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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는 게 너무 쉽고 기분도 너무 좋아진다는 걸 깨달았기에 한동안은 울음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흐느끼는 소리를 억지로 내려 하고 있다는 것을. 불필요할 정도로 몸서리를 치면서 그 울음의 농도를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자 그는 스스로 부끄러워져서 몸을 구부려 술잔을 잔디밭에 살며시 내려놓고는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울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울음이 진부해지기 전에 그치는 것이었다. 슬픔의 핵심은 그 슬픔의 고통이 아직 정직할 때, 아직 무언가 의미를 띠고 있을 때 잘라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 쉬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느새 자신의 흐느낌을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슬프고 감상적인 미소를 지으며 휠러 부부의 사연을 꺼내게 되었다. 그리고 프랭크가 용감하다는 따위의 말을 하게 되었다. 대체 그럼 내겐 뭐가 남은 걸까? - 4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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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우는 사람의 슬픔보다 숨죽이고 울음을 삼키는 사람의 슬픔과 그것이 가지는 힘이 더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물의 정화작용과 해소의 힘을 알지만 '세상을 눈물로 버티려고 하지 마라'는 한강의 단편 속 어느 어머니의 대사는 묵직한 회초리다.
위의 인용구는 리처드 예이츠의 소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말미, 에이프릴이 유산을 스스로 시도하다 과다출혈로 죽음을 맞은 후에 이웃이자 벗 셰프 캠벨이 느끼는 구절이다. 셰프의 아내 밀리는 여전히 슬픔과 울음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셰프는 환멸감을 느낀다. 내심 사랑했던(망상이든 뭐든) 에이프릴은 죽었고 그 일로 인해 (살아있는) 밀리와의 사이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신, 그런 진실을 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염병할, 이라고 하며..
이 소설 녹음을 끝내고 편집 중이다. 다음 녹음도서로 꼽아둔 것은 동성애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인데 어서 읽고 싶다. 다음주부터 편집과 동시에 시작해야지.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 고정관념은 논리를 가장하기 쉽다 - 윌리엄 해즐리트
* 고정관념이 오래된 것일수록 우리는 더욱 애지중지하는 경향이
있다. - 에드먼드 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