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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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 워낙에 핵폭탄 급 소설이어서인지, <드라운>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역시 오스카 와오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주노 디아스의 필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단편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이야기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는데, 끝난다.

 

단편은 대체로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수시오’(난잡한 놈)이자 페로’()인 도미니카노(도미니카 남자들)들이 자신들의 라보를 함부로 휘두르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마는 안타까운 비극이 주를 이룬다. 제목의 이렇게<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메테셀로 전문가인 오스카 삼촌 루돌포처럼 했다는 뜻이다.

 

코헤 댓 페아 이 메테셀로!! (못생긴 계집애를 자빠뜨려서 그냥 거시기를 집어넣어!)”

 

줌파 라히리 책을 읽으면 이탈리아 어를 배우고 싶고, 줄리언 반스나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을 읽으면 프랑스 어를 배우고 싶듯, 주노 디아스 책을 읽으면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

(책을 읽으며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흥얼거렸다. )


여기엔 주노 디아스의 전 작품을 번역한 권상미 번역가의 세심하면서도 사려 깊은 번역도 한 몫 한다. (권상미 번역가는 최근에 도미니카 여행을 다녀왔다고.)

 

바람 피우다 들킨 유니오르는 여친 마그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하지만 마그다는 툭하면 필경사 바틀비처럼 말한다. “안 하는 편이 낫겠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마그다와 도미니카로 여행을 왔건만 보카’(수다쟁이)였던 마그다는 유니오르에게 말조차 건네지 않는다. 게다가 도미니카 형제들은 가는 곳마다 유니오를 무시한 채, 마그다에게 들이대기 바쁘다


투시 에레스 베야, 무차차” (아가씨, 정말 미인이시네요.)

<해와 달과 별들>

 

다른 단편에서도 유니오르는 여친 알마 몰래 락스미와 바람피다 들킨다. 유니오르는 다리보다 환상적인 포폴라알마를 무녜카(인형)라 부른다. 알마는 말한다.

 

좆도좀만하다고

좆도없다고

게다가 제일 심한 건 인도커리처바른씹만좋아한다고

 

유니오르는 락스미가 기아나 출신이라고 반박하려 하지만 알마는 듣지 않는다.

여기서도 유니오르는 그녀를 잃었는다. <알마>

 

<플라카>에서 유니오르는 바람 피다 또 다시 플라카를 잃는다. ‘바람피다 걸리면 마체테를 꽂아주겠다는 여친의 협박에 맹세에 맹세를 거듭했음에도 유니오르는 또 다시 바람을 피워 그녀를 잃는다. 시간이 가도 유니오르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엑스의 이름을, 그리고 그 옆에 이 말을 적는다.

 

사랑의 반감기는 영원이다

<바람둥이의 사랑 지침서>

 

이외에 유니오르보다 더 막장 수시오인 형, 라파와 그의 어머니 얘기가 주를 이룬 단편인 <닐다>, <푸라 원칙>등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유니오르가 등장하지 않는 -‘오스카 와오 연작이 아닌- 단 하나의 단편,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온 도미니카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주노 디아스의 여타의 소설들이 희극이라면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는 비극이다. ‘는 고향에 세 아이들을 두곤 온 아나 이리스와 공동 주택에서 살아간다. 공동 주택으로 가끔씩 빵공장에서 일을 하는 그녀 애인인 라몬이 찾아올 때도 있다. 라몬은 산타 도밍

고에 처자식을 두고 있지만 그녀와 바람이 났다. 아나 에리스는 그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그녀는 산토도밍고 옛날 집의 전등 얘기를 한다.

 

그 불빛이 얼마나 깜빡였는지, 과연 저 불이 꺼질지 안 꺼질지 알 수 없었다고. 우리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불이 마음의 결정을 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고. 내 감정이 꼭 그래.”

 

라몬에 대해 선택권이 없듯이 디아스포라인 그녀에게 미국은 마치 고향집 전등 불빛과도 같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아나 에리스는 과연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오스카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서 주노 디아스는 푸쿠를 말했다. 삶은 트루히요같은 저주다. 그러나, ‘사파도 있는 법. 푸쿠에 대한 역 주문. 삶은 축복이다. 디아스는 이민이란 한 번의 인생이 아니라 여러 인생을 사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 역시 이곳에서 여러 인생을 살 수 있다. 사랑이 있으므로.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

다른 생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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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ka 2016-05-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h.yes24.com/Article/View/30484
ㅎㅎ읽어보세요

시이소오 2016-05-12 06:41   좋아요 0 | URL
아우, 감사합니다. 에티카님. yes24엔 이런 인터뷰도 있군요.

역시나 역자도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를 뽑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