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70년대 초, 어린시절의 향수를 떠올리자면 짱뚱이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회색의 도시에서 살았던 저는 그런 류의 소박한 풀향기 나는 추억은 없다고 말해야겠네요. 대문을 나서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아스팔트 사거리가 떠오릅니다. 지금보다는 낮지만 시멘트 블럭으로 쌓아올린 담벼락도 생각나네요.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네게 그런 추억은 없었던 줄로만 알고 있었네요. 하지만, 짱뚱이는 제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의 작은 조각들을 찾아주었습니다. 도시라도 약간은 변두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저는 한참을 올라가면 산과 계곡을 찾을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 곳의 대부분에 아파트가 서고 주택가가 되어버렸지만요. 무주구천동의 계곡만큼 시원한 물살을 자랑하던 계곡이 눈에 선합니다. 그 계곡을 그리 자주 갔던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 기억이 더 소중하게 살아나네요.

나의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나의 아이들은 그나마 아주 조그만 저의 추억같은 것도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른 추억들이 가슴을 채우겠지요. 봄이 되면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기라도 해야겠네요. 싱그러운 풀향기를 들이마시고 높푸른 하늘아래 두팔 크게 벌리고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게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숨돌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굴레 속에서 잠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쳐다보게 해 줍니다. 저처럼 짱뚱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보고 나누어 가지면서, 대리경험으로 만끽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곳곳에서 웃음을 머금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제 아이도 소꿉살이를 빠금살이라고 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하고 짱뚱이의 얼굴도 너무 귀여워하더군요.

내내 느낌이 참 놓은 휴식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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