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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 오슬로 국립대학 토마스 휠란 에릭센 교수가 전하는 풍요와 상실의 행복론
토마스 휠란 에릭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의외였다. 토마스 휠란 에릭센 교수의 문체에 반했다. 만화책 읽듯 낄낄대며 읽었다.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에서나 나올만한 책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 않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는데 정작 복지국가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01년의 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인구의 9%만이 미래 사회가 현재보다 살기 좋은 사회로 변할 거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다. 욕심 많은 늑대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요리해 먹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었다. 드디어 아기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 먹으려는데 아들 늑대가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 내일부턴 뭘 하실 생각인가요?”
인간은 항상 다른 인간과 비교를 통해 행복을 가늠한다. 내가 60인치 풀 HD 평면 TV로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내 친구가 100인치 곡면TV를 사는 날 행복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선택의 자유는 역설적으로 행복감을 저하시킨다. 100개의 커텐 중 무엇을 고를까. 선택을 끝내고 돌아서고 나면 무언가 찜찜하다. 내 결정은 완벽한 걸까.
에피쿠로스는 저자의 말대로 역사 속에서 가장 오해를 많이 받은 철학자다. 그가 말한 쾌락은 성적 쾌락이 아니다. 쾌락이란, 헛된 욕심을 버리고 삶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소유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계효용은 결국엔 하락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지루함을 줄이는 방법으로 관심사를 늘리라고 충고한다. 요즘 뜨고 있는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 심리학은 어떨까. 긍정 심리학은 한국 같은 나라에선 억압적 정치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불합리한 현실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
저자는 묻는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할 때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지루함이 아닐까하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선 무언가 어렵고 도전적이면서 현실적인 목표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좋은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도취와 자기희생, 평등과 경쟁, 안정과 자유,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 금욕과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는 말과 같다. 상호간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앞날의 일을 염두에 두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의 의미에는 세 가지 답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42’(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볼 것)다. 두 번째 대답은 저자의 동료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 삶의 의미가 뭐냐고? 그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지. 첫째는 신을 믿는 것이고, 둘째는 자식을 낳는 것이고, 셋째는 .......잊어버렸어.” 세 번째 대답은 삶 자체가 바로 의미다.
그가 도달한 행복에 대한 결론은 다소 진부하긴 하다. 그렇지만 그의 말대로 실천하기엔 쉽지 않다.
계급차가 가능한 한 적은 사회,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개인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사랑이 넘치고 안정감이 있는 사회. 바로 이런 것들이 삶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공식이다. 또한 개인들은 각자의 목표를 세우되 과장된 야망이나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일을 피하고, 가능하면 타인들과 협동하여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사소한 기쁨을 잊지 않고 즐기되, 직접 겪는 불평등은 물론 타인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서도 항상 비판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중요한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되, 가끔 경험할 수 있는 기쁨과 만족의 순간도 최대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반이 비어 있는 물컵보다 반이 차 있는 물컵을 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렵지 않은 곳은 일부러 긁지 않도록 하며, 던지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억지로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열정과 쾌락을 두려워하지 말되, 갑자기 때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필요 이상으로 참고 인내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바다나 강처럼 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그리고 가능한 한 자주 큰 소리 웃는 것도 좋다.
의외의 결론이긴 한데 에릭센 교수는 마지막으로 환경운동을 제안한다. 우리가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긴 위해선, 거대하고 집단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