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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

 -이건청-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 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 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머리를 두고 잠이 들었네.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일만 마리 매미 소리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네.
모든 대답이 거기 있었네,
그늘은 백사장이고 시냇물이었으며
삘기풀이고 뜸부기 알이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버렸지만
둥치마저 타버려 재가 돼 버렸지만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
스쳐가는 늦 기러기 몇 마리 있으리
귀 기울이고 다가서 보네.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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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8-1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재적소에서 묵묵히 서 있는 나무가 되고 싶어집니다.

balmas 2006-08-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 좋네요.
요즘은 시골에서도
저런 아름드리나무 보기힘들죠? ...

하늘바람 2006-08-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청 교수님 이분은 저를 모를테지만 전 남다른 기억이 있는데^^ 수업을 듣기도 햇구요

프레이야 2006-08-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고마워요. 비춰줍니다...^^

씩씩하니 2006-08-1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전 이런 시가 좋아요,,,,그냥 모랄까,,,마음이...따스해지고,,그리고 아름다운 시....단순해서그런가봐요~
 
 전출처 : 비자림 > 말대가리, 혹은 말에 대한 고백

 

         말대가리, 혹은 말에 대한 고백

 

 

    배고픔, 찻집에서 그 사람 입술 보며 침 삼키는 목젖. 말

 하고 싶다. 말들이 혀를 타고 튀어 나가려

 

   아슬아슬한 競馬.  나의 조랑말이 땅을 박차자마자 그의

경주말이 내 말꼬리를 쫓아오고, 말들 사이에 풍경으로 앉

아 있는 사람들. 혹은 사람 사이로 말들이 뛰어 다니고.

 

   신령스러움. 관계를 꽁꽁 얽어놓았다가 낼름 풀어버리

고 도망가는 늙은 혓바닥이, 신내린 굿판 무당의 몸짓처럼

 

  징글징글한 그리움. 고개 홰홰 저으며 침묵해도 되돌아

와 내 안에서 꿈꾸고 있는 기역 니은 디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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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이생진 - 그리운바다 성산포 -1


                    그리운바다 성산포 -1
                                                        - 이    진 -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필거야
          아침 여섯시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성산포에서는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약 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뭇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변시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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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운 바다 성산포
    from 512 2015-01-29 00:09 
    싱싱한 고등어회 맛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고등어는 자반고등어. 고등어 한 손은 두 마리라는 걸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생선으로, 밥반찬으로만 먹었지 회로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성산 일출봉, 성산항에서 가까운 곳에 고등어 회를 맛있는 집이 있다는게 아닌가? 그 소리를 들었더니 성산 일출봉 앞바다에 고등어가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지며 배가 고파졌다....
 
 
프레이야 2006-08-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는 늘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씩씩하니 2006-08-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소나무집 2006-08-0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이 구절을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2006-08-08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해리포터7 > 연홍도.파도라는 여자 --이생진

연홍도 . 파도라는 여자

 

멀리서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난데"

  "거기가 어디죠?"

  "섬이지"

  "무슨 섬?"

내가 섬 이름을 대면 알까

연홍도라는 섬

아무리 일러줘도 모를 것 같아서

얼른 끊었다

전화통 밖에서 출렁이는 파돗소리

아내의 치맛자락 같은 향수

어느새 갈매기로 변해서

날아온 여자 목소리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며 따라온 여자

그것은 파란 치마 입은 파도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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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백석 -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
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
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 과 '도연명' 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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