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작은딸이 또 게으름 부리고 수학/영어 학원 안 가겠다고 해서  좀 화가 나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 진짜 안 가고 자버렸다. 내 속이 좋지않으니 아이에게 또 정서적으로 행패를 부렸다. 엄마는 아이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그래놓고선 창을 도저히 맑게 닦을수가 없었다. 서서히 맑아질테다.  아까 잠시 내게 와서 뭐라고 말을 거는데 또 짜증을 내어버리고 마음 안 좋게 해서 자게 해버렸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오늘까지만 이럴게. ㅜㅜ

방금 아이의 일기장이 테이블에 있어서 들춰보았다.  

제목 : 나를 먼저 도와주는 친구, 그렇지 않은 친구 

네 컷 만화로 그려놓았는데 곁들인 글이 마음에 들어온다. 아이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른은... 

내용은 " 다이아몬드 우정과 종이 우정"에 대한 것이다. 옮겨보면,

   
 

다이아몬드 우정 : 그들의 우정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종이 우정 : 이들의 우정은 그저 조금 사귀어본 것에 불과하다.  

               서로 배려하고 도울수록 우정은 더 단단해지고 광택이 날 것이다   

 
   

 

우정을 애정으로 바꿔도 좋겠다.  배려,라는 말이 오늘따라 절실하다. 나도 내마음을 배려받고 싶고 내몸을 배려받고 싶다. 문제는 나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면서 바라기만 한 건가싶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그건 이미 실수가 아니다. 그 악행으로 인해 받는 상처는 의외로 크다. 내가 행했을 잘못으로 상처받은 사람 있다면 그 누군가(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내게도 진심으로 미안해하면 좋겠다. 진심은 말로 전해지는 게 아니다. 목소리, 태도, 표정, 아주 종합적인 것. 기침과 가난과 사랑은 감추지 못한다고 했다. 또 하나 진심은 숨겨지지 않는다. 딸! 미안하다. 내일 친구랑 수영장 잘 갔다오고, 요시노이발관 보고 마음 풀자꾸나. 그래도 씀씀이 좀 줄이면 안 될까. 샤프펜슬이 도대체 몇개니? 중독증세 아니냐? 친구랑은 또 어딜 그리 가겠다고 만날 용돈 달래? .. 그래도 이번 기말고사 1등 한 건 잘했어. 알아서 공부하더니 잘 했네. 네가 원하던 새 mp3 받게 되어서 좋지? 엄마는 그런 거 조건으로 건 적 없지만...  늘 모자라고 또 모자라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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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0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 따님이신가봐요.
MB는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인 세상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는 학력위주의 사회입니다.따님이 몇학년인질 모르겠지만 그냥 공부하라 학원가라 말씀하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따님과 대화해 보세요.
네 학원비는 얼마인데 우리 가족 생활비의 몇%를 차지하는지 공부안하고 땡떙 논다면 앞으로 따님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요.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마 정신 차릴겁니다 ^^;;;

프레이야 2009-07-05 13:02   좋아요 0 | URL
네, 5학년이에요. 사춘기가 좀 이른가요? ㅎㅎ
알아서 잘 하는 편인데 친구랑 노는 걸 더 좋아하지요.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이요. 가끔 꾀를 부리는데 그땐 강요해서 좋을 게 없더군요.
그날은 아마 숙제를 안 해놓았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9-07-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또는 별 이유가 없이 화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도 역시 사람이므로 그렇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부모를 이해해줘야합니다.
아이들은 잘못해도 되고, 부모는 완벽해야 한다.. 그런 법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혼내줍니다.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요.
혼내는 건 평생토록 한번 혹은 두번 정도입니다만..
혜경님 자책하지 마시기를. 그만 하면 훌륭한 엄마입니다. 하하


프레이야 2009-07-05 13:03   좋아요 0 | URL
별 이유 없이 화나는 경우, 있지요.
근데 생각해보면 사실 별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전 완벽하지 못한 엄마에요, 한사님. 그러고 싶지도 않구요.ㅎㅎ
선배부모로서 좋은말씀 고맙습니다.^^

라로 2009-07-0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욕심이 넘 많은거 아냐요????1등하는 아이가, 더구나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면서 뭘 그렇게 속상해해요????ㅎㅎㅎ부러워 죽겠네~.^^;;; 자식들이 다 그러게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뭐유??????응?

샤프를 좋아하는 거 엄마처럼 글재줄 타고 난거 아닐까요????ㅎㅎ그나저나 우정에 대한 비교 넘 좋아요,,,,더구나 만화로 그렸다니 전 그걸 보고싶다구요!!ㅎㅎ어떻게 표현했을까???

프레이야 2009-07-05 13:06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그날 그랬던게 속상한 거죠 뭐.ㅎㅎ(우힛~ 변명이라도)
샤프, 필통, 연예인스티커 등등.. 아휴 하고싶은 것도 많고 갖고싶은 것도 많고..
친구를 좋아하니까 우정 때문에 속도 많이 상해하고 또 기뻐하는 일도 많고 늘 그래요.
저 글은 저도 읽고 뜨끔했다지요. 다이아몬드우정이요~
만화는 그저 연필로 쓱쓱 그렸는데 아이 표정이 웃겼어요.
하트가 반으로 깨어지는 그림도!!

후애(厚愛) 2009-07-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몬드 우정과 종이 우정 제목이 정말 멋집니다.^^
제 막내 조카가 샤프와 볼펜을 무척이나 좋아해요.
3년전에 조카들 데리고 교보문고에 가서 필요한 학용품들을 사라고 했더니 막내 조카가 마음에 드는 샤프와 볼펜을 한아름 안고 와서는 사달라고 해서 사 주었는데 언니한테 혼났어요. ㅎㅎㅎ
언니는 조카보고 대학 들어갈때까지 쓰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고개 끄덕이는 조카보고 웃었답니다.
사춘기 때는 짜증도 잘 내고 화도 잘 내고 그런답니다.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시지 마세요.^^
제 언니는 지금은 참지만 나이 스물살 되면 보자고 벼루고 있어요. ㅋㅋㅋ

프레이야 2009-07-05 19:19   좋아요 0 | URL
앗, 대학 들어갈 때까지 쓰라고 하면 되겠군요.ㅋㅋ
저도 적당히 화도 내고 아이한테 삐치고 그래요.
다음날이면 서로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굴지만요.^^ 평생 좋은 친구라야할텐데요.
제 나이 스물때에도 엄마랑 대판 싸우고 그랬는데, 저에 비하면 애들이 훨 나은 것 같아요.^^

네꼬 2009-07-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는 샤프펜슬과 펜과 기타 등등으로 점점 더 큰 필통을 사기까지 하는 학생이었는걸요. 학생이 그거 말고 뭘로 사치를 하겠습니까. 봐주세요. (근데 난 MP3 같은 건 못 받았다구!)

그나저나 요시노이발관 보고 오셨어요? 저는 그저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편히 보았는데, 프레이야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프레이야 2009-07-05 23:23   좋아요 0 | URL
우왓~ 네꼬님 그랬군요.ㅎㅎ
요즘 아이들, 우리 때에 비하면 너무 풍요롭죠. 그래서 더 욕심이 많아지나봐요.
귀한 것도 모르구요.
요시노는 어제 저녁 같이 보고 왔어요. 재미있게 봤어요.^^
<안경>의 그녀, 조금 정형화되어가는 건 아닌가하면서도 막강하더군요.
조만간 리뷰 쓸게요.

같은하늘 2009-07-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일어났던 우리집의 일을 반성 또 반성하며...
그나저나 우정에 대한 견해가 참...
5학년 정도되면 저런 생각도 하는군요...

프레이야 2009-07-07 00:52   좋아요 0 | URL
어느 집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애들이 어른보다 낫다싶은 때가 많지요.

2009-07-06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7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