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먹기 외국어 난 책읽기가 좋아
마리 오드 뮈라이유 글, 미셸 게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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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생활이 시작된다. 듣기만 하는 단계에서 한 음절씩 늘여가며 말하는 단계에 오면 부모는 거의 환희의 지경이다. 언어는 숨을 쉬고 옷을 입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국어 습득은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라는 과목으로 들어가면 숨이 막혀온다. 혼돈스러운 것은 둘째로 하더라도, 왜 그 어렵고 이상한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접하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지구촌시대에 필요한 거라고? 아이에게 영어학원을 보내면서도 지금의 과열 영어교육 풍조에 때론 회의적인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기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거저먹기 외국어>는 언어란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의사소통을 위하여 성립되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 아이의 한달간의 외국에서의 휴가 동안 우연잖게 빚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이런 본질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외국어 앞에서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격려가 된다. 외국어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를 능동적으로 바라보며 주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외국인이 보기에 우리말도 외국어인 것을...

역시 효율적인 학습에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거기서 즐거움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함을 증명한다. 외국어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스꽝스러운 외국어 만들기 놀이때문에, 어른들로부터 외국어에 재능이 있는 걸로 인정받은 아이는 이제 8개국의 외국어에 통달한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 외국어를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며 주도적인 입장에서 배워서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유쾌한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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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의 하루하루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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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 한 사람만 옆에 있다면' 하고 소망하기 전에 내 자신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려고 먼저 나서라고 말한다. 내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라고 수없이 말한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하루하루>는 비슷하지만 다른 성격의 개구리와 두꺼비의 하루하루를 통해 진정한 우정은 어떤것인가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만나면 언제나 기쁘고 하루를 안보면 보고싶은 단짝 친구. 내 아이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손을 꼬옥 잡고 학교를 오가는 그 아이들을 보며 언제까지나 좋은 친구이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곤 한다.

이 책에는 다섯가지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내일 할거야>와 <연 날리기>에서는 미처 현명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쉽게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드는 개구리를 차분한 음성으로 깨닫게 해주고 자신감으로 채워주는 두꺼비가 나온다.

<떨리는 기분 맛보기>에서는 약해보이는 개구리가 자신의 무용담을 두꺼비에게 들려주고 함께 떨리는 기분을 만끽한다. 친구란, 함께 마셔서 온몸으로 퍼지는 따끈한 차의 기운처럼 그렇게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다. 다른 이들에겐 유치하게 보이는 감정일지라도 그들을 유쾌하게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모자>에서는 서로의 소중한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친한 사이일수록 말한마디라도 가려서 서로의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내는 일은 없어야한다. <혼자 있고 싶어>에서는 자기자신을 먼저 깊이 사랑할 수 있어야 친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혼자 또 같이'의 미덕은 자신도 친구도 함께 성숙해가는 길이다.

꽉 조이는 자켓을 입고 있는 개구리와 두꺼비의 모습이 튀어나온 두 눈과 함께 개성있고 재미있다. 친근하기도 하다. 약간은 보호해주고픈 친구 개구리와 믿음직스러운 친구 두꺼비의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으로 와닿는다. 어른도 함께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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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이리 내놔! 난 책읽기가 좋아
티에리 르냉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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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폭력과 따돌림의 문제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 요즈음의 이런 문제는 학년이 낮은 학급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아이가 이런 문제에 휘말려 혼돈스러울 때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너, 그거 이리 내놔!>는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훈훈하게 제시해준다. 가난이 죄가 아니듯, 옳지못한 행위에 대한 변명도 될 수 없다. 힘이 세다는 것 또한 모든 걸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자신의 간식을 아무런 고마움의 말도 없이 빼앗아 먹는 가난하고 힘센 친구 앞에 비굴하게 당하기만 하는 약한 아이의 모습도 없다.

클레망은 부조리한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한다. 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압델을 변화시킨다. 무례하고 나누어 줄 줄도 모르는 압델이 친구들에게 따끈한 차를 나누어 주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것은 토요일의 행사가 된다. 클레망은 혼자 크고 좋은 간식을 사와서 먹는 대신, 같은 값으로 세 개의 빵을 사와서 간식문제를 해결한다. 불의 앞에서 당당하게 소리친 친구 피에릭과 이제는 좋은 친구가 된 압델과 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운 간식시간이 되었다.

아이가 직접 이런 일을 당한다면 꽤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아주 건강하게 스스로 풀어나간 점이 인상적이다. 배고픈 친구를 외면하고 계속 자신의 간식만 고수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해지는 과정이 그렇다. 그 과정에서 잘 드러나는 클레망과 압델의 심리를 읽는 재미도 있다. 클레망은 압델이 더 이상 빵을 빼앗지 않아 자신만의 즐거운 간식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클레망의 착한 마음과 아이다운 자존심을 지키며 마음을 여는 압델의 우정이 계속 잘 가꾸어지기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은 분명히 있다. 자신의 욕심을 조금 버리고 남의 마음을 한번쯤 헤아려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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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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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 어린시절의 향수를 떠올리자면 짱뚱이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회색의 도시에서 살았던 저는 그런 류의 소박한 풀향기 나는 추억은 없다고 말해야겠네요. 대문을 나서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아스팔트 사거리가 떠오릅니다. 지금보다는 낮지만 시멘트 블럭으로 쌓아올린 담벼락도 생각나네요.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네게 그런 추억은 없었던 줄로만 알고 있었네요. 하지만, 짱뚱이는 제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의 작은 조각들을 찾아주었습니다. 도시라도 약간은 변두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저는 한참을 올라가면 산과 계곡을 찾을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 곳의 대부분에 아파트가 서고 주택가가 되어버렸지만요. 무주구천동의 계곡만큼 시원한 물살을 자랑하던 계곡이 눈에 선합니다. 그 계곡을 그리 자주 갔던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 기억이 더 소중하게 살아나네요.

나의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나의 아이들은 그나마 아주 조그만 저의 추억같은 것도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른 추억들이 가슴을 채우겠지요. 봄이 되면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기라도 해야겠네요. 싱그러운 풀향기를 들이마시고 높푸른 하늘아래 두팔 크게 벌리고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게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숨돌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굴레 속에서 잠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쳐다보게 해 줍니다. 저처럼 짱뚱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보고 나누어 가지면서, 대리경험으로 만끽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곳곳에서 웃음을 머금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제 아이도 소꿉살이를 빠금살이라고 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하고 짱뚱이의 얼굴도 너무 귀여워하더군요.

내내 느낌이 참 놓은 휴식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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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선물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사와다 도시카 그림,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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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을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부끄러집니다. <내 마음의 선물>에서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장애아를 대하는 태도가 특별하다거나 동정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시선을 갖는다는 것이 이미 편견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하지만, 반드시 버려야할 편견이고 찾아야할 올바른 시선입니다.

팔다리가 거의 없는 아이, 유타가 생활하는 6학년3반 교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유타를 특별 대우하지 않습니다. 유타는 무시나 조롱의 대상도 아니지만 각별한 동정의 대상도 아닙니다. 엄마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유타가 가여워 필요 이상의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유타의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이, 유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진취적으로 설계하는데 버팀목으로 자리할 수 있었겠지요.

인간승리의 실화로 이미 잘 알려진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창작동화라는 문구가 선뜻 이 책에 손이 가게 하더군요. 유타는 바로 자신의 모습입니다. 많은 장애인을 다룬 동화들과는 달리 <내 마음의 선물>에는 작가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이 진솔하게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담담하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그리고 있어 마음에 와 닿는 폭이 훨씬 넓고 깊습니다.

<내 마음의 선물>은 지금까지 소중하고 멋진 추억을 안겨 준 나의 친구들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내 마음의 선물'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정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도 합니다.

글과 그림이 거의 같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다른 창작동화에서보다 그림이 말해주는 내용이 많이 느껴집니다.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유타와 주위 사람들의 관계를 군더더기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타의 호루라기 위에 떨어진 눈물만으로도, 유타 스스로 이겨내야할 자신과의 싸움이 안스럽게 구체화됩니다. 그러나 이런 눈물은, 장애아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성장의 채찍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애아를 더 이상 '특별한 사람'으로 대하지 말고, 그저 우리 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대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작가의 후기에서처럼,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타가 아니고, 유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에요.' 유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 우리도 바로 그들처럼 되는 것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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