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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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트로이카 시대입니다. 정희진, 정혜윤, 정여울. 누구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이 분들 책을 읽을 때면 마치 10대 소녀가 된 기분이 들어요. 어릴 적 사촌 누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마다 울었다고 합니다. 왜 우냐고 고모가 물어보면 울먹이며 이렇게 답했대요.

 

~~, 아이스크림이 자꾸 없어져~~.”

 

딱 이런 기분이에요. 페이지가 줄어들 때마다 속상해요. 얼른 뒷 페이지를 보고 싶다가도, 막상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 안타까워 울고 싶어지거든요. 이 책도 급한 마음에 마구마구 읽으려다가도, ‘안 돼, 너무 많이 읽었어, 참아야 해.’하고, 몇 일에 걸쳐 야금야금 읽었건만, 어느새 다 읽어버렸습니다. .

 

~~, 글자가 자꾸 없어져.~~”

 

세 분의 글을 개략적으로 구분해 진, , 미로 나눠보는 건 어떨지요? 정희진 님이 진을, 정혜윤 피디님이 선을, 정여울 님은 미를 담당하시는 거죠. (주의 :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세 분 글엔 이 세 가지가 다 있지만요 )

 

정혜윤 피디님의 글은 책에 함몰되지 않아 좋아요. <마술라디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그녀의 글에서 책은 삶과 사람과 유리되지 않습니다. 이 책도 그러하죠. 정피디님이 사람 이야기를 하면 귀담아 듣게 되요.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워 시를 쓰신다는 한충자 할머니, 야구 중계를 꼭 챙겨 듣는다는 택시 기사 아저씨. LA 다저스 구장에서 박찬호가 공을 던지는 나이트 게임을 보는 게 소원이라던 할머니 손님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경기장 펜스 밖으로 날아가는 야구공만큼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어. 쏟아지는 불빛도 팽개쳐 버리고 저 어두운 하늘 뒤로 날아가는 야구공.”

 

재즈를 듣는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

 

볼 것, 못 볼 것 다 봐도 결국은 여기밖에 없어요. 그런데 꼭 재즈가 그런 음악 같단 말이죠. 뭔가 찡하니 외로운데 금세 신나서 떠들썩해지잖아요. 그것도 아주 즉석에서요. 이것들은 속도 없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근데 그게 나 같은 사람도 이해 못 할 게 없단 말이죠......그래도 밤에 재즈 들으면 꼭 딴 세상에 가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 딴 세상이 딴 세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재즈 들으면 밤에 운전할 맛이 나죠.”

 

어떤가요? 살아있는 <브루클린 풍자극>이죠? 정피디님의 책은 사실 요약이 불가능합니다. 리뷰에 다 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언제나 답답해져요. 모든 문장에 줄을 치고 싶거든요. 불 꺼진 가게가 슬프다는 아이의 일화를 스킵 했더니 벌써 마음에 걸립니다.

 

책을 왜 읽어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무수히 많은 디테일로 답합니다. 여러 작가들의 글과 책을 동원해 주옥같은 글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옵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대답은 유명 작가의 글이나 책이 아니라, 경기도 도서관의 한 기사 아저씨의 말이었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정피디님에게 왜 역사책을 왜 읽는지 물었다죠. 정피디님이 우물쭈물하자 아저시께서 이렇게 말했다죠.

 

저는 역사책은 부끄러워지기 위해서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한 일을 두려워할 줄도 알고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끔찍해서 역사책을 못 읽을 때도 많아요. 그런데 끔찍한 것도 다 인간이 저지른 거잖아요. 우린 자신이 할 수도 있는 일을 보고 있는 거죠. 우린 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읽는 겁니다.”

 

이분이 또 묻습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 거죠? 역시나 정피디님이 우물쭈물할 때 이렇게 말하셨다죠. 아저씨는 책을 빌리는 사람들에게 책을 천천히 읽기를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책을 읽고 무엇을 하십니까? 저는 책을 읽고 알게 된 대로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주십시오.”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느냐구요?

......‘독후감을 씁니다.’란 멍청한 대답을 했답니다.

 

2년 동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삶의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왜 태어났을까란 질문에 예전엔 배우기 위해서가 가장 근사한 답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답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인간의 존재 이유를 모릅니다. 그러니까 어떤 가설도 가능한 거겠죠.

만일 인간의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쩔 것인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태어난 거라면?‘

 

어머니는 암 투병 중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었죠. ‘도대체 어머니의 삶은 뭐였을까? 왜 저렇게 고생만 하다 어이없게 죽어야만 하셨을까? 굳이 뭐 하러 태어난 것일까

 

어머니의 삶 자체가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만일 어머니가 다른 사람을 위해 태어난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자 어머니의 삶은 더 이상 무의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랑을 전해주겠죠?

 

40년간 오로지 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남은 40년은 더 커다란 나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여기서 40년은 은유입니다. 당분간 계속 를 위해 살 거에요. 일단은 살아야죠.)

 

 

책을 읽고 알게 된 대로 살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를 책이 인도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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