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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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이상문학상 대상을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가 받았을 때, 김숨의 <국수>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편혜영, 김애란의 뒤를 이어 드디어 김숨의 차례가 온 것일까. 김숨도 받았으니 2016년도 이상문학상은 황정은?

 

수록 작품 중에 세 편이 눈에 띤다. 김숨의 <뿌리 이야기>, 윤성희의 <휴가>, 이장욱의 <크리스마스캐럴>

 

모나리자의 표정이 신비한 것이 9퍼센의 혐오감과 6퍼센트의 두려움과 2퍼센의 분노 때문이라고 했나? 저 복숭아나무 뿌리가 짓는 표정을 풍부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공포와 슬픔일거야. 33퍼센트의 공포와 19퍼센의 슬픔......

 

원뿌리에서 여러 가닥의 곁뿌리가 갈라져 나오듯,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여러 결의 감정이 갈라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 곁뿌리들에서 실뿌리가 돋듯, 애초의 감정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결의 감정들에서 아주 미미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돋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나머지 22퍼센트를 채우고 있던 것은 어쩌면 실뿌리처럼 자잘하게 돋은 감정들이 아니었을까.

 

- 김숨, <뿌리이야기>중에서

 

인용한 문장만 보아도 올해 이상문학상 선정에 대해선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상문학상 작품들은 대부분 진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우울하다. 올해엔 윤성희의 <휴가>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별다른 이야기도 없는데 왜 이리 웃기는건가. 이장욱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단편 소설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시킨다. 다 읽고 나서 도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무슨 일인가 벌어졌는데 정확히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상황말이다.

 

도로 김숨의 <뿌리 이야기>로 돌아가면

 

뿌리는 뿌리의 확산 방향에 따라 천근성과 심근성으로 구분된다. 천근성은 말 그대로 뿌리 뻗음이 얕아 땅 표면에 달라붙어 뿌리가 수평으로 확장하는 유형히고, 반대로 심근성은 뿌리를 깊이 단순하게 수직으로 내리는 유형이다.......중요한 것은 천근성과 심근성의 공존 가능성이다. ‘수평을 지향하는 천근성 식물과 수직을 지향하는 심근성 식물을 밀식하면 뿌리의 모양과 성장 특성이 달라 공존이 가능하다.’

 

앎에도 천근성과 심근성 구분을 적용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채사장의 지대넓얕은 다분히 천근성 방식의 앎이다. 천근성 지식이 유효하려면 심근성 지식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김숨의 <뿌리이야기>는 천근성적인 소설이라기 보단 심근성적인 소설이긴 하나 근래에 보기드문 독창적인 작품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2015. 4. 2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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