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반역이다 - 물리학의 거장, 프리먼 다이슨이 제시하는 과학의 길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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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의 거장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프리먼 다이슨 전작을 했다고 자랑했었다. 오늘날 프리먼 다이슨을 물리학자 혹은 과학자라고 말하는 건 그의 행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닐까. 이제 그는 사상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프리먼 다이슨의 과학에 대한 서평, 서문, 여러 주제에 대한 논평들을 엮은 것이다. 요약이 불가능한 책이다. 나에겐 금시초문인 과학자들, 그들이 저술한 책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세상에! 이런 과학자들을 모르고 잘도 살았다.) 그렇다고 과학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과학을 축으로 정치, 역사, 문학을 가로지른다.

 

다이슨에 의하면 과학은 반역이어야 한다. 권력에, 국가에, 부자들에게 봉사하는 과학은 과학으로서 가치가 없다. 과학은 가난한 이웃에게 봉사해야 하고 지구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는 언제나 이단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토머스 골드는 대표적인 이단자다. 그는 끊임없이 기존 과학에 반대되는 가설을 주장했고 그가 틀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의 주장들이 대부분 정설로 인정받았다. 예를 들어 그는 1955년에 지구 자전축이 100만 년에 한 번꼴로 90도로 뒤집힌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과학계에서는 미친 소리로 취급했다. 1997년이 되어서야 그의 이론에 대한 증거가 제시되었다.

 

최근에 그는 지표면 수 킬로미터 아래에 또 다른 생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이론이 또 다시 맞을까. 안타깝게도 골드 자신은 이론의 증거를 더 이상 눈으로 확인할 순 없다. 토머스 골드는 20046월 운명했다.

 

반역자로서의 과학자의 대표적인 인물은 조지프 로트블랫이다. 조지프 로트블랫은 독일에 핵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로스앨러모스 프로젝트를 제 발로 걸어 나간 유일한 과학자로 남은 생을 반핵운동에 헌신했다.

 

신동으로 유명했던 노버트 위너는 도덕적 이유로, 정부와 기업에 관련된 모든 일을 거절한 위대한 수학자다. 다이슨은 <생물권>을 강조해 지구 환경의 보호를 강조한 러시아 과학자 블라디미르 버나드스키, 버나드스키를 널리 알린 바츨라프 스밀에 관해, 그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일화도 들려준다.

 

 

이밖에도 다이슨은 수 십권의 흥미진진한 과학 도서들을 소개한다. 왜 아인슈타인과 거의 같은 시기에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푸앵카레는 잊혀졌는지, <스타메이커>가 왜 단테의 <신곡>에 버금가는 책인지, 오팔 빛을 발하는 임계혼탁이란 무엇인지, 브라이언 그린의 초끈이론은 과연 만물의 이론인지 등등 (내가 여태까지 읽은 과학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였다. 너무 재밌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존 데즈먼드 버널이 28세였던 1929년에 출간한 <세상, 육체 그리고 악마 : 이성의 세 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가장 눈에 띈다. 다이슨이 읽은 모든 책 중 최고의 문장으로 시작한다고.

 

두 가지 미래가 있다. 원하는 미래와 운명적 미래.

인간의 이성은 이 둘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인공유기체의 아이디어 (예를 들면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유기체), 행성이 아닌 혜성으로의 이주 (이곳에서 나무는 수백킬로미터까지 위로 자랄 수 있다)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 이야기들이 우주에 떠도는 별처럼 널려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구는 아랍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였다.

 

저 엎어놓은 사발을 하늘이라 부른다.

그 아래 갇혀 우리는 한생을 살다 간다.

하늘을 향해 도움을 구하는 손을 내밀지 말지니,

하늘도 그대와 나처럼 무력하게 돌고 있을 뿐이다.

 

유레카! 하늘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른 채 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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