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족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 입을 때

흔들어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앚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들!

인간의 손을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그대로 새겨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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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0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 시를 보니 발 한 번 시원한 개울물에 담가본 것처럼 좀 시원해졌어요. 요즘 서울 거리를 지나는 건 '걷는다'가 아니라 '삶긴다'에요. ㅎㅎ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뜨끈한 거 먹고는 후회했어요. 조금의 뜨거움에도 참을성이 없어지나봐요. 그래도 이러다가 어느 날 문득 더위가 한 걸음 물러서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려나요?

프레이야 2012-08-06 07:52   좋아요 0 | URL
만치님, 무더위에 뜨끈한 거 잘 드셨네요.
그렇게 땀 흘리고 나면 오히려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더운 건 더운 거에요. 그죠? 한낮에 걷는 건 어딜가나 삶기는 거일걸요.ㅎㅎ
이러다 금세 더위가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싶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2-08-0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도 많이 덥죠?
신랑회사 동료중 몇몇이 서울 있다가 부산에 오니 너무 시원해서 좋다라는 소릴 한다네요?@.@
부산은 정말로 시원한가요?ㅋ
여긴 한낮만 좀 덥고,그나마 좀 시원한 편인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구요.
건강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08-06 07:55   좋아요 0 | URL
나무님, 어딜 가나 더워요.ㅎㅎ
부산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바다 가까이 가면 아무래도 바람이 좀 다르긴 해요.^^
해가 질 무렵이면 좀 살 것 같아요.
이쁜 아이들이랑 시원하게 건강히 지내세요.~~

2012-08-0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읽고 시원해졌어요..
아, 부산. 부산의 산과 바다와 집들이 함께 있는 풍경 사랑해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2-08-06 22:33   좋아요 0 | URL
섬님, 좀 시원해지셨어요? ㅎㅎ
마지막 행, 기막히지요.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라니요. ^^

꿈꾸는섬 2012-08-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탁족하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2-08-06 23:02   좋아요 0 | URL
히히~~ 꿈섬님 탁족이란 말이 새삼스러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한 곳에 자리를 잡거나 한가지 일에 의지한다는 뜻과 잠시 머무른다는 뜻이 더 있더라구요.
화끈한 문신을 새긴 모기들은 그런 식으로 탁족하는 걸까요? 엉뚱한 생각이..ㅎㅎ
발을 담그고 씻는 행위가 그런 의미까지 갖는 걸까요.
그럼 서로 탁족을 해주는 행위는 어떤 마음일까싶어요.
계곡물에 발 담그면 시원할 것 같아요.^^

세실 2012-08-0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프레이야님^*^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시는거죠?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가고 싶네요. 왜 몰랐을까? ㅎ
도서관은 에어컨 들어와서 시원하네요.

프레이야 2012-08-09 21:3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무더위도 한풀 꺾였네요. ㅎㅎ
잘지내고 계시죠? ♥ 도서관이 젤 시원한것같아요.
부석사는 가봤지만 저도 오전약수 골짜기는 몰랐어요. ^^

2012-08-1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0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8-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감하게, 핸드폰을 못 받을 상황에서는 꺼버려요.
그래도 연락할 사람은 문자를 넣겠지, 그런 정성도 없는 사람과 굳이 통화해야 할까? 머 이런 생각이요...

가만보면 저는 정말 요즘 배짱 편하게 변하고 있는거 같아요.

언니, 오늘 드디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오늘 하루 여유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내일부터........... 다시 막막한 일정 시작이거든요. ㅋㅋ

프레이야 2012-08-10 21:28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저도 받지 못할 상황이면 넘겨 버리곤 해요.
나중 다시 오거나 제가 다시 하면 되지요.ㅎㅎ
마음 편한 게 최고에요!!!
내일부터 다시 바쁜 거에요? 너무 바쁘진 말고 적당히요~~~ 달여우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