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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1 - 개정증보판 ㅣ 문지 스펙트럼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꿈의 작용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무의식을 자주 등장시킨다. 남자 여자, 사람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집요한 눈. 아주 짧은 길이의 소설, 손바닥소설, 장소설인데 긴 이야기가 숨어 있다. “톱과 출산” 과연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의 환영, 자신의 분신, 자신의 이중인격을 본 자는 죽는다." 제2의 내가 그녀의 칼에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무기는 톱 모양이다. 나무꾼이 거목을 베어 쓰러뜨리는 폭 넓은 톱 같은 칼이다. 어느 틈엔가 나는 소변을 잊고, 제2의 나와 하나가 되어 그녀와 칼날을 맞부딪치고 있다. 그녀의 화려한 장식 같은 무기를 막아낼 때마다 나의 검이 그녀의 칼날에 쩡그렁 맞물린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톱 모양 검의 칼날이 들쭉날쭉 망가지고 말아, 완전히 진짜 톱이 되어 있다. 분명히 이런 말이 떠오른다. "이로써 톱날이라 이름하노라." 즉 이 결투로 톱의 발명에 이르렀다니 우습다. 결투이건만 나는 멍하니 활동사진의 난투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칼부림하고 있다. 이윽고 나는 마당 한가운데에 벌렁 나자빠져 그녀의 톱을 두 발바닥으로 꽉 움켜잡은 채, 옴짝달싹 못하는 그녀를 희롱하고 있다. "난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힘이 없어요." 과연! 그녀의 아랫배에 넉넉한 주름이 후줄근하니 늘어져 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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