-10-01 12:59   좋아요 0 | URL
완벽하게 재미있게 읽히는 매력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