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아침, 하동 평사리 토지길을 걷던 중 내가 만난 거미 한 마리)
기미라는 것은 움직임의 은미한 부분이니, 움직이면 곧 드러나는 것이다.
선악의 기미는 진실로 그 중에서도 큰 것이다.
사물마다 각각 그 기미가 있나니, 남들이 보지 못하고 자기가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그 기미는 이미 싹이 터서 나온다.
그러므로 잘 배우는 사람은 먼저 그 은미한 부분을 잘 살펴서,
天理를 보존하고 人慾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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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의 기미나 조짐은 처음에는 작은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작다 하여 깨닫지 못하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것을 '주역' 곤괘에서는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른다"고
경계하고 있다. 늦가을에 서리가 내리는 것은 한겨울 혹한의 기미요 조짐이다.
그러므로 그 기미가 보일 때 미리 대비해야만, 한겨울의 혹한을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일득록] 정조대왕어록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