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소설 1 - 개정증보판 문지 스펙트럼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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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작용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무의식을 자주 등장시킨다. 남자 여자, 사람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집요한 눈. 아주 짧은 길이의 소설, 손바닥소설, 장소설인데 긴 이야기가 숨어 있다. “톱과 출산” 과연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의 환영, 자신의 분신, 자신의 이중인격을 본 자는 죽는다."
제2의 내가 그녀의 칼에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무기는 톱 모양이다. 나무꾼이 거목을 베어 쓰러뜨리는 폭 넓은 톱 같은 칼이다.
어느 틈엔가 나는 소변을 잊고, 제2의 나와 하나가 되어 그녀와 칼날을 맞부딪치고 있다. 그녀의 화려한 장식 같은 무기를 막아낼 때마다 나의 검이 그녀의 칼날에 쩡그렁 맞물린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톱 모양 검의 칼날이 들쭉날쭉 망가지고 말아, 완전히 진짜 톱이 되어 있다. 분명히 이런 말이 떠오른다.
"이로써 톱날이라 이름하노라."
즉 이 결투로 톱의 발명에 이르렀다니 우습다. 결투이건만 나는 멍하니 활동사진의 난투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칼부림하고 있다.
이윽고 나는 마당 한가운데에 벌렁 나자빠져 그녀의 톱을 두 발바닥으로 꽉 움켜잡은 채, 옴짝달싹 못하는 그녀를 희롱하고 있다.
"난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힘이 없어요."
과연! 그녀의 아랫배에 넉넉한 주름이 후줄근하니 늘어져 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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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2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꿈 속 사건이라서 그런지 읽으면서도 기분이 묘해집니다...
부드러움의 출산과 공격적 날카로움의 톱. 대비. 무섭기도 하고요

프레이야 2022-05-23 12:01   좋아요 2 | URL
바기나 덴타타 생각나지 않으세요^^

페크pek0501 2022-05-24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환영, 자신의 분신, 자신의 이중인격을 본 자는 죽는다.˝- 본문 중.
자기와 닮은 사람이 세상에 있고 그 닮은 사람을 보면 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았나요?

저도 이 책을 갖고 있는데 표지가 다른 걸로 보아 개정판 나오기 전에 구매한 책 같아요.
아무리 짧은 소설이라도 수 백 편을 썼다는 작가들을 보면 너무 위대해 보입니다.
손바닥 소설, 프레이야 님도 파이팅!!!

프레이야 2022-05-24 17:14   좋아요 3 | URL
그런 말 있었나요? 무서워라 넵 페크님 이전 것 양장본 저도 갖고 있어요. 유숙자 번역 똑같은데 두 권으로 나눠 개정판이 나왔더군요. 목차는 좀 달라요. 작품도 있고 없고 좀 다른지 꼼꼼히 비교해보진 않았네요. 고맙습니다!

mini74 2022-05-25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톱과 검이라 우와 특이하고 묘하네요.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보게 되는 ㅠㅠ ㅎㅎ

프레이야 2022-05-25 10:28   좋아요 2 | URL
저도 배를요 ㅎㅎ 미니 님
날이 더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2022-05-25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5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5-31 2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는 번역되는 내용이라서, 번역이 잘 되어도 원어의 느낌을 다 알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프레이야님, 내일부터 6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세요.^^

프레이야 2022-06-01 17:14   좋아요 2 | URL
일어로 읽으면 야스나리의 느낌을 더 잘 받을 수 있겠지요. 유월 서니데이 님도 서니데이로 해피하게 보내세요 ^^

scott 2022-06-01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스나리의 손바닥 소설!
짧지만 알찬! 서사와 묘사 !속에 중첩된 스토리!

시인이였고 하이쿠를 즐겨 썼던 야스나리!

설국 보다 이 작품 더! 좋아 합니다 ^^

프레이야 2022-06-01 17:16   좋아요 1 | URL
상징적이고 시적이고 압축된 서사 속 경이로움 한가득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